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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라이프 오브 파이', 3D로 구현된 '현대판 노아의 방주'

기사입력 2013.01.25 23:51 / 기사수정 2013.01.25 23:51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스페인 소설가 얀 마텔(50)의 원작 소설인 '파이 이야기'가 영화로 완성됐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열여섯 살인 인도 소년 '파이'가 사나운 벵골 호랑이와 함께 구명보트에 몸을 싣고 227일 동안 태평양을 표류하는 이야기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장면들이 많았기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지기에는 난관이 많을 것으로 여겨지는 작품이었다. 

작가인 마텔도 "영화라는 장르의 속성상 소설이기에 가능한 상상의 세계를 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안(59, 대만) 감독은 이런 우려을 가볍게 넘어버렸다. 소설 '파이 이야기'는 3D 기술을 통해 멋진 화면과 묵직한 주제 의식을 가진 영화로 탄생했다. 영화 제목도 소설의 원제를 따라 '라이프 오브 파이'로 정했다. 

원작 소설은 2004년 11월 한국에 번역, 출간됐지만 영화는 지난 1일 전국 극장을 통해 개봉됐다. 비록 '블록버스터급 흥행'을 일으키지는 못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현재(25일 기준)까지 13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이성과 종교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중주'

영화는 원작의 내용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영화는 새로운 주제를 찾기 위해 고민하던 소설가가 파이를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소설가는 파이가 '믿을 수 없는 경험담'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것이다. 파이는 소설가를 향해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이야기를 과연 당신이 믿을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

영화 초반부는 파이의 성장사가 그려진다. 아버지는 어린 파이에게 '이성'을 강조한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았던 아버지는 '신앙의 믿음'이 아닌 '서양의 의술'이 자신을 고쳤다고 말한다. 파이는 아버지의 말씀에 수긍하지만 이성만이 가득 찬 세계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파이는 자신만의 세계를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고 힌두교와 천두교를 동시에 믿게 된다.

하지만 파이는 종교에 몰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가르침대로 이성의 가치도 잃지 않는다. 신을 만나기 위해 사원과 성당을 찾곤 하던 그에게는 수학에도 남다른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파이의 아버지는 정부의 지원이 끊기자 캐나다 행을 결심한다. 많은 동물을 태운 배는 인도양을 거쳐 태평양을 지나다 거대한 폭풍우를 만나게 되고 파이 가족이 탑승한 여객선은 바다에 가라앉는다. 주인공 파이는 극적으로 구조보트에 올라 목숨을 건진다.



파이가 올라탄 구조보트에는 얼룩말,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벵갈 호랑이가 함께 있다. 그런데 보트에 떨어지면서 다리를 다친 얼룩말과 오랑우탄은 하이에나에 의해 희생된다. '파이의 방주'에서 무법자 노릇을 하던 하이에나도 벵갈 호랑이인 '리처드 파크'에게 목숨을 잃는다.

결국 파이는 마지막까지 남은 호랑이 '리처드 파크'와 함께 항해를 하게 된다. 보통의 경우라면 도저히 공생할 수 없는 사이지만 이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마음을 열어간다.  227일간의 표류 끝에 멕시코 해변에 도착한 이들은 따뜻한 대지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파이와 리처드 파크는 이별을 고한다. 리처드 파크는 멕시코 해변을 지나 숲으로 다가간다. 호랑이가 숲으로 빨려 들어갈 때 파이는 진한 눈물을 흘린다.

한편 구조된 파이는 침몰했던 배의 선박회사 직원들에게 자신의 체험담을 털어놓는다. 소년은 구조보트에서 벵골 호랑이와 보낸 사연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선박회사 직원들은 파이의 이야기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그래서 '믿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종용한다.

그래서 파이는 어머니와 요리사, 그리고 선원과 함께 배에 동승했다가 오직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여기서 얼룩말은 선원, 오랑우탄은 어머니, 그리고 하이에나는 요리사로 치환된다.

파이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소설가는 파이의 구명보트에 벵골 호랑이가 없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벵골 호랑이는 파이, 바로 당신이었군요"라고 말한다.

그러자 파이는 소설가에게 "당신은 이 두 가지 이야기 중 어느 쪽이 더 끌리십니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파이의 삶에서 끊임없이 교차돼 온 '이성'과 '종교' 가운데 어느 것에 더 매혹되느냐는 물음과도 같다. 그것은 관객에게 던지는 물음이기도 하다.

답이 존재하는 수학과 답이 존재하지 않는 종교를 모두 포용했던 파이는 자신의 난파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냈다. 즉 하나는 '이성에 근거한 실화'였고 다른 하나는 '종교와 감성에 의한 벵갈 호랑이가 등장하는 동화'였다. 그렇게 보면 영화 속에 등장한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크는 파이의 또 다른 자아라고도 할 수 있다. 



이안 감독, 3D로 펼치는 아름다운 상징


이안 감독은 잔혹한 '난파 사건'을 '감동적인 우화'로 바꾸어 놓았다. 또한, 바다라는 거대한 영역에서 표현되는 이미지를 '3D 기술'로 재현했다. 이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펼쳐진 이성과 종교에 대한 고민은 아름다운 상징으로 나타난다. 물속을 오색찬란하게 수놓는 해파리의 불빛과 수면 위로 솟아오르는 고래의 몸짓, 그리고 식인섬이 누워있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는 장면은 감탄사를 절로 터트리게 한다.

이성과 종교, 즉 과학과 믿음이라는 이중성은 해파리와 고래, 식인섬 등의 상징을 통해 나타난다. 푸른 바다 속을 반딧불처럼 비추는 해파리는 눈이 부시지만 한편으로는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치명적인 독을 가졌다. 수면 위로 아름답게 솟구치는 고래는 자연의 장엄함과 경이로움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보트를 공격해 인간에게 피해를 준다.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던 파이는 무인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신선한 물로 갈증을 해소하고 풀잎을 먹으며 허기를 채운다. 그러나 낙원처럼 느껴진 무인도가 '식인섬'인 것을 깨달은 파이는 지상을 떠나 드넓은 수면에 몸을 던진다.

이렇듯 희망과 좌절, 믿음과 이성에 대한 고민은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끊임없이 반복된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올해 아카데미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사진 = 라이프 오브 파이 (C) 20세기 폭스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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