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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VO컵 논평 - 팔라스카 효과의 득과 실.

기사입력 2007.10.09 23:05 / 기사수정 2007.10.09 23:0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10월 7일 막을 내린 2007' KOVO컵 마산대회에서 팀들의 전력과 함께 궁금증을 유발한 부분은 새롭게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이었다.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V리그 2연패를 이룩하는데 큰 활약을 한 숀 루니(미국)는 러시아행을 선택했다. 그러나 루니에게 있어 한국 무대는 자신의 기량을 업그레이드 시켜 준 기회의 땅이었다. 또한, 루니 자신도 팀 분위기와 한국 배구에 잘 적응하면서 개인기량의 향상과 팀의 발전을 동시에 이룩하며 가장 성공적인 용병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2006'~2007' V-리그에서 프로팀 중 최하위인 4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구미 LIG 손해보험 그레이터스는 전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유럽무대와 이란에서 실력을 이미 검증받은 백전노장 박기원 감독을 사령탑으로 기용한 것이다. 두 번째는 지난 유럽선수권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며 조국 스페인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기예르모 팔라스카 영입에 성공한 것.

국내에서 뛰었던 어느 외국인 선수들 보다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던 팔라스카는 그 명성에 걸맞게 이번 KOVO컵 상무와의 경기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그리고 6일에 있었던 현대캐피탈과의 시합에서는 KOVO컵 역대 한 경기 최다득점인 44득점을 이룩하였다.

지난 2006'~2007' V-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냈었던 브라질 출신의 레안드로 다 실바(전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와 보비(인천 대한항공 점보스)는 높은 타점을 기반으로 한 공격력은 뛰어났다. 그러나 수비력이 약했고 블로킹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보였었다.

그러나 팔라스카는 달랐다. 이번 KOVO컵에서도 팀 내에서 높은 블로킹 점유율(0.545)을 기록하였고 주 공격수이면서 수비도 가담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강타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상황에 따라 연타를 소화하는 능력과 다양한 각으로 내려치는 테크닉은 분명히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게서 볼 수 있는 것이었다.

문제는 팔라스카와 같은 선수가 LIG의 전력에 보탬이 될 수는 있어도 결코 특정 개인이 팀을 우승으로 이끌 수는 없다는 진리에 있다. 특히, 안정된 수비와 세터의 토스웍 없이는 위력적인 공격력이 완성될 수 없는 배구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아직 LIG의 주전세터인 이동엽과의 호흡이 맞지 않는 것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또한, 팔라스카의 부담을 덜어줄 보조공격수의 역할도 미비한 상태이다. 7일 이경수가 부상으로 결장한 대한항공과의 KOVO 컵 결승전에서도 드러났듯 팔라스카가 막히기 시작하면 다른 공격라인에서 해결해 주지 못하는 문제 또한 LIG의 과제로 드러났다.

한 경기에 특정 선수가 다 득점을 하는 것. 이는 기록 측면에선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그러나 팀 측면에서 살펴보면 오히려 마이너스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지난 2006'~2007' V리그 개막전에서 삼성화재의 레안드로는 V리그 사상 한 경기 최다득점인 49득점을 기록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러나 특정 공격수가 차지한 많은 공격분담은 선수 본인에게는 극심한 체력부담을 가져온다. 게다가 팀플레이에 있어서는 편중된 공격라인이 상대편의 시야에 포착되어 그 루트를 차단할 길이 더욱 쉽게 보이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시즌 레안드로는 시즌 최다득점(717득점)을 기록했으나 끝내 결승전에서는 팀플레이가 돋보인 현대캐피탈의 숀 루니에게 무릎을 꿇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V-리그 개막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어 많은 실전 훈련을 통해 이동엽 세터와의 호흡은 분명히 지금보다는 향상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LIG에 더욱 중요한 것은 팔라스카의 능력치를 공격력 쪽에만 치중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팔라스카가 공격에만 치중하거나 이경수의 부재 시 공격이 그에게 집중된다면 이는 팀 전력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

이번 KOVO컵에서 LIG는 공·수에 적절한 기량을 갖춘 팔라스카의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블로킹 능력과 30세 나이에 걸맞은 경험, 리더십까지 생각해볼 때, 팔라스카가 얼마나 팀에 적절하게 융화되느냐가 관건으로 여겨진다.

거기에 국내 최고의 공격수, 이경수가 허리부상에서 회복해 확실한 쌍포를 구축한다면 LIG가 KOVO컵 막판에 보였던 공격 편중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팔라스카의 진정한 장점은 그의 강하고 높은 공격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존재로 인해 팀의 공격 패턴이 다양화 되었고 블로킹 벽도 한층 높아졌다. 이 가능성이 모두 발휘될 경우 나타날 전력의 향상은 엄청날 것이다. LIG가 다가오는 2007'~2008' V리그에서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팔라스카를 통해 강팀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LIG. 그리고 KOVO컵을 통해 전력평준화의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난 현대캐피탈, 삼성화재, 대한항공 등이 어떤 경쟁을 펼쳐나갈지 자못 궁금 하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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