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할리우드에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있다면 유럽에는 아그네츠카 홀란드가 있다. 폴란드 출신의 여성 감독은 홀란드는 단순히 영화 연출자를 넘어서 지금은 거장의 반열에 올라선 ‘영화인’이다.
남성 감독 못지않은 힘 있는 연출력과 빈틈없이 영화를 만드는 솜씨는 비글로우와 비슷하다. 비글로우가 '허트 로커'(2008)와 '제로 다크 서티'(2012)에서 뛰어난 연출력을 자랑했다면 홀란드는 2차 세계대전을 그린 '어둠 속의 빛'(2011)에서 자신의 역량을 과시했다.
4월11일 개봉 예정인 '어둠 속의 빛(In Darkness)'은 레오폴드 소하란 폴란드인이 11명의 유태인들이 나치의 수색을 피할 수 있도록 하수구에 은신처를 만들어 준다는 내용이다. 2차 대전 당시 실제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됐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공개돼 호평을 받았고 타임지를 비롯한 각 언론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독일과 폴란드가 합작한 이 영화는 140분의 긴 시간 동안 칠흑 같이 어두운 하수구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한줄기 빛'이라고는 도저히 비춰지지 않는 어둠 속에서 11명의 유태인들은 나치가 폴란드에서 철수하기를 기다린다. 420일의 긴 시간동안 하수구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유태인들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생존을 위해 배신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레오폴드 소하는 이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하지만 그는 유태인들을 돕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갈등한다. 발각이 됐을 때는 자신은 물론 가족들이 교수형을 당하기 때문이다.
나치의 가혹한 탄압에서 유태인들을 구원한 대표적인 영화로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1993)가 있다. 스필버그 최고의 작품으로 칭송받는 이 작품은 큰 호평을 받았지만 주인공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와 비교해 '어둠 속의 빛'에 등장하는 폴란드인 소하는 매우 평범한 인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휴머니스트'와는 거리가 멀었던 소하는 그저 가족들을 먹여 살릴 돈을 벌기 위해 유태인들을 돕는다. 하지만 이들과의 교류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정'이 쌓인다. 사소한 정 때문에 다시 유태인들을 돕기 시작하지만 나치에 고발을 할 경우 거대한 상금을 챙길 수 있다.
눈을 떠도 뜬 것 같지 않을 정도로 사방이 어두운 하수구에서 인간이 어떻게 생존해나가는 지를 홀란드 감독이 매우 생생하게 표현해냈다. 이 영화에 출연한 독일과 폴란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볼거리다.
홀란드 감독은 이미 20년 전, '유로파 유로파'(1990)를 통해 나치의 학대를 받는 유태인을 등장시켰다. 유태인 아버지를 둔 홀란드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뿌리인 유태인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어느덧 '할머니 감독'이 된 그녀는 11명의 유태인들이 지하수에서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았던 '어둠 속의 빛'으로 돌아왔다. 4월11일 개봉예정.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어둠 속의 빛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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