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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링컨', 그의 위대함은 '빛'과 '그림자'에서 나온다

기사입력 2013.03.14 19:52 / 기사수정 2013.03.14 20:1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당신처럼 국민들에게 사랑받은 대통령은 없었어요. 그만큼 당신에게는 힘이 있다는 뜻입니다."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대통령이야 말로 진정으로 '행복한 지도자'가 아닐까. 영부인 메리 토드 링컨(샐리 필드 분)은 자신의 남편에게 위와 같이 말한다. 국민들의 사랑을 헛되이 쓰지 말라고.

국민들에게 받은 사랑과 존경, 이러한 힘을 에이브러햄 링컨(1809.2.12 ~ 1865.4.15)은 어디에 쏟아 부었을까?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신념을 가졌던 그는 세상을 바꿀 '인류 평등'에 투자했다.

미국 16대 대통령인 그는 민주주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연설과 국민들과 담소를 나누는 친화력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는 '존경받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온전히 간직하면서 편안한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신념의 인간이었다. 노예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그의 의지는 신도 꺾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그래서 노예제 폐지를 위해 헌법 13조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그의 '필생의 목표'가 되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링컨'은 남북전쟁이 종결되고 헌법 13조가 수정되기까지 걸린 4개월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헌법 수정안 통과를 위해 '로비'까지 불사하는 링컨 


영화에는 남북 전쟁에 참전한 흑인 병사들과 대화를 나누는 한 인물의 뒷모습이 담긴 장면이 나온다. 어깨를 구부정하게 숙이고 턱수염을 기른 그는 평범한 상류계급의 신사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통치하는 대통령이었다.

링컨(다니엘 데이 루이스 분)은 백악관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했다. 영화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대통령에게 상담하러 온 한 소시민 부부의 모습을 담백하게 찍었다. 링컨은 이들을 자신의 손님으로 생각하며 매우 정중하게 맞이한다. 그는 남북전쟁으로 인한 고통, 노예 제도 폐지에 대한 의견,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모두 귀담아 듣는다.

최고의 위치에 있어도 '인간' 링컨에게 권위적인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지나칠 정도로 잔소리가 심한 아내 메리에게도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장관들과 의원들이 내뱉는 거침없는 비판도 묵묵하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링컨의 모습은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관대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낮고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주변 사람들을 설득한다. 전쟁을 불사해서라도 왜 헌법 13조 수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지. 젊은 군인들의 희생은 안타깝지만 앞으로 태어날 모든 인간들을 위해 노예 제도를 폐지해야만 하는 이유를 담담하게 설파한다. 

링컨이 이끄는 북부군과 노예제도 폐지 반대를 외치는 남부군의 전쟁은 소강상태에 들어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부군은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자며 평화협정을 제시한다. 링컨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노예제도 폐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을 새로운 헌법으로 완성시키지 못하면 전쟁이 끝나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링컨은 노예제도 폐지를 위한 헌법 13조 수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다.

'노예 해방'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의원 20명의 표였다. 공화당 소속이었던 링컨은 자기 당원들이 모두 헌법 수정안 13조 통과에 찬성표를 던져도 20표가 더 필요한 것을 확인한다. 이를 위해 민주당원들을 직접 찾아가 설득에 나선다. 또한 이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로비를 할 사람들도 고용한다.

인류 평등을 위한 결과물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링컨의 모습은 숭고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그동안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로비하는 링컨'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정의 실현을 위해 땀과 눈물을 아끼지 않는 링컨의 모습이 '빛'이라면 로비를 하는 링컨의 또 다른 모습은 '그림자'라고 하겠다. 



스필버그 감독은 링컨의 양면성을 설득력 있게 묘사했다. 링컨은 미국을 이끄는 대통령이기 전에 한 가정을 지키는 가장이다. '대통령 링컨'과 '아버지 링컨'이 보이는 모순된 모습이 그려지면서 그가 내면적으로 겪는 갈등이 드러난다. 결국 링컨은 '인류 평등 실현'이라는 대의를 위해 좋은 남편과 아버지가 되는 것을 포기한다. 링컨은 우울증에 걸린 아내의 목소리를 외면한다. 또한 둘째 아들을 잃은 상황에서 첫째인 로버트(조셉 고든 레빗)를 군대에 입대시킨다.

영화 '링컨'은 한 인간의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위인을 신격화하지 않았다. 스필버그 감독은 주름이 가득 찬 링컨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장면을 자주 보여준다. 대의를 위해 희생해야 할 것이 많았던 '인간 링컨'의 고뇌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깊이 있는 표정 연기를 통해 읽을 수 있다.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남우주연상 3회 수상자가 된 다니엘 데이 루이스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기획 때부터 '링컨' 배역을 맡을 배우를 점찍었다. 스필버그는 "링컨을 실제 인물처럼 연기하고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배우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나의 왼발'(1989)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처음 수상했다. 32세의 나이로 오스카를 거머쥔 그는 18년 뒤 '데어 윌 비 블러드'(2007)로 두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됐다. 쉼 없이 노력하고 공부하는 배우로 유명한 그는 배역 선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스필버그의 선택과는 다르게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자신이 '링컨'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자신이 링컨과 어울릴 지에 대해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필버그는 "링컨을 제대로 소화할 배우는 자네 밖에 없네"라며 간곡히 요청했다. 스필버그의 간절한 부탁에 마음을 바꾼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살을 빼고 턱 수염을 기르며 '링컨'으로 변신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하는 '링컨'은 실제 링컨과 매우 비슷하다. 구부정한 어깨와 느린 말투 그리고 천천히 걷는 걸음걸이까지 링컨의 세부를 거의 완벽하게 재현했다. 링컨은 자신의 고뇌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홀로 묵묵히 이겨온 인물이다. 이러한 모습을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깊이 있는 표정 연기를 통해 생생히 살려냈다.

그 결과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링컨'으로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세 번이나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가 됐다. 



[사진 = 링컨 스틸컷]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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