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구리, 강산 기자] "빠른 승부로 역대 최단시간 경기 도전해보겠다."
LG 트윈스 사이드암 우규민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제는 불펜이 아닌 선발투수로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김기태 LG 감독은 이미 올 시즌 선발진 구상을 마쳤다. 래다메스 리즈-벤자민 주키치로 이어지는 원투펀치에 임찬규-우규민-신정락을 토종 선발로 점찍었다. 2006년 30세이브를 올리는 등 특급 마무리의 면모를 보인 우규민은 이제 팀의 풀타임 선발로 거듭났다.
입대 전인 2009년까지 구원으로만 나선 그는 경찰청 소속이던 2011년 선발로 나서 15승 평균자책점 2.34를 기록,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해 1군 무대에서 3차례 선발 등판, 6월 16일 KIA전서 7이닝 비자책 승리를 따냈고, 22일 롯데전서도 5⅓이닝 2실점하며 제 몫을 해냈다. 그리고 올 시즌 당당히 팀의 선발로테이션에 합류한 우규민이다.
선발 진입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지난 1월 초 실시한 구단 체력테스트에서 기준치에 도달하지 못해 전지훈련 명단에서 제외된 우규민은 결국 50여일 후인 지난달 26일에야 2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에 합류했다. 오키나와에서 보낸 시간은 1주일, 실전 등판은 한 차례 뿐이었다. 하지만 2차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1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2경기에서 나란히 5이닝을 소화했다는 점과 탈삼진 6개를 잡아내는 동안 사사구가 한 개도 없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우규민은 27일 LG 2군 구리구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풀타임 선발 첫해를 맞이하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맞춰잡는 게 포인트다"고 강조하며 "올해 역대 최단시간 경기에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역대 프로야구 최단 시간 경기는 1985년 9월 21일 구덕구장에서 열린 청보-롯데전이었다. 이 경기는 1시간 33분 만에 롯데의 3-0 승리로 끝났다. 이 기록은 28년이 지난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요즘 추세에서 1시간 33분 이내에 경기를 끝내기란 사실상 불가능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우규민이 '역대 최단시간 경기 도전'을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야수들에 대한 배려다. 그만큼 빠른 승부를 하겠다는 얘기다. 그는 "고생하는 야수들을 위해 빠른 승부를 펼치겠다. 타자들도 빨리 치면서 감을 잡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수비 시간을 줄이면서 타격감은 유지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미다. 수비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 집중력도 떨어지면서, 타격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우규민은 시범경기 첫 등판부터 "맞춰잡는 것이 관건이다"고 말해왔다. 지난 13일 창원 NC전서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뒤에도 "포인트는 맞춰잡기다. 나는 삼진 잡는 투수가 아니다"며 "수비가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 맞춰 잡으면서 빠르게 승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도 우규민을 포함한 토종 선발진에 대해 "확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잘할 것으로 믿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 풀타임 선발로 변신한 우규민의 '빠른 승부'가 팀에 시너지효과를 가져다줄지 관심이 모인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우규민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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