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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 '7번방의 선물'

기사입력 2013.01.26 13:56 / 기사수정 2013.01.27 04:41

임지연 기자


[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옛날에 딸이 세상 전부인 아빠와 사랑스러운 딸 예승이가 살았습니다. 아빠는 비록 다른 아빠들처럼 똑똑하진 않았지만, 누구보다 딸을 사랑하는 '착한 아빠'였어요…". 한편의 동화같은 영화 '7번방의 선물'은 노란 풍선이 파란 하늘 위로 떠오르며 시작된다. 영화는 어느 새 훌쩍 큰 딸 예승이가 모의법정에서 오랜 시간 묻혔던 옛 이야기를 꺼내는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지금이 순간이 꿈이라면…" 다정한 모녀가 오래된 TV에서 눈을 떼질 못한다. 아빠 용구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 예승에게 '세일러문' 가방을 선물하고 싶다. 하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 때문에 "아빠가 우리 예승이 '세일러문' 가방 꼭 사줄게"라는 약속과 함께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해피마트'에서 주차관리원으로 일하는 용구는 월급날 많지 않은 돈을 받아들고도 기쁘다. 소원에게 '세일러문' 가방을 사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하지만 그의 소망은 곧 비극으로 바뀌고, 용구는 아동유괴 성추행 및 살인죄로 체포된다. 억울함을 달리 표현할 수 없는 그는 자백하면 딸을 만나러 가게 해준다는 경찰들의 얄팍한 속임에 넘어가 결국 교도소에 수감된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은 6살에 지능이 멈춘 아빠 용구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들어가면서, 돌봐줄 이 없는 딸을 교도소에 들이기 위해 7번방 식구들이 머리를 맞대며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딸 바보 용구로 분한 류승룡. '7번방의 선물'에는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마성의 카사노바로 분해 남성미를 뽐냈던, 천만 영화 '광해'에서 진중한 카리스마를 지녔던 류승룡은 없다. 바가지 머리에 순박한 웃음, 따뜻한 부성애를 지닌 류승룡만 있을 뿐이다.



'명품조연'으로 입지를 굳혀온 류승룡이 첫 주연 작을 통해 바보연기에 도전한다는 사실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너무 익숙한 이미지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방식대로 6살에 지능이 멈춘 인물 용구를 그려냈다. "동심을 잃고 때 묻은 어른들이 보고 동심을 생각할 수 있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외피 적으로 보이는 바보 연기보다는 동심에 주안점을 뒀다"는 류승룡의 말처럼 그가 연기한 용구는 큰 즐거움을 주돼 결코 우습지 않았다. 이는 바보연기라는 새로운 도전에 고군분투하던 류승룡을 위해 7번방 식구들이 만들어준 든든한 안전장치 덕에 가능했다.

류승룡이 말했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너무 편안하게 연기했다. 부담감을 느낄 때 견고한 안전장치들이 '뛰어 내려 괜찮아'라고 해줘 붕붕 뛰어내릴 수 있었다"라고. 7번방의 방장 오달수를 비롯해 박원상, 김정태, 정만식, 김기천은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있는 듯 맛깔 나는 연기로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이야기에 활력을 준다.

'7번방의 선물'은 동화 같은 영화다. 극 중 교도소는 흔히 떠오르는 암울하고 칙칙한 곳이 아니다. 아기자기한 벽지가 돋보이는 파스텔 빛이다. 또 영화의 클라이막스 부분 역시 동화적이다. 누군가는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들을 너무 아름답게 그린 것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메가폰을 잡은 이환경 감독은 극의 사회적인 제도를 지적하고, 현실성과 설득력에 공을 들이기보다, 아빠와 딸 그리고 두 사람을 돕는 사람들이 만드는 감동에 힘을 쏟았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영화관을 나서면서 가족에게 전화해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환경 감독의 말 처럼, '7번방의 선물'은 추운 겨울 극장을 찾은 관객들을 따뜻하게 만들어 줄 선물이 될 수 있을까. 1월 23일 개봉. 러닝타임 127분. 15세 관람가.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류승룡, 갈소원, 오달수, 김정태, 박원상, 정만식, 김기천 ⓒ NEW,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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