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도쿄(일본) 서영원 기자]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로 일본야구가 신이 났다. 일본은 대회 3연속 4강 진출을 넘어 3연속 우승까지 노리는 상황이다.
현지에서 지켜본 일본야구의 기쁨 속에는 국제대회에 목마른 일본야구의 갈증도 한몫했다. 현재 일본은 올림픽 정식종목에 야구가 채택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WBC 2라운드가 열린 도쿄돔 현장에서도 올림픽 진입을 간절히 바라는 메시지가 포함돼 있다. 일본이 그토록 올림픽 야구에 목메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일본의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일본 어린이들의 장래희망에서 프로야구 선수가 아닌 J리그선수(축구)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J리그가 프로야구의 인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조바심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본프로야구는 70년 이상 지속되며 그동안 나올 수 있는 시나리오는 모두 나왔다는 평가가 많다. 메이저리거를 배출했으며, 세계대회 우승까지 야구라는 틀 안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모두 이뤄왔다.
노모 히데오, 스즈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 열풍을 가져올 때만 해도 일본은 ‘서양의 거인을 상대로 일본인이 맞선다’라는 다소 전투적인 문구로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최근 일본야구에서 꽤나 한다는 선수는 대부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이 때문에 일본 팬들에게 메이저리그는 그리 낯선 영역이 아닌 곳으로 변했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스포츠 유망주들에게 진부한 이야기가 됐다는 지적이 있다. 니칸스포츠는 “야구에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라며 현 일본야구의 상황을 대변했다.
스토리 부재와 2002 한일월드컵 붐을 받은 J리그의 성장은 스포츠 유망주들의 축구 유입으로 이어졌다. 일본야구의 조바심에 불을 지르는 계기가 됐다.
일본의 유명한 야구잡지 슈칸베이스볼은 “프로야구도 스타 배출을 위해 먼저 다가가야한다”라는 논조를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야구의 희망이 된 것은 국제대회였다. 제 1회 WBC 우승은 일본야구에게 천금같은 터닝포인트였다. 야구의 전설 왕정치를 비롯해 이치로, 마쓰자카 등 선망의 대상들이 세계 정상에 올라서는 모습이 어린이들에게 큰 자극제가 됐다.
당시 일본 대표팀의 캐치프래이즈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야구 사나이들’이라는 문구로 어린 팬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이에 맞춰 유명 야구 만화인 ‘메이저(Major)’도 WBC를 주제로 시리즈를 내며 국제대회 중요성에 기름을 부었다. 기존 야구 유망주들은 단순히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라는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WBC 우승 후 ‘야구선수로 성장해 세계제일이 되고 일본야구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다’는 식으로 거창해졌다.
일본야구는 이러한 이유를 앞세워 2020년 올림픽의 도쿄 유치와 야구의 올림픽 진입을 대외적 과제로 삼고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도쿄돔에 위치한 야구박물관에도 어쩌면 굴욕적이기까지 한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관련 용품을 전시했다. 또 야구와 소프트볼의 협회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야구선수들도 이러한 분위기에 적극 동참했다. 마쓰이 히데키는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 뛰겠다고 밝혔으며, 일본대표팀 주장 아베 신노스케는 “올림픽 환송식에 야구가 없다는 것이 분했다”라며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또 국제야구연맹(IBAF)에서 새로 창설한 ‘프리미어 12’ 대회도 2015년 도쿄돔에서 개최하기로 잠정 합의됐다. 이 대회는 사라진 야구월드컵을 대신하고 WBC 대회 사이의 공백기를 줄이자는 취지에서 만든 대회다. 프로선수 참가가 합의됨에 따라 일본은 국제대회에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또 얻었다.
일본야구가 올림픽에 조바심을 내는 이유를 단 한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야구 유망주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국제대회를 통해 새로운 시나리오를 창출하려는 그들의 움직임은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서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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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