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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캐치 콜]'유럽야구 돌풍, 야구의 세계화' 어떻게 볼 것인가

기사입력 2013.03.14 13:50 / 기사수정 2013.03.14 14:47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신명철 칼럼니스트] 네덜란드-쿠바, 일본-대만, 이탈리아-도미니카공화국, 미국-푸에르토리코.

얼핏 보면 어느 종목의 8강 대진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4차례 우승에 빛나는 이탈리아와 3차례 준우승의 네덜란드를 보면 축구 월드컵 같기도 하지만 대만(171위)과 푸에르토리코(129위)의 국제축구연맹 랭킹을 보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대진이다.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유럽 나라로는 처음으로 네덜란드가 8강에 오른데 이어 이번 제3회 대회에서 유럽의 또 다른 야구 강국 이탈리아가 1라운드에서 멕시코와 캐나다를 6-5, 14-4로 연파해 한국을 5-0, 호주를 4-1으로 꺾은 네덜란드와 함께 1라운드를 통과하면서 축구 월드컵을 떠올릴 만한 대진이 완성됐다.

우리나라가 1라운드에서 떨어져 아쉬움이 많지만 ‘야구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그리고 야구의 올림픽 복귀라는 세계 야구계의 희망 사항을 해결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야구는 축구에 견줘 세계화 수준이 크게 뒤진다. 2013년 현재 110명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 가운데 유럽과 아프리카, 남미 대륙 위원은 60여명에 이른다. 이들 대륙의 야구 수준은 이번 대회에 나선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일부 나라와 남미의 브라질 정도를 빼고는 말 그대로 걸음마 수준이다. 이들 대륙 출신 IOC 위원들의 야구에 대한 인식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 네덜란드와 이탈리아가 모두 8강 진출에 성공해 올림픽 운동을 이끌고 있는 유럽 출신 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오는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제125차 IOC 총회에서 야구(남자)와 소프트볼(여자)을 하나의 종목으로 묶어 올림픽 무대에 다시 올려놓는다는 전략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듯한 분위기에서 네덜란드와 이탈리아의 선전은 야구의 올림픽 복귀에 큰 힘이 될 듯하다.

WBC가 출범하기 전 국제야구연맹의 최대 현안은 야구를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팬들이 잘 알고 있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1988년 서울 대회 훨씬 이전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 때 올림픽 시범종목으로 야구가 첫선을 보였는데 아쉽게도 관련 기록이 없다. 1912년 스톡홀름 대회에서는 미국이 스웨덴을 13-3으로 눌렀고 1924년 파리 대회에서는 미국이 프랑스의 지역 클럽을 5-0으로 이겼다. 이 경기는 시범경기라는 말 그대로 4이닝으로 진행됐다. 1936년 베를린 대회에서는 9만여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라이히스포트펠트에서 미국에서 건너간 두 팀이 경기했다.

1952년 헬싱키 대회에서는 핀란드식 야구인 ‘피니시 베이스볼(Finish Baseball)'을 핀란드팀끼리 치렀다. 세계 이곳저곳에는 우리나라의 ‘찜뽕’ 같은 야구와 비슷한 공놀이가 있는데 피니시 베이스볼도 그 가운데 하나다. 1956년 멜버른 대회와 1964년 도쿄 대회에서는 개최국인 호주와 일본이 각각 미국을 상대로 경기를 가졌다. 멜버른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열린 1956년 대회 시범경기에는 11만4천명의 기록적인 관중이 크리켓의 사촌쯤 되는 야구 경기를 지켜봤다.

도쿄 대회 이후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시범경기이긴 하지만 제대로 된 대진을 짜 경기를 치렀다. 백(白)조에는 대만(1983년 아시아선수권대회 1위), 소련 등 불참 대열에 합류한 쿠바 대신 나선 도미니카공화국, 이탈리아(1983년 유럽선수권대회 1위) 그리고 개최국 미국이 편성됐다. 청(靑)조에는 캐나다와 일본, 한국(1982년 세계선수권대회 1위), 니카라과(1983년 범태평양대회 2위)가 들었다.

미국이 한국을 5-2, 일본이 한국을 2-1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고 일본이 미국을 6-3으로 꺾고 우승했다. 그때 미국 대표팀에는 뒷날 메이저리그에서 맹활약하게 되는 마크 맥과이어, 배리 라킨 등이 포함돼 있었다. 대만은 3위 결정전에서 한국을 3-0으로 꺾었는데 훗날 일본 프로 리그에서 뛰게 되는 강속구 투수 구오타이유안(곽태원)이 기둥 투수였다.

이 대회 한국 대표팀은 김용수 윤학길 선동열 박노준 이상군 한희민(이상 투수) 김영신 장호익(이상 포수) 김형석 강기웅 백인호 김용국 안언학 유중일(이상 내야수) 이순철 박흥식 최계영 이종두 이강돈(이상 외야수) 등이었다.

이 대회에서 이탈리아는 조별 리그에서 1승 2패로 4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남미의 야구 강호 도미니카공화국을 10-7로 이겼다. 1988년 서울 대회에는 호주 캐나다 한국 미국(이상 백조), 대만 일본 네덜란드 푸에르토리코(이상 청조)가 조별 리그를 벌였고 준결승에서 일본이 한국을 3-1, 미국이 푸에르토리코를 7-2로 꺾고 결승에 올라 이번에는 미국이 일본을 5-3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한국은 푸에르토리코에 0-7로 졌다. 이 대회에서도 네덜란드는 1승2패로 4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아시아의 야구 강국 대만을 6-1로 이겨 만만치 않은 실력을 자랑했다.

미국의 ‘조막손 투수’ 짐 애보트가 화제가 됐던 이 대회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조계현 송진우 김기범 이광우 박동희 이강철(이상 투수) 장호익 김태형 김동수(이상 포수) 김경기 권택재 강기웅 강영수 송구홍 최해명 황대연(이상 내야수) 노찬엽 이석재 백재우 최훈재(이상 외야수)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 가운데 송진우 조계현 김기범 등은 시범경기인데도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타당성이 별로 없는 결정에 따라 프로 진출이 1년 유보됐다.

프로 선수를 빼고도 호화 멤버인 한국이 두 대회 연속 4위에 그치는 동안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는 2013년의 돌풍을 예비하고 있었다.



신명철 칼럼니스트 sports@xportsnews.com

[사진=네덜란드 대표팀 ⓒ 엑스포츠뉴스DB]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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