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울산, 조용운 기자]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다"
환갑이 지난 지도자는 단 한 경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경기만 준비했고 자신의 축구 지도자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크게 승리를 갈망하고 있었다.
90분의 시간이 지나고 선수들과 한데 뒤엉킨 그는 우승의 기쁨을 맘껏 누렸다. 주인공은 바로 '철퇴의 아버지' 김호곤(61) 감독이다.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 현대는 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알 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를 3-0으로 크게 이겼다.
이로써 울산은 1983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팀의 우승과 함께 김호곤 감독도 당당히 명장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김호곤 감독은 대표적인 과소평가를 받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1970년대 한국 축구의 전성기를 이끈 수비수 출신의 김호곤 감독은 1983년 울산 코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축구 인생 2막을 열었다.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연세대 감독 시절 대학 축구를 점령하다시피 했고 2004년에는 아테네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8강에 오르기도 했다. 이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기 전까지 한국이 올림픽에서 기록한 최고 성적이었다.
그럼에도 김호곤 감독은 과소평가를 받는 지도자 중 한 명이다. 공격적인 현대 축구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수비적인 축구에 의존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김호곤 감독의 수비적이지만 조직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하는 축구는 울산과 결합하면서 큰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탄탄한 수비 이후 빠른 역습,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한 선 굵은 축구는 지난해 서서히 빛을 내기 시작했다.
팬들은 울산의 축구를 철퇴라 부르기 시작했고 울산은 그해 컵대회 우승과 함께 리그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비로소 꽃은 아시아 정상으로 활짝 폈다. 2011년 K리그 준우승팀 자격으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단 1패도 허용하지 않고 10승 2무의 무결점으로 울산이 우승하면서 김호곤 감독은 지도자 인생의 정점에 서게 됐다.
이제 김호곤 감독은 아시아 최고의 철퇴를 들고 세계에 도전한다. 오는 12월 일본에서 열리는 2012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 타 대륙 챔피언들을 부수는 김호곤의 철퇴를 볼 수 있는 것도 꿈은 아니다.
[사진 = 김호곤, 김신욱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김성진 기자]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