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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레미제라블의 인간애'…혹한에 언 사람들 마음 녹였다

기사입력 2013.01.10 18:56 / 기사수정 2013.01.11 16:59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대선 때 야당 대통령 후보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선거에 나섰다. '시장 지상주의'와  '효율과 경쟁'논리가 최상의 가치로 자리잡으면서 사람의 가치는 점점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일 터였다. 비록 선거에서 지긴 했지만  경제와 문명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무엇보다 사람이 최고의 자리에 놓여야한다는 '휴머니즘'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쉽사리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다보면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인간'을 놓치는 대신 '물질(돈)'에 더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그러다보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각박해지고 마음은 더욱 냉담하고 차가워진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 남아있는 '인간애'에 대한 그리움은 어떤 계기를 만나게 되면 메아리처럼 돌아오게 돼 있다. 혹한으로 유독 차가운 이번 겨울, 영화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열풍이 우리들 마음을 녹여주고 있다. .

소설 '레 미제라블'은 빅토르 위고의 1862년 작품으로 '휴먼 대서사시'라고 할 수 있다. 오(Les) 비극(Miserables)이라는 뜻을 지닌 레미제라블은 '불쌍한 사람들' 혹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굶주림으로 우는 조카를 위해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치게 된다. 절도죄로 5년,  네 번의 탈옥에 대한 형벌로 14 형을 받은 그는 19년간 감옥 생활을 하게 된다. 가석방으로 풀려난 장발장은 미리엘 주교를 통해 구원과 용서의 참뜻을 깨닫는다. 새사람으로 태어난 그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간다. 출간 당시에도 화제를 뿌렸던 이 소설은 세월이 흘러도 후대인들에게 감동적인 작품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뮤지컬, 영화, 음악 등 여러 장르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되살아나고 있다.

국내에서 레 미제라블 열풍이 부는데 기폭제가 된 것은 지난 12월 19일 개봉한 영화를 통해서였다. '킹스 스피치'로 유명한 톰 후퍼 감독이 연출하고 휴 잭맨, 러셀 크로우, 앤 헤서웨이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러닝 타임이 2시간40분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개봉 3주 만에 관객 수 400만 명이 넘는 기염을 토했다. 덩달아 원작 완역본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고, 대구에서 공연된 뮤지컬은 한 달 만에 5만 명이 관람하기도 했다. 

레 미제라블이 보여준 '뜨거운 인간애'는 최근 한국인들의 정서와 합치하는 면이 있다. 제목대로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받고 있는 것이다. 



현장 라이브로 '뮤지컬 리얼리티' 완성


이 작품은 뮤지컬 영화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레 미제라블의 원작은 번역본이 5권 분량이 될 정도로 방대한 양의 텍스트이다. 영화는 이런 대서사시를 2시간40분에 압축했다. 특히 레 미제라블에 등장하는 40개가 넘는 곡들은 이례적으로 배우들이 촬영 현장에서 직접 부르고 녹음하는 방식을 취했다. 캐릭터의 감정을 현장에서 충실히 살리자는 의도였다. 후퍼 감독의 방식은 성공적이었고 배우들의 연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해서웨이가 '아 드림이드 어 드림'을 부를 때 가련한 여인의 흐느낌은 관객의 가슴에 화살처럼 와서 박힌다. 

특히 노련한 배우들의 명연기는 영화의 성공에 결정적이었다. 국내 영화 팬들에게 액션 배우로 친숙한 휴 잭맨과 러셀 크로우는 노래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것을 한국 관객들에게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사실 잭맨은 2004년 뮤지컬 '오즈에서 온 소년'으로 토니상을 수상했다. 크로우 역시 뮤지컬 무대에 선 경력이 있다. 1986년 뮤지컬 '록키 호러쇼'에 출연했고 '블러드 브러더스(1988)', '나쁜 놈 조니와 멸망의 예언자(1989)'에서 호연을 펼쳤다. 또한 크로우는 자신의 록밴드에서 리드 싱어로 활약하고 있다.

골든글러브 여우조연상 후보로 오른 해서웨이는 뮤지컬 배우인 어머니(캐서린 해서웨이)의 영향을 받았다. 캐서린 해서웨이는 1987년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팡핀을 연기했다. 당시 아역배우였던 앤 해서웨이는 어린 코제트 역을 맡았다. 25년 전 해서웨이 모녀는 극 중 모녀 역을 맡아 훌륭하게 소화했다.

레 미제라블 출연진들이 모두 노래 실력이 뛰어났던 이유는 뮤지컬을 했던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장 라이브를 통해 이들의 연기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후퍼 감독의 역량도 힘을 보탰다.

반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한계도 존재한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코제트(아만다 사이프리드)와 마리우스(에디 메드레인)의 로맨스 관계다. 이들의 애정이 이루어지는 중간 과정이 없다보니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로 왜 열렬하게 끌리게 됐는지의 과정은 애틋한 듀엣 노래로 대체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 미제라블은 성공적인 뮤지컬 영화다. 처음부터 끝까지 힘 있게 진행되는 연출력과 배우들의 명연기는 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추운 겨울을 녹이는 인간애 한국 정서와 교집합을 이루다

이 영화에서 인간애를 향한 여정은 '용서와 구원'을 통해 종착역에 도착한다. 비숍 주교가 장발장의 도둑질을 용서하고 구원의 의미를 깨달아 줄 때. 장발장이 가엾은 고아인 코제트를 거둬들여 모든 것을 헌신할 때. 그리고 원수였던 자베르에게 자비를 베풀 때.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간애'의 숭고함은 고개를 든다.

인간 세상은 배신과 다툼 , 권력과 억압의 소용돌이가 끊임없이 휘몰아친다. 그러나 우리내 가슴 속에 있는 '인간애'는 쉽게 꺼지지 않는 법이다. 이 추운 겨울, 레미제라블은 우리에게 '마음의 촛불'을 지피라고 권하고 있다.

영화에서 해서웨이가 말하지 않았던가. "비천하게 살아가는 나도 꿈이 있었다"라고.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꿈을 버려서는 안 된다. 또한 레미제라블의 인물들은 이렇게 외친다. 인간의 위대한 승리는 세속적인 업적인 아닌 자신과 타인을 구원하는 데 있다고.



[사진 = 영화 레미제라블 (C) UPI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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