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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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종영, 욕심 많았던 스토리에 호연 펼친 배우만 남다

기사입력 2012.10.30 23:55 / 기사수정 2012.10.31 10:14

방송연예팀 기자


[엑스포츠뉴스=방송연예팀 박수진 기자] SBS 월화드라마 '신의'(김종학 외 연출)가 30일 24회를 마지막으로 종영됐다.

'신의'는 미니시리즈보다 긴 24부작으로 세 달간을 달려왔지만, 평균적으로 한 자리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3사 월화드라마 중 꼴찌로 마무리했다. 흥행 요소를 갖추고도 부진했던 원인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를 다시 돌아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의'는 방영 초기부터 톱스타 김희선의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희선의 상대역인 이민호 또한 전작 '시티헌터' 등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추세였다. 여기에 주연급 조연으로 유오성, 류덕환 등 연기파 배우들도 캐스팅됐다. 또한 '태왕사신기'를 연출한 김종학 감독과 송지나 작가의 또 다른 판타지물이라는 점에서도 하반기 히트작으로 기대가 높았다.

일단 시작은 신선했다. 그간 사극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고려 말 공민왕 시절의 배경에다가 판타지와 멜로를 섞어 젊은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갖췄다. '태왕사신기'를 닮은 그림에 당시 유행했던 '타임슬립' 코드가 들어가, 시놉시스부터 흥미를 자아냈다.

김종학 감독은 '신의' 제작 발표회 당시 "이 드라마는 세상을 바꾸는 의사와 뒤집힌 세상을 바로 잡는 왕의 얘기다"라며 "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큰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대선정국을 앞두고 '신의'를 통해 '바람직한 지도자상'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극 초기 역동적이었던 드라마 전개는 중반으로 갈수록 늘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쉽게 몰입하기 힘든 과도한 CG 사용과 좀처럼 발전의 기미가 없는 최영(이민호)과 유은수(김희선)의 러브라인, 그리고 열등감에 갇혀 유약한 모습만 보여주는 공민왕(류덕환)의 고려 등이 시청자에게 피로감을 안겨줬다. 또한, 멜로면 멜로, 정치면 정치, 성장이면 성장 등 어느 한 점에 집중하지 않는 산만한 전개 탓에 이 드라마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기가 힘들었다.

결국, 시청자의 지적이 이어지고 시청률이 하락하자, '신의'는 중반 이후부터 초기의 커다란 포부를 버리고 가벼운 판타지 멜로로 기울었다. 유은수와 최영의 러브라인을 급하게 전개시키고, 악역 기철이 등장하는 분량은 줄였다. 극 초반 잡아먹을 듯이 대립하던 공민왕(류덕환)과 노국공주(박세영)도 후반에 오니 어느새 서로 없으면 못사는 잉꼬부부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급하게 책략가 덕흥군(박윤재)을 새로운 악역으로 투입하고 유은수의 수첩에 미스터리한 요소를 집어넣음으로써, 가까스로 시청률의 곤두박질은 막을 수 있었다.

어찌 보면 김종학 감독이 처음에 의도한 것은 24부작 드라마로서는 다소 욕심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철부지 의사 유은수는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고 마음을 닫은 최영은 새로운 사랑을 찾아야 하는데, 거기다 원에 맞선 공민왕의 개혁정치와 민생 돌보기까지 그려내려 했던 것은 무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전작 '태왕사신기'로 판타지 사극의 영역을 개척하며 재미를 본 김종학 감독이었지만, 한 드라마를 통해서 너무 많은 교훈을 주려고 하다가 그 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표현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칭찬할 만했다. 결혼과 출산 이후 오랜만에 복귀한 김희선은 극 초반부터 기존의 '요조숙녀'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는 '푼수' 연기를 보여줌으로써 네티즌으로부터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라는 평을 받았다. 톱스타 김희선이라는 이름값이 아깝지 않은 연기였다.

또한, 최영 역을 맡은 이민호는 '꽃보다 남자', '시티헌터' 등에서 보여줬던 꽃미남의 이미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무거운 짐을 진 최영 장군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다. 특히 송지나 작가가 가장 공을 들였을 것으로 짐작되는 최영 캐릭터는 다른 캐릭터에 비해서 다양한 변화를 보여주며 극에서 '성장과 치유'를 몸소 보여줬다. 최영은 무조건적인 충성은 거부하고 소신대로 행동하고 사랑하면서도, 백성의 한 사람으로써 왕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고 무한 신뢰를 받는 독특한 인물이다. 이런 캐릭터를 이민호는 특유의 쓸쓸한 눈빛과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잘 살려냈다.

역시 호연을 펼친 유오성과 류덕환의 입장에서는 '극중 스토리 전개가 좀 더 체계적으로 잡혔더라면 어땠을까'가 아쉽다. 젊은 배우들이 주조연을 거의 장악한 '신의'에서 유오성 같이 연기 내공이 있는 배우가 악역으로 투입되었다면 이보다 좀 더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류덕환 또한 나이에 비해 성숙한 연기력을 보이며 자주적인 고려를 만들고자 하는 공민왕을 잘 표현했다. 그러나 공민왕 캐릭터는 최영의 말 한 마디에 성장과 퇴보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어린' 이미지를 벗지 못해, 류덕환의 좋은 연기가 다소 묻혀버리기도 했다.

최고의 배우들과 최고의 스태프들이 모여 기대를 모았던 드라마 '신의'. 대작이 되기에는 너무 욕심이 많았다. 하지만, 시종일관 캐릭터에 몰입하며 열정을 보인 배우들이 있어, 최영과 유은수의 마지막 사랑의 결말만큼은 시청자의 뇌리에 오래 남을 것 같다.

[ 사진 = 신의 ⓒ SBS 홈페이지 ] 

방송연예팀 박수진 기자 enter@xportn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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