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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 to Beijing - Korea Man Volleyball Team 1. (상)

기사입력 2007.09.11 07:40 / 기사수정 2007.09.11 07:4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8' 베이징 올림픽으로 가기 위한 첫 관문이었던 제14회 아시아 남자배구선수권이 지난 9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자카르타에서 펼쳐졌던 마지막 순위 결정전에서 대한민국 남자배구국가대표팀은 홈팀인 인도네시아를 3-0(25-17 25-17 25-21)으로 제압하고 8강 순위 결정전에서 5승 2패를 기록하며 최종 순위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이로써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4개 팀이 획득할 수 있는 최종 올림픽 진출결정전 출전권을 획득했다. 호주와 일본에 패해 월드컵에 출전할 기회는 힘들어졌으나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순위에서는 호주에 이어 2위를 기록해 주최국인 일본의 출전국 옵션 여부에 따라 최종순위 1위부터 3위까지 올림픽 티켓이 부여되는 월드컵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기게 되었다.
 
결과만으로 봤을 때 당초 생각했던 목표치는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현재 대표팀이 노출한 여러 가지 약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월드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박철우와 김요한 등이 부상(기흉)과 협회 징계에 따라 불참, 공격력 면에선 100%의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 그러나 짜임새 없는 조직력과 기복이 심한 주전세터의 문제, 그리고 강팀으로 자리 잡기엔 결코 이상적이지 못한 포메이션, 단조로운 전술 등은 부족함이 많았다.

'숙적' 일본과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른 호주와 함께 최종 올림픽 진출을 놓고 다투기엔 치명적인 문제점을 노출, 이에 대한 대안과 보완 대책 등이 무엇보다 시급하게 여겨진다.

세대교체를 통해 드러난 한국 배구의 치부
 
본격적인 세대교체의 원년이었던 2006년에는 새롭게 발탁한 젊은 피들과 후인정, 신진식 등 노장들이 조화롭게 틀을 만들어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그 뒤로 이어진 프로배구 부흥을 위한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올해는 코칭스태프 진이 새롭게 바뀌었고 기존의 후인정, 신진식, 장병철 등이 국가대표 자리를 후배들에게 양보했다. 한국 최고의 거포인 이경수를 중심으로 신진세력들이 어우러진 또 하나의 새로운 팀으로 거듭난 2007년이었다.
 
김호철감독의 국가대표 감독 고사로 인해 새로운 코칭스태프를 구성하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대한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전임 감독체제를 택했다. 고려증권의 전성기 시절 미들블로커로서 명성을 떨친 류중탁 감독을 선임하였으며 2006~2007시즌 우승팀인 현대 캐피탈소속의 선수들을 위주로 대표선수들을 선발하였다.

그 결과, 촉박한 대표팀 소집기간과 짧은 훈련량 속에서 지난 5월 26일 개막된 2007' 월드리그 선발라인의 기틀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세터 - 권영민(190cm,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센터(미들 블로커) - 하현용(198cm,구미 LIG 그레이터스)
 센터(미들 블로커) - 하경민(201cm,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레프트(웡 스파이커) - 이경수(197cm, 구미 LIG 그레이터스)
 레프트(웡 스파이커) - 김요한(198cm, 인하대)
 라이트(웡 스파이커) - 박철우(198cm,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리베로 - 여오현(175cm,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라이트 공격수인 후인정과 빠르고 파워 있는 레프트 공격에 수비와 서브리시브에서도 뛰어난 기량을 보여준 신진식의 공백을 채운 새 얼굴로 채운 포메이션에서 어딘가 불안한 기운은 존재했다. 새로운 대표팀은 월드리그 개막전에서 세계 최강인(비록 주전 멤버가 빠지긴 했어도) 브라질과 박빙의 경기를 펼쳤고 그 후에 벌어진 세계랭킹 12위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완승, 산뜻하게 출발했다.

미처 검증되지 않은 대표팀이 성공적으로 치른 두 경기에 찬사가 쏟아졌다. 또한, 새로운 사령탑인 류중탁 감독에게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수완 높은 덕장'이라는 호평이 빗발쳤다.

그러나 보이지 않던 단점은 월드리그가 진행되면서 양파껍질이 벗겨지듯 한 꺼풀씩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결국, 아시아 선수권에서 그 단점은 대표팀의 치부가 되어 적나라하게 팬들의 눈앞에 비쳤다.

거품이 걷힌 대표팀. 그 실체를 가지고 현재 남자배구대표팀이 무슨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개선해야 할 논점을 파악해야 될 시점에 있다. 과연 작년에 비해 무섭게 성장한 호주와 일본을 누르고 최종적으로 베이징행 티켓을 쥐려면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개인기 의존이 아닌 창의성 함양을

모든 단체 스포츠의 기본은 체계적으로 짜인 라인업에 있다. 또한, 혜안을 갖고 기본적인 라인업을 최상의 조합으로 만들어 가능한한 최고의 수확물을 거두는 것이 모든 단체 스포츠의 목표이기도 하다.

가장 이상적인 선수들의 포메이션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종목이 다르긴 하지만 야구의 예를 들어보기로 하겠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스몰볼 이론'으로 '천재 단장'이라 일컬어 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은 이런 말을 남겼다.

“비싼 선수들의 조합은 결코 최상의 결과물을 이루지 못한다. 어느 한 선수를 데리고 오기 전에 먼저 생각할 일은 그 선수로 이루어진 팀의 모습이다. 각자 다른 개성을 지닌 위치가 있는 만큼 거기에 어울리는 선수를 고르려면 전체적인 팀의 모습을 어느 선수의 모습보다 먼저 떠올려져야 한다. 그것이 강팀을 구성하는 기준이 된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에서도 총 연봉이 싼 쪽에 속하는 오클랜드. 스타들이 즐비한 팀이 아님에도 오클랜드는 허투루 볼 수 없는 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비록 특정 종목에만 먹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단체 구기 종목이라면 어느 선수 개인의 모습보다 팀 전체의 청사진이 우선적으로 구상되어야 하는 것이 진리이다. 90년대에 국가대표 선수들을 싹쓸이했던 현대 자동차 서비스를 기억하는가?

선수 개개인의 면면으로 보면 그들을 이길 팀은 없었다. 그러나 현대차는 탄탄한 선수 구성을 지닌 고려증권과 상무에게 번번이 패하며 슈퍼리그 우승을 헌납하는 일이 많았다. 현대차가 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신 사례는 이러한 진리를 잘 반영하는 증거이다.

다른 구기 종목들에 비해 조직력이 더욱더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배구를 보자. 각기 다른 6개의 포지션에 어떤 선수를 집어넣어 최고의 그림을 완성하느냐가 기본적인 바탕을 이룬다. 특히, 현재 세계배구 최강을 달리고 있는 브라질 남자대표팀의 베르나르도 레젠데 감독은 공격보다 수비와 조직력에 도움을 주는 선수를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2006~2007 일본 여자 배구 리그에서 히사미츠 스프링스의 우승을 이끈 마나베 감독 역시 수비가 안 되는 선수는 주전에서 제외하는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감독은 개개인의 공격력에 의존하기보다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더욱 중시한다.

하나의 강력하고 시원한 공격은 1점 내지 2점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서브리시브가 안 되고 디그를 살리지 못하면 바로 1점을 헌납하게 되는 랠리 포인트 시스템에서는 공격력 만으로 이길 방법을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안정적인 리시브는 점수 차가 벌어질 여력을 쉽게 허용하지 않으며 멋진 디그와 끈질긴 수비력은 점수 차를 벌려줄 여건을 제공한다.

남자배구와 여자배구의 특성은 분명히 이질적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정상으로 군림하는 팀들을 보면 이들이 강력한 서브와 블로킹 외에 왜 수비와 조직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지는 랠리 포인트 시스템의 원칙을 따져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한국은 그동안 유럽과 남미의 높이를 따라잡고자 큰 신장에 높이가 통하는 공격력을 키워왔다. 그리고 그런 유망주들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오히려 역효과를 보이며 반쪽선수란 말이 나오게 된 과정은 무엇 때문일까?

배구계의 일선 지도자들과 관계자들은 하나는 보고 그 다음은 보지 못했던 것. 아무리 세계배구가 높이로 가는 추세가 있다고 해도 기본적인 수비력과 조직력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바로 배구의 특성이다.

현재 차세대 거포라 불리고 있는 문성민, 김요한, 그리고 이번 아시아 선수권에서 새롭게 선보인 한양대의 박준범 등이 공격력은 강하지만 서브리시브와 수비에서 약점을 보였다. 이는 바로 공격력만을 염두에 둔 지도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바야흐로 세계배구는 포지션 파괴와 협력 플레이를 도모하는 창의적인 배구 시스템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배구를 보고 있자면 이러한 창조적인 시스템은 등한시 한 채 그저 높이와 화려한 공격에 신경을 쓴 단면을 보면 얼마나 국제배구의 흐름에 눈이 어두운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한국 배구는 수비를 어느 정도 해왔으니 여기에 힘을 덜 쓴다는 견해는 엄청난 오류라고 본다. 수비와 서브리시브, 그리고 강서브 계발 등은 하루 이틀, 혹은 몇 개월간의 연습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배구의 기본기와 더불어 가장 창조적인 훈련방법이 요구되는 분야가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안정된 리시브와 강서브, 그리고 끈질긴 수비력 등은 승리를 위해선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인 것들이지 않은가.

이들은 기민한 세터의 다양한 볼 배급을 통해 나타나는 각양각색의 공격 루트와 합쳐져 조직력으로 완성된다. 과연 현대배구에서 요하는 조직력의 완성들이 어떤 재료로 맛깔스럽게 요리되는지를 눈여겨보고 장기적인 기획안을 만들어 적절하게 대처해야만 앞으로 한국 배구가 생존할 수 있다.

이미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결코 넘볼 수 없었던 장벽을 조금씩 허물어지며 '철옹성'이 사라지고 있다. 국제 배구도 급속도로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증거를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목격했다.

양 날개의 개인기를 이용한 단조로운 공격으로 일관한 한국에 비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빠른 토스웍과 다양한 공격패턴을 선보였다. 한국보다 더 창조적이고 발전적인 배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

당장은 그들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이것이 언제까지 갈지는 기간이 길지 않다고 생각한다. 여자배구에서는 우려한 악몽들이 이미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이 글을 통해 현재 대표팀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포메이션의 조화와 기복이 심한 완성되지 않은 세터의 문제, 그리고 단조로운 패턴으로 눈에 쉽게 띄는 전술 등을 나누어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베이징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다음 올림픽인 2012년 런던올림픽의 길이 더욱 가까워질 수도, 반대로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

체격조건에 의존한 공격수 수집만이 아닌 창의력과 수비 조직력 강화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또한, 배구인들이 거시적인 안목을 갖고 배구계를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단순히 보이는 쉽고 안전한 길이 아닌 한, 두 발자국을 앞서 생각하는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생각이 한국 배구를 발전시킬 것이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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