이하이, '괴물 신인'의 탄생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대형 신인 여가수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가요계에, 최근 '괴물 신인'이라 불리는 소녀가 등장했다. 이제 18세에 불과한 소녀, 이하이다.
지난해 10월말 데뷔한 이하이는 이제 7개월밖에 활동하지 않았다. 그동안 그가 거둔 성적은 놀랍다. 데뷔곡 '1,2,3,4'으로 케이블 음악 방송(Mnet '엠카운트다운') 1위를 차지했으며, 'It's Over'와 'ROSE' 2곡은 '엠카운트다운'은 물론 지상파(SBS '인기가요')에서도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각종 상도 휩쓸었다. 골든디스크, 서울가요대상 신인상을 받았고, 가온차트 K-POP 어워드에서 '올해의 가수상(11월 음원부문)'을 차지했다. 이하이는 7개월 동안 4장의 앨범 및 싱글 앨범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이하이가 데뷔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다. 그녀는 데뷔를 위해 흔히 '연습생'이란 불리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이하이는 오디션 프로그램 SBS 'K팝 스타'에서 준우승을 거두었다. 그 뒤 대형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엔터)에 캐스팅 되며 초고속으로 가수 데뷔의 길을 걸었다. 이하이의 데뷔는 YG가 지난해 5월말 이하이와의 계약을 발표한 지 5개월, 'K팝 스타'가 종영된 뒤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
이하이는 12일, 단독 콘서트까지 가졌다. 비록 500석 규모에서 열린 소규모 콘서트였지만, 온전히 홀로 무대를 꾸며보는 경험을 했다. 가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런 경험은 의미가 매우 크다.
■이하이 인기의 숨은 배경
이하이는 대형 가요 기획사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자로서 데뷔 전부터 대중에게 친숙한 인지도까지 갖추고 있다. 이하이와 같은 조건을 갖춘 신인 가수는 여태껏 대한민국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비슷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과거 일본의 도쿄TV에서는 'ASAYAN'이라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1998년 여성 보컬 오디션을 치러 1등을 한 지원자를 가수로 데뷔시켜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만 3500명의 지원자가 몰린 오디션의 우승자는 16세의 스즈키 아미라는 소녀였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스즈키 아미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았지만, 그보다 더 관심을 모은 것은 그를 가수로 만들어 주는 환경이었다.
'ASAYAN'은 오디션의 우승자에게 일본 최고의 대중 음악 프로듀서의 프로듀싱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스즈키 아미를 가수로 데뷔시킨 코무로 테츠야는 아무로 나미에를 비롯해 수많은 인기 가수들을 길러낸 명망 있는 대중음악 제작자였다.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을 통한 인지도와, 최고 음악 제작자의 지원이라는 두가지 환경은 스즈키 아미를 최고의 가수로 만들었다. 그는 방송 직후 곧바로 가수로 데뷔했으며, 2000년대 초반까지 하마사키 아유미와 함께 일본 가요계에 여자 가수 톱2라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최고 여자 가수로 군림했다.
이하이의 데뷔 과정은 스즈키 아미와 무척 닮은 듯 하다.
비록 'K팝 스타'의 준우승자이기는 하지만 데뷔 전부터 폭 넓은 대중적 인지도를 갖췄다.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대중에게 이하이라는 인물이 가진 스토리를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때문에 팬들은 신인인 이하이를 친숙하게 느꼈고, 그의 음악에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됐다. YG엔터 관계자도 "이하이가 젊은층은 물론 중장년층에게도 인기가 높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인 점이 장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이런 점을 수긍했다.
뿐만 아니라 이하이는 대형 가요기획사의 적극적인 지원까지 받고 있다. 'K팝 스타'는 애초에 출연자와 국내 3대 가요 기획사(SM엔터테인먼트, YG엔터, JYP)를 연결시켜주는 콘셉트로 출발했다. 우승자에게는 3대 가요 기획사 중 한 곳을 통해 데뷔할 수 있는 혜택을 주었다. 우승자가 아니라도 각 기획사의 눈에 띈 실력 있는 출연자들이 이들과 계약을 맺었다. 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차별되는 'K팝 스타'의 이러한 특징은, 언제든지 '괴물 신인'을 만들어 낼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 그 결과가 이하이인 것이다.
■이하이 인기가 허상이 되지 않으려면
이하이는 아직은 '온실 속 화초'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의 성공에는 소속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척 커 보이기 때문이다. YG엔터는 이하이를 홍보하는데 있어 빅뱅, 2NE1과 같은 전략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전략적인 티저 마케팅 방법도 똑같다.
소속사 선배 가수들의 덕도 보고 있다. 지난 4월 그녀가 SBS 인기가요에서 '로즈'의 컴백 무대를 가질 때는 소속사 선배인 2NE1의 씨엘이 랩 피처링을 해줬다. 지난 5월에는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싸이의 콘서트에 피처링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싸이 콘서트의 관객 수는 5만명이었다. YG엔터 소속이 아니었다면 신인인 그가 그런 큰 무대에 서는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라는 이점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홍수'라고까지 불리는 지금, 이하이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스타들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대중의 관심은 언제든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 이하이에게 남은 숙제는 '외부의 지원' 이 아닌 '자기 내부의 잠재력'을 얼마나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쌓은 높은 인지도와 대형기획사라는 든든한 지원에 기대지 말고 오직 실력으로 승부한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엄밀히 얘기해서 이하이의 인기는 아직까지 불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를 '괴물 신인'으로 만든 데는 여러 조건들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측면이 크다. 그러나 그 조건의 유효기간은 생각보다 짧을 수 있다. 소속사의 지원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대중이 그를 호의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천재일우의 기회를 통해 피어난 이하이라는 가수. 그녀의 오디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사진 = 이하이 ⓒ 엑스포츠뉴스DB]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