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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커버스토리]리듬체조 '선수' 손연재의 가능성 얼마나 되나

기사입력 2013.04.12 19:54 / 기사수정 2013.04.13 16:5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9, 연세대)의 진짜 실력을 놓고 일부 누리꾼들이 뜨거운 공방전을 펼쳤다.

손연재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부터 8일까지 진행된 '2013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시리즈 리스본 대회' 시니어 개인종합과 종목별 결선(후프, 볼, 리본)에 참가했다. 결과는 개인종합 9위, 그리고 볼 종목 동메달 획득이었다. 대회 출전을 앞두고 갑작스런 몸살 탓에 구토, 발열 증세에 시달렸던 그녀의 컨디션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대회 직전에는 출전이 어렵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왔다. 그러나 격전지인 리스본에 도착한 이후 조금씩 회복했다. 손연재의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도 전담 지도자인 옐레나 리표르도바 코치는 리스본 월드컵 출전을 고무적으로 전망했다. 결국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손연재는 출전을 결심했고 볼 종목에서 값진 메달을 획득했다.

리듬체조 월드컵 경기는 국내에 생중계되지 않는다. 경기를 볼 수 있는 방법은 리듬체조 전문 중계사이트(www.gymnasticsdvd.de/live/)를 통해 실시간으로 관전하는 것이다. 이 사이트의 채팅방에는 전 세계에서 리듬체조를 좋아하는 팬들이 모여 자국 선수 뿐 아니라 인기 선수들에 대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나눈다. 상당수의 네티즌들이 리듬체조에 대해 나름대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국내 네티즌들이 이 채팅방에서 손연재를 비난하면서 논란이 됐다. 점수가 지나치게 높게 나왔다는 말을 비롯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도 채팅방을 도배했다. 이들은 손연재가 실력보다 과대 포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상권 실력이 아니면서도 각종 CF 출연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점도 빠지지 않는다. 과연 손연재가 실제 기량과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재능과 노력,  해외 전문가도 인정한 기량

'리듬체조의 변방' 한국은 그동안 세계 정상급 선수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연재를 오랜 시간 지켜본 국내 리듬체조 전문가들의 의견은 대부분 일치한다. 한 전문가는 "아무리 못해도 세계선수권이나 올림픽 같은 대회에서 10위 안에 진입할 것"이라고 손연재의 가능성을 내다봤다.

손연재가 많은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기본기가 탄탄한 점과 음악을 타는 재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김지영 대한체조협회 경기위원장은 "연재는 어려서부터 일찍 리듬체조를 시작했기 때문에 기본기가 매우 튼튼하다. 재능과 더불어 지독할 정도로 노력도 한다. 그리고 리듬체조를 즐길 줄 안다"고 평가했다. 차상은 국제심판은 "연재는 난도 기술이 매우 정확하다. 음악을 자연스럽게 타면서 정확하게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들은 드문데 연재는 이러한 감각이 매우 뛰어나다"고 밝혔다.

리듬체조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2연패(2008 베이징올림픽 金, 2012 런던올림픽 金)를 달성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23, 러시아)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 있는 노보고르스크 훈련장에서 손연재와 함께 훈련을 했다. 당시 카나예바는 제일 먼저 연습장에 나와 가장 마지막으로 매트에서 나오는 손연재의 성실함을 칭찬했다. 또한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다리아 드미트리예바는 "손연재는 영혼을 표현하는 선수"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표현력이 뛰어나고 정확한 기술을 구사하는 손연재는 국제심판들에게도 인정을 받았다. 무엇보다 러시아 리듬체조의 대모인 이리나 비너르 러시아 리듬체조협회장의 눈에 띄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리듬체조 최강국' 러시아 선수들은 우선적으로 비너르 협회장에게 인정을 받아야 경쟁력 있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동유럽 선수들의 전유물이었던 리듬체조에서 동아시아 선수인 손연재가 올림픽 5위에 올랐다는 점도 뛰어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장점이 있는 반면 단점도 지적되고 있다. 결정적 상황에서 실수를 하는 것과 표현력의 다양성이 부족한 점 그리고 곤봉 종목에서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것은 손연재가 극복해야할 과제다.



곤봉 종목의 기복 극복이 과제

손연재는 8일(이하 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2013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시리즈 리스본 대회' 종목별 볼 결선에 출전해 난도(D) 8.600점, 실시(E) 8.800점을 합친 17.400점을 받았다. 17.450점을 받은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에 0.05점이 모자란 점수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시즌, 후프와 리본에서 주로 메달을 획득했던 손연재는 볼 종목에서 처음으로 월드컵시리즈 메달을 획득했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볼 종목의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수정한 점이 적중했다. 손연재는 올 시즌 새로운 볼 프로그램 곡으로 재즈 풍의 '조지아 온 마이 마인드'를 선택했다. 하지만 지난 3월초 출전한 '리듬체조 모스크바 그랑프리 2013'에서는 잦은 실수를 범했다. 결국 손연재의 지도자인 리표르도바는 볼 종목의 프로그램 곡을 새롭게 정하고 몇 가지 요소도 수정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손연재는 기존의 '조지아 온 마이 마인드' 대신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를 선택했다. 이번 대회에서 손연재는 기술의 난이도를 낮추고 독창적인 루틴과 표현력을 극대화하는데 신경을 썼다. 이러한 의도는 적중했고 6일 열린 개인종합 경기에서는 후프(16.900), 볼(17.200), 리본(17.100)에서 17점 내외의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러한 페이스가 곤봉까지 이어졌다면 최소 4~5위권 진입도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곤봉 종목에서 손연재는 크게 흔들렸고 수구를 수차례 떨어트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결국 15.000점의 낮은 점수를 받으면서 9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손연재는 모스크바 그랑프리 곤봉 결선에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열린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최상의 경기력을 펼치며 메달권에 근접했지만 곤봉 실수로 5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모스크바 그랑프리를 통해 이를 극복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곤봉 종목의 전망은 어둡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은 두 곤봉을 머리에 얹혀놓고 스텝을 걷는 루틴이 포함돼 있다. 또한 지난해 작품보다 한층 높아진 기술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곤봉 징크스'의 악몽이 다시 찾아왔다. 무엇보다 가장 마지막에 곤봉을 잡은 점이 문제였다. 이번 대회 최상의 컨디션으로 나설 수 없었던 손연재는 마지막 종목인 곤봉을 연기할 때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장기인 포에테 피봇이 흔들렸고 수구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졌다.

시즌 첫 월드컵 대회를 마친 손연재는 곤봉 종목의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수정할 예정이다. 시즌 초반 새로운 프로그램을 실험해 본 뒤 문제점이 있으면 새롭게 다듬는 것은 리듬체조에서 흔한 일이다. 자신의 몸에 맞는 프로그램을 완성할 경우 차기 대회에서는 이번 리스본 월드컵보다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또한 대회를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부상과 갑작스러운 질병은 선수들이 피하기 힘들지만 보다 철저한 몸 관리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

'여제' 카나예바가 떠난 리듬체조

2000년대 후반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리듬체조계는 '카나예바 천하'였다. 카나예바는 출전한 대부분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녀는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23)처럼 리듬체조에서 압도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2012 런던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은퇴의 길을 선택했다.

'절대 강자'는 사라졌지만 카나예바를 뒤를 이를 후계자들은 수두룩하다. 가장 눈에 띄는 이는 비너르로부터 '카나예바의 후계자'로 낙점을 받은 마르가리타 마문(18, 러시아)이다. 마문은 이번 리스본 월드컵에서 개인종합은 물론 정규 4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휩쓸었다. 카나예바처럼 고난도의 기술과 자신만의 독창적인 루틴을 자유자제로 구사하는 마문은 순식간에 '현역 최강'의 자리에 올라섰다.

현재 부상 중인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드미트리예바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 외에 알렉산드라 메르쿨로바(18, 러시아)도 호시탐탐 정상을 노리고 있다.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는 현재(12일 기준)까지 2개 대회가 마무리됐다. 런던올림픽 이후 대부분의 국가는 세대교체 작업을 마쳤고 새로운 신예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리스본 월드컵 우승자인 마문은 올 시즌 개인종합 최고 점수인 72.200점(리스본 월드컵)을 받았다. 71.700점(리스본 월드컵)을 받은 메르쿨로바가 그 뒤를 잇고 있고 에스토니아 '미스 발렌타인' 월드컵 우승자인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가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했다. 올 시즌에도 손연재는 아시아권 선수들 중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리스본 월드컵에서 개인종합 66.200점을 받은 손연재는 66.000점을 기록한 자밀라 라캄토바(우크라이나)를 제쳤다.

손연재는 지난 2011년 프랑스 몽펠리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1위에 올랐다. 그리고 1년 후에 열린 2012 런던올림픽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올 시즌도 손연재는 오는 8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올 시즌 새롭게 완성한 손연재의 프로그램 4개는 지난 해보다 기술의 난이도가 대폭 상승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새롭게 변경될 새로운 곤봉 프로그램에 녹아든다면 올해도 세계선수권 상위권 진입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 주말판 '엑스포츠뉴스+' 4호 발행…'점수 논란' 손연재 조명



엑스포츠뉴스의 주말판 매거진 '엑스포츠뉴스+(PLUS)' 4호가 발행됐습니다.

13일 발행된 '엑스포츠뉴스+(PLUS)' 4호는 올시즌 첫 월드컵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손연재 선수를 커버스토리로 다뤘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된 점수 논란과, 세대교체 물결이 거센 리듬체조에서 '국민 요정'으로 자리잡은 손연재 선수의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점검했습니다.

이밖에 신명철(대한체육회 90년사 편찬위원) 칼럼니스트가 전하는 '일본 야구의 산실' 고시엔 얘기와, 장원재(평창동계올림픽 자문위원) 칼럼니스트가 소개하는 '논어와 스포츠' 코너 등 다채롭고 깊이 있는 콘텐츠가 독자 여러분들을 기다립니다.

엑스포츠뉴스는 주말판 매거진 '엑스포츠뉴스+(PLUS)'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할 것을 독자여러분께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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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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