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구리, 스포츠부 강산 기자] 사상 유례없는 특단의 조치다. 호칭 변경 없는 지휘권 교체, 무엇을 의미할까.
구리 KDB생명 위너스와 안산 신한은행 에스버드의 KDB금융그룹 2012~2013 여자프로농구 6라운드 경기가 열린 3일 구리시체육관. 경기 전 이옥자 KDB생명 감독은 취재진에게 "우리 팀에 작은 변화를 줬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오늘부터 이문규 코치가 지휘권을 넘겨받게 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취재진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짙은 의구심이 남는 대목이 있다. 이옥자 감독과 이문규 코치 모두 호칭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날 경기에서 두 사람의 포지션은 완전히 바뀌었다. 작전 지시와 전술적인 부분 모두 이 감독이 담당했다. 심지어 중계방송사의 하프타임 인터뷰도 이문규 코치가 했다. 이문규 코치는 경기 내내 일어서서 작전을 지시했고, 이옥자 감독은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작전 시간 도중 선수들에게 간단한 조언만 건네는 정도였다. 누가 봐도 이옥자 '코치'와 이문규 '감독'의 조합으로 보였다. 잔여 시즌에도 이런 형태로 팀을 운용한다. 그런데 호칭 변경은 없다.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임은 틀림없다.
KDB생명 구단 관계자는 "코칭스태프 간의 논의 후 이뤄진 조치다"며 "이옥자 감독이 경질되거나 총감독으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변화를 위한 조치다. 감독, 코치 호칭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결정에는 지난 1일 KB스타즈전 패배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 2연승의 상승세를 타던 KDB생명은 이날 경기에 패하면서 4강 진출 마지노선인 4위 KB스타즈와의 승차가 4경기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 경기에 패한 뒤 구단에서 코칭스태프에게 향후 대책을 물었다. 그래서 이옥자 감독과 이문규 코치가 상의 끝에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구단도 흔쾌히 'OK' 사인을 냈다.
다행히 KDB생명은 이날 경기에서 73-63으로 승리했다. 4위 KB스타즈와의 승차도 3경기로 줄었다. 그야말로 4강을 향한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이문규 코치는 경기 후 "우울하고 침울한 분위기에서 선수들이 잘 극복하고 뛰어줘서 너무 기쁘다"며 "이옥자 감독도 선수들 뛰는거 보고 기뻐하는 걸 보니 나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일단 '분위기 쇄신'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모양새다.
결국은 결과론이다. 이옥자 감독과 이문규 코치의 지휘권 교체 이후 팀이 무서운 상승세를 탄다면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반면 이날의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무기력한 플레이를 보인다면 KDB생명의 조치는 도마 위에 오를 것이 뻔하다. KDB생명의 다소 '특이한'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이문규 코치, 이옥자 감독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