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원민순 기자] 배우 이요원, 김소은, 엄현경이 민폐를 쏙 뺀 사극녀 계보를 탄생시키며 '마의' 종영을 맞이했다.
지난해 10월 1일 첫방송한 MBC 월화드라마 '마의'(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 최정규)는 3월 25일 방송된 50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의'는 방영 내내 월화극 최강자 자리를 유지해오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중심에는 일명, 조승우의 여자들이라 불린 이요원, 김소은, 엄현경이 있었다. 세 사람은 그동안 수동적이고 민폐를 끼치는 캐릭터가 주를 이뤘던 사극 속 여성들을 새롭게 재해석하며 新 사극녀들을 탄생시켰다.
이요원이 맡은 강지녕은 노비의 딸로 태어났으나 부모가 은인의 아들 백광현과 바꿔치기하는 바람에 고아로 버려져 관비로 자라다가 혜민서 의녀가 된 인물이다. 사실 이요원을 두고 조승우에 비해 무존재감이라는 비난이 일기도 했지만, 이요원은 초지일관 꿋꿋하게 강지녕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에 이요원이 연기한 강지녕은 극 후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난 상황에서도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자신이 처한 운명에 스스로 맞서며 민폐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였다. 의녀로서도 진취적이었다. 강지녕은 사익을 남기지 않는 치종원이라는 약방을 만들고 남자로 변장하면서까지 전국적인 약계를 이끄는 등 백성들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기존의 사극녀 캐릭터보다 진화한 면모를 드러냈다.
김소은과 엄현경 역시 각각 숙휘공주와 소가영 역을 맡아 한층 물오른 연기력으로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사극녀 캐릭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김소은은 극중 백광현을 짝사랑하는 숙휘공주 역을 맡아 귀여운 철부지 공주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내며 사극을 현대극의 로맨틱 코미디로 바꾸는 힘을 발휘했다. 오죽하면 김소은에게 매료된 시청자들은 조승우의 옆자리에 이요원이 아닌 김소은을 강력 추천하기까지 했을까. 이는 단아, 단정, 조신 등의 공주 이미지를 뒤엎어버린 김소은의 연기가 제대로 통한 것이었다.
1월 8일 방송된 29회부터 중간투입된 엄현경은 사암도인의 제자 소가영으로 조선시대 엉뚱한 4차원녀의 톡톡 튀는 연기를 선보였다. 소가영으로 분한 엄현경은 스승인 사암도인을 구박하는가 하면, 사암도인의 귓불을 잡고 반말을 일삼는 등 기존 사극에서 볼 수 없는 엽기적이고 중성적인 캐릭터를 거부감 없이 소화해냈다. 소가영과 혼연일체된 엄현경의 자연스런 연기는 '마의'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에 조선시대에 소가영 같은 여인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바로 사라져버렸다.
뻔한 사극녀 캐릭터에 돌직구를 던진 이요원, 김소은, 엄현경. '마의'의 종영으로 민폐가 없어 아름다웠던 그녀들의 연기를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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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요원, 김소은, 엄현경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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