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준학 기자] 직장인 신진수 씨는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기도 하고, 주특기 훈련을 하고 있는 그들을 보며 그때의 추억이, 할 말 다하는 미스김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곤 한다. 최근 그는 공감할 수 있는 이런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지난해 방송 프로그램의 대세가 '힐링'이었다면 올해는 '공감'을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군대에서의 힘들었던 생활과 직장인들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표현한 프로그램들이 사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군대, 남자의 마음을 울리다
tvN '푸른거탑'은 대한민국 군필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추억을 바탕으로 부대 내에서의 에피소드를 그리는 시트콤이다. 지난해 4월 '롤러코스터2'의 코너로 시작한 이후 큰 인기를 얻어 지난 1월 마침내 1시간 분량으로 독립 편성됐다.
현역 복무를 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만한 에피소드를 말년 병장부터 소대 막내까지로 구성된 3소대원들을 통해 그려냈다. '푸른거탑'은 혹한기 훈련에 관한 이야기부터 휴가, 면회, 내무생활, 훈련, 작업, 음식 등 군 시절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을 바탕으로 웃음코드로 승화시켰다.
'푸른거탑'은 실제 군 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리지는 않았지만, 그 안에서의 생활을 재미있게 그려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런 '푸른거탑'의 성공은 MBC '진짜 사나이'로 이어지는 군대 콘텐츠의 본격화를 알렸다.
리얼 입대 프로젝트를 표방하는 MBC '일밤-진짜 사나이'는 출연진들이 실제 군대에서 5박 6일 동안 생활하는 모습을 담았다. 총 6명의 출연진 중 병역필이 4명, 미필이 1명, 해당 없음이 1명이다. 이들은 예비역이면 누구나 한 번씩 꿈을 꾼다는 재입대, 앞으로 자신이 한번쯤은 거쳐 가야 할 군대, 또는 외국인의 한국 군대 적응기로 웃음을 주고 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진짜 사나이'의 여파가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군대에서 먹는 햄버거를 뜻하는 '군대리아'와 샘 해밍턴의 극찬을 받은 자판기 음료 바나나 라떼 등은 방송 이후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진짜 사나이'가 사랑을 받는 진짜 이유는 바로 진실성에 있다. 그들은 실제 부대에 들어가서 생활을 하지만 5박 6일 이후에 나갈 사회인들이다. 이에 방송 전에는 연예인들이 마치 병영캠프처럼 군에서 편한 생활을 하고 올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는 이러한 우려를 씻고, 보충대에서의 피복 지급부터 자대 배치, 주특기 훈련, 점호 등 실제 부대원들과 살을 맞대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예능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설정은 있겠지만, '리얼 입대 프로젝트'를 표방하고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리려는 노력이 있기에 이러한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직장, 누구나 가슴에 품은 사직서와 비애
KBS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은 '슈퍼 갑 계약직' 미스김(김혜수 분)과 그녀를 둘러싼 직장인들의 일과 사랑을 그려내는 로맨틱 코미디이다. 수많은 자격증과 뛰어난 업무 능력을 가진 그녀는 3개월의 계약 기간 동안 회사를 바꿔놓는 다재다능한 계약직 사원이다.
미스김은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캐릭터로 오전 9시 출근-오후 6시 퇴근을 철저하게 지키며 자신의 업무가 아닌 것은 절대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계약직 사원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특히 "퇴근시간입니다만", "제 업무가 아닙니다"와 같은 돌직구 대사들로 직장인들의 가슴 속에 시원한 청량감을 안겨주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MBC '무한도전'은 8주년을 맞아 '무한상사 뮤지컬 특집'을 방송했다. '무한상사'는 7명의 멤버가 부장부터 말단 사원까지로 이루어진 한 팀에서 일어나는 일을 코믹하게 그려내는 에피소드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이번 '무한상사' 에피소드는 정리해고라는 주제를 다뤘다. 이날 정준하는 10년간 일한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통보받는 직장인의 비애를 표현했다. 팀장인 유재석 부장도 모든 팀원들도 함께 위기를 이겨내고자 했으나, 결국 상부의 지시에 어쩔 수 없이 한 명의 동료를 회사 밖으로 내쫓았다.
'직장의 신'과 '무한상사' 특집에서 다뤄진 직장은 지금까지 그려진 브라운관 속의 직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동안 직장은 '연애의 장'이었을 뿐 현실과의 괴리가 있었다. 물론 '직장의 신' 역시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계약직 사원인 정주리(정유미 분)의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크리스마스트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크리스마스트리의 전구였을 뿐이다"라는 내레이션은 누군가 한번은 생각해봤을 직장인의 비애를 담아내고 있다.
또 지금까지 회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잘생기고 젊은 매력적인 본부장보다 시청자는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더욱 큰 공감을 얻는다.
물론 TV가 현실을 그대로 투영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상상을 그려낸 판타지도,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사극물도 필요하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시간 동안 웃을 수 있는 코미디물도 필요하다. 하지만 TV를 통해 내가 겪었던, 또는 겪고 있는 이야기에 공감을 하는 프로그램도 필요할 것이다. 힐링에 이은 공감 콘텐츠의 인기에는 TV도 내 이야기를 해줄 때, 지친 마음에 위로가 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준학 기자 junhak@xportsnews.com
[사진 = 푸른거탑, 진짜사나이, 무한도전, 직장의 신 ⓒ tvN, 엑스포츠뉴스 DB, MBC, KBS]
이준학 기자 junha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