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제 업무가 아닙니다만!!"
영화 '도둑들'의 펩시, '타짜'의 정마담과 사뭇 다르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섹시한 카리스마를 뿜어온 김혜수. 데뷔 27년 차 베테랑 배우는 빨간 내복까지 입어가며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그녀의 변신은 쾌감과 웃음 그리고 감동을 동시에 전하고 있다.
3년 만에 KBS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으로 돌아온 김혜수는 기존 한국드라마에 없던 캐릭터 슈퍼甲 계약직 미스 김을 연기한다. 미스 김은 러시아 어, 비행기 정비사, 헤어 관련 자격증, 포클레인 운전 등 못하는 게 없는 능력자 중에 능력자다.
정시에 출근해, 오후 6시면 팔을 척 들어 보이며 시간을 확인하곤 당당하게 퇴근한다. 회식이나 기타 추가 업무를 요구하는 정규직 사원에게는 “그건 당신과 같은 정규직과 하라"는 미스 김의 일침은 계약직과 정규직의 계급 차이를 보여주는 요소로 보는 이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미스 김이 더 매력적일 수 있는 이유는 배우 김혜수 때문이다. 그는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미스 김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혜수는 “포클레인 운전 같은 경우 충분할 정도로 연습을 했다. 또 춤추는 것 같은 경우, 전문가는 아니어도 미스 김이 춤을 출 때 살사의 느낌이 나야 했기에 기본은 배워야 했다. 없는 시간을 쪼개서 하다 보니 정말 어렵고 힘들고 토할 거 같더라. 그럼에도 설정 자체가 허접한 일을 하는 미스 김이지만 그런 일들을 깨끗하게 해내는 인물이기에 이런 부분들을 실제로 내가 하는 게 내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뚜껑을 열어보니 김혜수의 노력은 비단 특별한 능력을 표현하기 위한 것들에만 쏟아진 게 아니었다. 그녀는 퇴근 후 미스 김이 아닌 김점순의 모습 일때는 우리가 잘 아는 김혜수의 이미지처럼 섹시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 하지만 계약직으로 몸담고 있는 YJ그룹이나 동료가 위기 사항에 놓였을 땐 슈퍼우먼으로 변신하며 색다른 매력을 거침없이 뽐냈다. 특히 해녀 변신, 탬버린 신공 등을 통해 보여준 그녀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는 16일 방송된 ‘직장의 신’ 6회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날 방송에서 미스 김은 정주리(정유미)의 실수 때문에 홈쇼핑 계약이 불발될 상황에 놓이자, 홈쇼핑 물건을 완판 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곧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빨간 내복을 입고 당당하게 등장한 미스 김은 내복의 신축성을 보여주기 위해 다리까지 일자로 쭉 찢으며 김연아의 '죽음의 무도'를 패러디했다. 진지하면서도 과장된 표정으로 말이다.
‘직장의 신’ 측은 촬영 당시 전창근PD가 "지금도 좋다"고 만류했지만 김혜수가 "조금만 더"를 주장하며 막강한 코믹 연기를 펼쳐 촬영장을 초토화 시켰다고 전하며 과거 화제를 모았던 탬버린 쇼 이상의 명장면이 탄생할 것이라 예고했다. 이는 딱 들어맞았다. 시청자들은 김혜수의 변신에 환호했다. “연기의 신”, “역시 최고 배우 김혜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 대단하다” 등의 호평이 이어졌다.
이후 미스 김은 윤후 못지않은 ‘먹방’ 신공을 발휘하며 라면을 완판 시켰고, 장규직(오지호)이 악성 곱슬이라는 사실을 이용해 매직기까지 모두 팔아치웠다. 익살스러우면서도 거침없는 그녀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우아한 척과 예뻐 보이고 싶은 욕심은 없어 보였다. 두려움 없이 망가지는 것, 이것이 데뷔 27년 차 배우 김혜수의 내공이자 연기 열정이지 않을까.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직장의 신' 김혜수 ⓒ KBS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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