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0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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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긱스 후계자' 아닌 '제1의 박지성' 되라

기사입력 2007.12.04 18:46 / 기사수정 2007.12.04 18:46

이상규 기자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박지성은 박지성일 뿐 긱스 후계자가 아니다'

'신형엔진' 박지성(26,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은 특유의 저돌적인 움직임으로 팀 공격에 활력소를 불어 넣었다. 그러나 시즌 막판 불의의 무릎 부상을 당하며 맨유의 우승을 목발을 짚은 채 지켜봐야 하는 불운을 맛봤다.

그런 박지성에게 루이스 나니(21)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 그와 포지션이 겹치는 박지성에게는 좌불안석일 수 밖에 없었고 부상으로 경쟁에 나설 수 없어 나니의 활약을 관중석 한켠에서 바라봐야만 했다. 심지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지난달 11일 데일리 메일을 통해 "현 스쿼드의 구상은 나니가 라이언 긱스를 대체하는 것이다"고 발언해 박지성의 입지가 축소될 위기에 놓인 바 있었다.

박지성은 지난 두 시즌 동안 긱스와 함께 팀의 왼쪽 측면을 책임지며 그의 자리를 이을 후계자가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꺼풀씩 벗겨 볼수록 박지성은 긱스와 전혀 다른 성향의 스타일을 지녔다. 그는 긱스처럼 뛰어난 킥력과 정확한 크로스를 앞세워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마련하는 선수가 아니며 올 시즌 2골 5도움 기록한 나니가 긱스의 장점을 빼닮았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이 나니를 긱스 후계자로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엄연히 박지성은 긱스와 나니처럼 먹이를 낚는 방법이 다르다. 그는 나니에게 없는 적재적소에 잘 맞는 정확하고 활발한 짧은 패싱력을 통해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 1골 6도움을 올리며 동료 선수에게 활발한 기회를 주는 선수,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선수로 호평받았다. 그의 활약은 늘 한결 같았지만 긱스와 나니는 뛰어난 소질을 보유했음에도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이는 단점을 빈번히 노출했다.

한가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최근 나니가 부진에 빠졌다. 지난달 24일 볼튼전과 28일 스포르팅 리스본전에서 무리한 드리블과 부정확한 패싱력으로 팀 공격의 흐름을 끊더니 4일 풀럼전에서 결장했다. 더구나 긱스는 세월의 무게 때문인지 좀처럼 예전같은 위용을 뽐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맨유 공격에는 한결같은 박지성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를 무조건 옹호하는 애국적인 시각을 떠나 지금의 팀 공격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 옵션으로 나니보다 훨씬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는 팀이 위기에 빠질 때도 상대팀 공간을 자유자재로 누비는 쉴새없는 기동력을 발휘해 팀 공격력을 꾸준히 높였다. 오히려 자신의 뛰어난 기량 발휘를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한 나니가 배워야 할 부분이다.

크고 작은 경기에 출전 선수의 비중이 틀리겠지만 맨유는 철저한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쓰는 팀이며 11명이 아닌 22명의 가용 자원을 활용한다. 지난 두 시즌 동안의 박지성은 주전 자리가 비면 경기에 투입하는 선수가 아닌 로테이션 시스템에 꼭 필요한 주전 멤버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엄연히 나니와의 경쟁은 다른 팀들과 똑같은 붙박이 주전 형태가 아닌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하기 위한 맨유만의 선수 기용 시스템일 뿐이다.

이렇듯, 박지성은 긱스의 후계자가 될 수 없더라도 자신만의 차별화된 장점이 두드러진 선수라 할 수 있다. 맨유의 '슈퍼 조커'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많은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레전드로 인정 받았듯이 아직 젊은 박지성이 맨유 역사에 길이 남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충분한다. 기자는 박지성이 맨유에서 '긱스 후계자'가 아닌 '제1의 박지성'으로 단 하나뿐인 맨유의 레전드로 남길 바란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시즌 "박지성은 내가 경험해 본 선수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선수 중 한 명이다"며 박지성에게 힘을 실어주는 한마디를 던졌다. 맨유에서 누구못지 않게 높은 가치를 지닌 박지성이 곧 부상에서 회복해 좋은 활약 펼치길 바란다.

[사진=박지성 (C)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홈페이지]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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