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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배구人] 황연주 "FA대박? 한번 했으면 충분했죠"

기사입력 2012.12.21 14:45 / 기사수정 2012.12.21 14:4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FA 대박이요? 한번 했으면 됐지 두 번이나 할 욕심은 크게 못 느껴요."

새내기 시절부터 보여줬던 미소는 여전한 것 같다. 그런데 벌써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데뷔 시절부터 지금까지 '코트 위의 꽃사슴'으로 불리고 있는 황연주(26, 현대건설)가 어느덧 주장 완장을 찼다.

그리고 팀 내에서도 최연장자가 됐다. 현재 여자배구 6개 구단들 중 최연소 주장은 황연주와 임명옥(26, 인삼공사)이다. 선배들의 지시에 따르며 여기까지 왔지만 지금은 후배들을 이끌어야하는 상황이다.

"우리 팀이 다른 팀과 비교해 선수들이 어린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외국의 경우를 보면 저보다 더 어린 선수들이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주장으로서 나이가 어리다는 점보다는 주장을 맡았다는 점에 대해 부담이 있었습니다."

노장 선수들이 떠났지만 현대건설은 여전히 우승후보다. 한국여자배구를 이끌고 있는 황연주와 양효진(23)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출발은 그리 좋지 못했지만 점점 안정권에 진입하고 있다. 3라운드가 펼쳐지고 있는 현재(20일 기준) 7승5패를 기록 중인 현대건설은 3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있으면 설렘이 있는데 올 시즌은 이런 점을 느낄 수 없었어요. 지난겨울부터 1년 동안 내내 시즌을 치른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겨울 시즌이 끝난 뒤 계속 경기를 치렀기 때문이죠. 주변에서 자꾸 몸이 무거워졌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웃음) 이런 부분에 흔들리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황연주는 지난 2011~2012 시즌이 끝난 뒤 곧바로 충북 진천선수촌에 입촌해 올림픽예선전을 준비했다.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를 밟은 그는 곧바로 수원컵 대회에 출전했고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피로 누적 때문이었는지 몸놀림이 무거워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기량을 되찾기 시작했고 야나(25)와 양효진과 함께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어느덧 프로 8년차를 맞이한 그는 두 번째 FA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자신의 몸값을 생각할 때 올 시즌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FA를 앞둔 황연주의 표정은 담담했다.

"FA 대박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해요. 한번 했으면 됐지 두 번이나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3년 전에는 첫 FA라 기대감이 컸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다릅니다. 앞으로 선수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놔두고 싶어요."

프로 선수가 자신의 값어치를 높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 연연하다 보면 중요한 것에 소홀할 수 있다. 3년 전 FA 대박을 터트렸던 황연주는 그 때와는 달리 욕심을 버리고 팀플레이 집중하겠다는 의견을 남겼다.



평생 남을 수 있었던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명예


지난 여름 영국 런던을 뜨겁게 달군 올림픽 국가대표 12인들 중에 황연주도 있었다. 후배인 김희진(21, IBK기업은행)과 함께 대표팀의 라이트를 책임졌던 그는 '평생의 꿈'이었던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해 진군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 같았다. 강팀들이 즐비한 A조에서 살아남은 한국은 8강에 안착했다. 하지만 4강 진출을 다툴 팀은 '유럽의 강호'인 이탈리아였다. 월드컵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런던행 티켓을 확보한 이탈리아는 올림픽 금메달 후보 중 한 팀이었다.

"8강전에서 이탈리아를 만날 때 걱정을 많이 했어요. 지난해 워낙 잘한 팀이고 월드컵에서는 우승을 차지했죠. 당시에는 미국까지 이기며 굉장한 전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끝내 이탈리아를 잡았고 준결승에 진출했죠."

런던 올림픽 때 황연주는 백업 멤버로 활약했다. 후배인 김희진이 물이 오른 기량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와의 1세트에서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고 결국 김희진 대신 황연주가 코트에 투입됐다. 이탈리아의 블로킹이 김연경(24, 터키 페네르바체)을 집중 견제하는 동안 황연주에게 기회가 왔다. 주공격수를 지원해주는 알토란같은 득점을 올린 황연주는 평생 기억에 남을 경기를 치렀다.

"이탈리아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저를 많이 견제하지 않았어요. 저는 주로 교체돼서 투입했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죠. 또한 저는 키도 작았기 때문에 (김)연경이와 (한)송이 언니 쪽으로 집중 견제했어요."

평생에 남을 추억을 경험했지만 메달을 따지 못한 아쉬움은 지워지지 않는다. "나중에 할머니가 될 때도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명예는 계속 남는데…"라며 아쉬움을 남긴 그는 "그래도 기회가 완전하게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을 보고 걸어가겠다"는 각오도 남겼다.



[사진 = 황연주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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