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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라스트 스탠드', 액션 영웅의 귀환은 초라하지 않았다

기사입력 2013.02.19 19:24 / 기사수정 2013.02.21 18:5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아놀드는 미국 액션 영화의 아이콘 같은 인물입니다. 그동안 아놀드는 스크린 상에서 인류 최강의 인물로 그려졌지만 저는 이것을 원치 않았어요. 세월이 흐른 만큼 인간적인 아놀드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의도를 그에게 얘기했고 아놀드도 흔쾌히 받아들였어요."

지난 13일 김지운 감독은 자신의 할리우드 데뷔작 '라스트 스탠드' 국내 시사회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이 영화는 '액션 영웅' 아놀드 슈왈제네거(65)의 복귀 작이다. 슈왈제네거는 캘리포니아 주지사 임기를 마치고 10년 만에 배우로 돌아왔다.

인류를 구원한 '터미네이터'도 어느덧 60대 중반의 '노인'이 됐다. 환갑을 훌쩍 넘은 슈왈제네거가 전성기 시절처럼 액션 연기를 펼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자신의 한계를 인정한 슈왈제네거는 예전과는 다른 캐릭터를 원했다. 김지운 감독 역시 슈왈제네거의 한계를 생각하면서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냈다.

'라스트 스탠드'에서 슈왈제네거가 맡은 배역은 인구 1500명이 사는 작은 마을의 보안관 레이 오웬스다. 레이는 전성기 시절 LA에서 활약한 강력계 형사였다. 하지만 나이를 지긋이 먹은 뒤 멕시코가 보이는 국경 마을인 섬머튼으로 귀향했다. 대도시인 LA와는 대조적으로 섬머튼에서는 강력 범죄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하루의 소소한 일과를 마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최후의 일전'이 다가온다. FBI의 추격을 받고 있는 '마약왕' 가브리엘 코르테즈(에두아르도 노리에가 분)가 섬머튼으로 향한다. 연방 법원으로 호송되던 코르테즈는 삼엄한 경비망을 뚫고 탈출에 성공한다. 카레이서 출신인 그는 최대 시속 450km를 달릴 수 있는 슈퍼카 ZR1를 훔쳐 도주한다.

멕시코 국경을 넘어서 FBI 추격을 뿌리치는 것이 코르테즈의 목적이다. FBI의 대규모 추격을 따돌리고 섬머튼으로 향하던 그의 질주는 거침이 없었다. 반면 섬머튼 파출소의 인원은 레이를 포함해 고작 4명에 불과하다. 코르테즈는 자신의 부하들을 동원해 섬머튼을 초토화시키도록 명령한다. 그러나 노련한 레이의 작전에 악당들은 하나 둘씩 무릎을 꿇는다. 늙은 보안관에게 자신의 부하들을 모두 잃은 코르테즈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사이에 둔 다리에서 레이와 한판 대결을 펼친다.



'노병' 슈왈제네거, '인간미 넘치는 영웅'으로 변신


슈왈제네거는 1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지만 그의 연기력은 흡입력이 있었다. 그가 처음 미국 영화에 출연했을 때 대사의 양은 극히 적었다. 오스트리아 출신이었던 그는 영어에 서툴렀다. 신인 시절 슈왈제네거는 대사를 최대한 줄이고 '근육질로 다져진 몸'을 내세워 스크린을 지배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슈왈제네거는 자신의 한계점을 극복했다. '라스트 스탠드'에서는 그동안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슈왈제네거의 감정 연기를 확인할 수 있다. 레이가 아끼던 후배 경찰은 코르테즈의 부하에게 목숨을 잃는다. 경찰관의 꿈을 한창 키워나가던 부하의 죽음에 보안관은 눈물을 글썽인다. '완벽한 영웅'을 주로 연기했던 슈왈제네거는 영화 속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적인 면모에 비중을 둔 '라스트 스탠드'에서는 그도 진한 눈물 연기를 선보였다.

김지운 감독은 "아놀드가 연기한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기 위해 부하의 죽음을 보고 슬퍼하는 장면을 넣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장면 이외에도 레이는 후배 경찰에게 "대도시는 일이 많지만 그리 좋은 곳은 아니다"라며 섬머튼이란 시골을 지키는데 충실하라고 권유한다. 범죄가 넘치는 LA를 떠나 작은 시골 마을로 귀향한 레이의 모습은 전성기가 지난 액션 스타의 이미지와 겹친다.

젊고 힘이 넘치는 악당들을 상대로 레이는 고전하지만 노련미를 앞세워 차례차례 제압한다. 늙은 보안관인 레이의 활약을 본 주민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레이는 이러한 주민들에게 "이제 늙었어요"라고 토로한다. 이 장면은 레이의 모습 뿐만이 아닌 60대를 훌쩍 넘어선 슈왈제네거의 현실이기도 하다.

노인이 된 슈왈제네거는 더 이상 '무적'이 아니다. 예전처럼 악당들을 일거에 쓰러트리지 못하고 '고전 끝'에 제압한다. '코난', '터미네이터'를 기억했던 영화 팬들은 이러한 모습에 실망감을 느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슈왈제네거는 자신이 '노병'임을 인정하고 현실적인 액션 연기를 펼쳤다. 자신의 연령대에 맞게 연기한 액션 연기는 '라스트 스탠드'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슈왈제네거의 '인간적인 영웅상'은 액션 연기에 그치지 않는다. 주름이 가득한 슈왈제네거의 얼굴이 자주 클로즈업 된다. 김지운 감독은 "아놀드의 주름 사이에서 연륜과 인간적인 냄새, 그리고 온기들이 느꼈다. 그의 모습이 클로즈업된 장면을 무척 좋아한다"고 털어놓았다.



슈왈제네거의 귀환이 초라하지 않은 복귀작


'라스트 스탠드'에서 주인공인 레이 다음으로 인상적인 캐릭터는 '무기 마니아'인 루이스(조니 녹스빌 분)다. 고대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종 무기들을 수집하고 있는 루이스는 섬머튼 파출소에 무기를 공급한다. 고대 투구를 쓰고 익살스럽게 악당을 쓰러뜨리는 그의 모습은 김지운 감독의 전작 '놈놈놈'에 등장한 송강호를 떠올리게 한다.

김지운 감독은 "조니 녹스빌이 연기한 캐릭터는 놈놈놈의 송강호 씨가 맡았던 이상한 놈, 태구 역을 끌어들였다. 놈놈놈에서 송강호 씨가 잠수모를 쓰고 총알을 머리로 튕겨내는 장면에서 약간 유별나고 엉뚱한 캐릭터(루이스)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뜨개질을 하던 할머니가 갑자기 총을 꺼내 자신을 모욕한 악당을 쏘는 장면도 김지운 감독의 아이디어로 완성됐다. 긴박하게 이어지는 액션 속에 재치 넘치는 유머를 집어넣은 점이 쏠쏠한 재미를 준다.

슈왈제네거는 '라스트 스탠드'를 통해 '인류 최강의 영웅'에서 '인간적인 영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올 초 미국에서 이 영화가 개봉하자 상당수의 언론은 호평을 쏟아냈다. 할리우드 리포트와 버라이어티는 '라스트 스탠드'에 대해 신선(Fresh)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대중문화 전문 사이트인 '아티스트디렉트닷컴'은 "트루 라이즈 이후 슈왈제네거가 출연한 최고의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전 세계 흥행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500만 달러(약 48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라스트 스탠드'는 15일까지 흥행수입 2762만8000 달러(약 300억원)에 그쳤다.

이 영화는 오는 21일 국내에 개봉된다. 평단의 후한 점수와는 달리 흥행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한 '라스트 스탠드'가 국내 영화팬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사진 = 아놀드 슈왈제네거, 김지운 감독 (C) 라스트 스탠드 스틸컷]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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