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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모의 백스테이지] 빌보드와 싸이, 음악 순위 기준에 물음표를 던지다

기사입력 2013.04.19 12:30 / 기사수정 2013.04.19 13:49

백종모 기자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싸이의 신곡 '젠틀맨'이 12위로 빌보드에 진입하는 소식이 들려온 가운데, 빌보드지가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왜일까?

스마트 기기의 발전으로 손안에서 음악과 영상을 즐기고, 그 자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지도 오래다. 인터넷에 각종 콘텐츠가 연결되면서 음악을 즐기는 개념 자체도 변했다. 실시간으로 소비할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된 것이다. 대중은 음악을 공유하고 그에 대한 의견을 곧바로 교환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진정 인기 있는 음악은 어떤 것일까?

과거에는 음반 판매량이 가장 많은 앨범이 가장 인기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인터넷 시대가 열린 뒤로도 이런 보수적인 생각은 이어져 왔다. 기존 음반 판매량에 온라인 음원 판매량을 더하기만 해도 시대의 변화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 시대가 되면서 온라인 버즈(특정 정보가 입소문이 퍼지 듯 온라인상에서 급격히 전파되는 현상) 또한 음악의 인기를 반영하는 척도가 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SNS나 인터넷을 통해 언급된 횟수,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렇게 전파된 의견에 따라 해당 음악이나 영상에 대한 수요가 생기면 유투브와 같은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곧바로 관련 정보를 찾아 볼 수 있는 것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국내용으로 발표했음에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현상은 전통적인 인기 척도보다는, 이런 온라인 버즈를 통해서 명확히 설명된다. '강남스타일'의 인기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유투브'와 'SNS'라는 것은 새삼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유투브 조회수 차트에 반영한 빌보드, 비판 여론 휩싸여

빌보드닷컴은 이러한 최신 트렌드를 곧바로 반영했다. 지난 2월 20일, 앞으로 유투브 영상 조회수를 HOT100 차트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자 신인 DJ 바우어의 '할렘쉐이크'가 곧바로 HOT100 1위에 오르더니, 5주 동안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발생했다. '할렘쉐이크'는 노래 자체보다는 유투브에 해당 곡에 맞춰 엽기적인 춤을 추는 영상을 올리는 것이 유행이 되면서 관심을 받은 면이 있다. 노래만으로 1위를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할렘쉐이크'는 '뮤직비디오'와 같은 자체 제작 영상도 없다. 그런데 빌보드는 '할렘쉐이크'의 패러디 영상의 유투브 조회수까지 차트에 반영시켰다.

빌보드닷컴은 "만약 유투브 조회수 반영이 없었다면 '할렘쉐이크'는 15위에 올랐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할렘쉐이크'의 독주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빌보드닷컴은 "유투브는 음악의 인기에 대한 핵심 지표이며, 패러디 영상 또한 많은 사람들이 노래를 듣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우려를 일축했다.

또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마룬5의 '원모어나잇'에 막혀 HOT100 2위에 7주나 머무른 것을 고려해 유투브 차트를 추가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수십 년간 음반 판매 점수와 방송 점수로만 차트 순위를 매겨왔지만 이제 변화를 주지 않으면 '인기 있는 노래가 높은 순위에 오른다'는 기본 개념을 지킬 수 없다"고 밝혔다.

빌보드가 순위 선정 기준을 바꾼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젠틀맨'이 빌보드 HOT100에 12위로 진입하는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싸이를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이러한 기준 변경이 오히려 반갑기도 하다.  




■유투브 수치 반영, 국내에서도 뜨거운 감자

국내에는 온라인-오프라인 음반 유통사들 외에 가온차트와 빌보드코리아에서 음악 차트를 운영하고 있다. 공중파 3사와 Mnet의 음악 방송 순위도 음악의 인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꼽힌다.

최근까지는 KBS '뮤직뱅크'와 Mnet '엠카운트다운'만이 순위를 발표했지만, 인기가요가 3월 17일 순위제를 부활시킨데 이어 음악중심도 20일부터 순위제를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유투브나 SNS를 순위에 반영시키는 문제에 대해서 이들의 의견은 갈렸다. 뮤직뱅크, 엠카운트다운, 빌보드코리아는 음원과 음반 판매량 위주의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한 반면 MBC '쇼! 음악중심'과 SBS '인기가요'는 유투브 또는 SNS 반응을 순위 집계 기준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각 방송사의 PD 및 해당 차트를 주관하는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통해 이 점에 대해 물었다.



유투브·SNS "장르별, 연령대별 성향 오히려 충실히 반영된다"

'음악중심'은 오는 20일 방송부터 부활되는 순위 제에 유투브 조회 수를 직접 반영한다. '음악중심' 선혜윤PD는 "요즘은 단순히 듣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눈과 귀가 함께 즐거운 음악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 부분을 반영할 기회로 본다"라고 밝혔다. 또한 "유투브를 통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 팬들도 순위 선정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음악중심'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한 곡당 공식 영상 1개의 데이터만 차트에 반영한다는 장치를 마련했다. 10대 팬이 많은 아이돌 가수가 유리해지지 않겠냐는 지적에, 선PD는 "발라드 가수도 보는 영상이 필요한 시대다. 오히려 10대 팬이 많은 아이돌 가수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인기가요'는 'SNS 점수'라는 이름의 데이터를 전체 순위에 30%씩 반영한다. 이 점수에는 유투브, 페이스북, 미투데이, 트위터 등 네 가지 항목이 각각 포함된다. '음악중심'과 마찬가지로 최신 트랜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네 가지 항목의 상세한 비율은 밝히지 않았지만, 유투브 반영 비율이 생각보다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인기가요'의 김용권PD는 "대중이 음악을 접하는 루트가 다양해진 만큼 유투브를 넣는 것은 추세를 잘 반영하는 장점이 있다. 특히 유투브는 음악 검색을 하는 하나의 매개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수치상에서도 변별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또한 "SNS를 반영하는 대신 시청자 투표 비율을 줄였다. 이를 통해 연령대별로 선호하는 음악의 차이가 더 충실하게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는 시기 상조, 공정성 있는 차트가 중요

반면 '뮤직뱅크'나 '가온차트'는 온라인 버즈 수치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

'뮤직뱅크'의 경우 공정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조성숙PD는 "'뮤직뱅크'는 전 세계 88개국에 전해지는 방송이다. 그만큼 공정성이 우선시 돼야 한다. 인기 있는 노래가 유투브나 SNS를 통해 많이 검색되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을 반영할 경우 팬덤이 많은 쪽에 유리하고 신인이나 발라드 가수는 점수를 얻기 힘들다고 본다. 또한 10대 뿐 아니라 다른 세대들의 기호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가온 차트는 음악 차트에 온라인 버즈를 반영하지 않지만, 별도의 소셜 차트를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가온차트의 한 관계자는 "빌보드의 '소셜50' 차트와 비슷한 개념이다. 유투브, 페이스북, 미투데이, 트위터 4개 항목을 합산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음악 순위 관계자들은 유투브나 SNS 데이터가 일종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에는 공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의 적용에 대해서는 다소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

'할렘쉐이크'가 빌보드 HOT100 차트에서 5주 연속 1위를 기록한 것은 차트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일각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국내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SNS 데이터를 음악 순위에 반영하면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검색어로 노래를 만들면 해당 노래의 순위가 상승하기 쉬워질 수 있다. 또 가수 스스로가 어떤 이슈에 휘말릴 경우 인터넷 검색량이 증가해 음악 순위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인터넷 검색어에 자주 오르내리는 몇몇 오디션 출신 신인 가수가 경력 있는 가수보다 유리할 수도 있다.

반면 보수적인 기준만 고집할 경우,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HOT100 차트에서 7주 연속 2위에 머문 것처럼,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순위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민감한 문제인 만큼 순위를 매기는 입장에서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지만, 순위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그 자체로 음악을 감상하는 게 최선이 아닐까. 그러다 보면 음악 순위도 스스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해 나갈 것이다.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싸이 트위터, 유투브 캡처, '젠틀맨' 뮤직비디오 스틸샷, '할렘쉐이크' 패러디 영상 캡처]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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