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8월 영국 런던 하늘아래에서 투혼을 펼친 12인의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은 36년 만에 올림픽 4강 진출이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여자배구의 강호인 세르비아와 브라질 그리고 이탈리아를 연파했을 때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러나 조별예선전부터 쏟은 힘이 화근이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반드시 이겨야할 상대인 일본에 완패를 당하며 36년 만의 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주전 선수들을 받쳐줄 백업 멤버들의 아쉬움도 있었다. 무엇보다 '주포' 김연경(24, 터키 페네르바체)을 도와줄 보조공격수가 필요했다. 김연경을 제외한 '토종 거포'의 부재는 한국여자배구의 고민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소영(18, GS칼텍스)과 박정아(19, IBK기업은행) 등장은 가뭄 속의 단비 같았다.
볼에 힘을 실어 때리는 얼마 안 되는 재목, 이소영
"볼을 때리는 것을 보면 확실히 힘을 실어 때리는 것이 보입니다. 스윙도 좋고 배짱도 두둑해요."
박미희 KBSN 배구해설 위원은 이소영의 가능성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GS칼텍스의 유니폼을 입은 이소영은 뜻밖의 기회를 잡았다.
팀의 '주포'인 베띠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팀의 해결사이자 주득점원인 베띠의 비중은 매우 높았다. 시즌 개막 후 4연승행진을 달릴 수 있었던 이유도 베띠의 존재 때문이었다. 베띠의 부상은 GS칼텍스는 물론 V리그 여자부 판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GS칼텍스는 베띠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슈퍼루키' 이소영이 베띠의 공백을 훌륭하게 대체했기 때문이다. 베띠가 부상을 당한 뒤 주전 레프트 공격수로 투입된 이소영은 두 자릿수 득점에 50%를 넘는 공격 성공률을 기록했다.
새내기다운 패기와 저돌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기복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선구 GS칼텍스 감독은 “운동신경이 매우 뛰어난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아직 고등학생이다 보니 위기가 닥치면 돌파구를 찾는 능력은 부족하다. 단 시간에 큰 것을 바랄 수 있는 레벨은 아직 아니다. 프로의 무서움을 좀 더 느끼고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평가했다.
GS칼텍스의 보배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소영은 한국여자배구의 '미래'이기도 하다. 176cm인 그는 레프트 공격수로 단신에 속한다. 하지만 점프력이 좋고 볼을 때리는 타점이 좋기 때문에 부상 없이 경험을 쌓는다면 국가대표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제2의 김연경'이란 명칭 부담스럽지만 좋은 자극을 준다
한국여자배구의 차세대 공격수들 중 가장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이는 IBK기업은행의 박정아다. 장신공격수(187cm)인 박정아는 고교 시절부터 '제2의 김연경'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부산남성여고 시절 센터로 활약했던 박정아는 프로에 데뷔하면서 레프트로 포지션을 옮겼다.
개인의 발전을 위해 날개공격수로 나섰지만 혹독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브리시브에 약점이 있었던 그는 타 팀 서버들의 표적이 됐다. 서브리시브가 흔들리면서 멘탈이 무너졌고 자신감마저 떨어졌다.
이러한 요인으로 인해 기복이 심하다는 약점이 생겼다. 지난 시즌 신인상을 수상했지만 기록적으로 나타난 결과는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올 시즌 한층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했고 팀의 '삼각편대'에 가세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정신적인 부분이 문제가 있었지만 지난 시즌과 비교해 많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박미희 위원은 “지난 시즌보다 공격에 자신감이 붙었고 볼을 때리는 스윙 속도도 빨라졌다"고 평가했다.
현재(26일 기준) 박정아는 159득점을 올리면서 득점 부분 10위를 달리고 있다. 또한 공격종합 부분에서는 36.94%로 8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연경과 함께 한국 여자배구의 날개 공격을 이끌기 위해서는 아직 개선해야할 과제가 많다.
외국인 선수들이 공격 부분을 독식하고 있을 때 이소영과 박정아는 '토종 공격수'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팀에서 필요한 선수로 성장한 이들은 한국여자배구를 대표할 과제도 남겨두고 있다.
박정아는 "(김)희진 언니가 런던올림픽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자극을 받았다. 앞으로 더욱 발전해 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남겼다.
[사진 = 이소영, 박정아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