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얼마 전 모 방송국의 한 예능프로그램은 노인들이 합창 대회를 포맷으로 한 프로를 제작했다. '인생의 황혼기'에서 별다른 꿈도 없이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합창'은 인생의 달콤함을 다시 한번 전해주는 촉매제가 됐다.
이처럼 노인들의 합창을 그린 영화가 찾아왔다. 폴 앤드류 윌리엄스 감독의 '송 포 유'는 합창 대회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노년기를 맞이하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암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메리언(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분)의 표정은 언제나 밝다.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나날을 살고 있지만 자신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감을 느낀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살아가는 메리언은 남편인 아서(테런스 스텀프 분)와 함께 살아간다. 메리언은 암에 걸렸지만 노래를 부르는 것에 만족해하며 '행복'을 느낀다. 반면 여전히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아서는 아내인 메리언을 제외한 다른 타인들에게 마음을 닫는다.
불편한 몸으로 힘들게 합창 연습을 하는 아내도 못마땅해 한다. 하지만 자신이 죽을 때까지 옆에 있자고 다짐했던 아내는 먼저 눈을 감는다. 스스로 "내 인생에는 아내 밖에 없었다"라며 흐느낀 아서는 타인들은 물론 유일한 자식인 아들 제임스(크리스토퍼 애클리스턴 분)와의 연도 끊는다.
아서는 남의 간섭을 받지 않고 홀로 아내의 뒤를 따라가려고 결심한다. 그러나 아내의 흔적을 쫓아가던 도중 자신도 모르게 노인 합창단이 연습을 하는 장소로 걸어간다. 그곳에서 합창단을 지도하고 있던 음악 교사 엘리자베스(젬마 아터튼)의 권유로 아내 대신 합창단의 솔로를 맞는다. 죽은 아내를 대신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아서는 황혼기에서 인생의 또 다른 참맛을 느낀다.
노인들이 부르는 노래는 젊은이들에게 느낄 수 있는 '힘'이 없다. 엘리자베스가 가르쳐주는 '로봇춤'을 따라하던 어느 노인은 평소 앓고 있던 목 디스크로 고생한다. 힘도 경쾌함도 없지만 그곳에는 잔잔한 감동이 흐르고 있었다. 왜 숨이 끊어지는 그 날까지 매일 매일을 열심히 살아야 하는지, 죽을 때까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여겨야하는지를 '송 포 유'는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이 영화의 두 남녀 주인공 배우는 모두 70대 중반의 노배우다. 1965년에 데뷔한 테렌스 스탬프는 고집불통에 까칠한 성격의 노인인 아서로 분했다. 영국 출신의 명배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맨발의 이사도라', '줄리아', '오리엔트 특급살인사건'등 추억의 명화에 출연했던 그녀는 76세의 나이에도 꿋꿋하게 연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노인들 틈에서 풋풋한 음악 교사로 등장한 '할리우드의 신성' 젬마 아터튼은 최근 '헨젤과 그레텔 : 마녀사냥꾼'에 출연해 낯익은 배우다. 18일 개봉 예정.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송 포 유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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