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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투더 백구대제전] 일본의 간담 서늘하게 만든 '18세의 김연경'

기사입력 2012.10.15 08:20 / 기사수정 2012.10.17 01:4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배구천재'가 실의에 빠져있다. 소속 구단인 흥국생명과의 갈등은 국제배구연맹(FIVB)의 유권해석까지 넘어갔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현재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받지 못한 그는 13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여자배구 클럽 월드챔피언십 2012'에 출전하지 못하게 됐다. 선수생활에 회의마저 느끼며 "쉬고 싶다"는 의사까지 내비친 김연경(24)은 선수생활 최고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김연경은 지난여름 한국배구팬들의 갈증을 오랜만에 해소시켰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한국여자배구는 기나긴 잠에 빠져있었다. 침체에 빠진 한국여자배구를 다시 살리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이는 단연 김연경이었다.

런던올림픽 이후 김연경은 국민적인 스포츠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런던올림픽 4강 신화의 주역이 된 그는 득점왕은 물론 올림픽 여자배구 MVP까지 등극했다. 배구의 열강들은 모두 김연경에게 주목하기 시작했고 한국뿐이 아닌 일본과 터키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연경은 한일 전산여고시절부터 '대형 선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프로 데뷔 첫해인 2005~2006 시즌에서는 팀을 정상으로 이끌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이러한 김연경이 국제대회에서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대회는 2006년 11월 일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였다.

당시 한국대표팀은 철저한 준비기간을 거치지 못한 채 일본으로 향했다. 당시 한국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일본을 3-0으로 제압한 뒤 7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연패의 사슬을 끊기 위해 나섰지만 '최정예 멤버'를 앞세운 일본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2006년 11월4일 일본 도쿄 요요기국립체육관에는 열성적인 일본 배구팬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일본대표팀에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다. 이러한 분위기에 익숙치 않았던 18세의 김연경은 다소 경직된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은 코스타리카와의 첫 경기에서 승수를 추가했지만 이후 3연패에 빠졌다. 일본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둬야 16강에 진출해 2라운드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1세트에서 한국은 세트 중반까지 일본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당시 188cm였던 김연경은 일본의 블로킹 위로 고공강타를 때리면서 상대를 압박했다.

하지만 세트 막판 서브리시브 난조로 21-25로 첫 세트를 내줬다. 당시 일본대표팀은 지금보다 더욱 전력이 탄탄했다. 세터 다케시타 요시에의 기량은 물이 오른 상태였다. 여기에 주전 센터 아라키 에리카는 전광석화 같은 속공으로 한국의 리듬을 끊었다. 또한 아라키 이전 일본 최고의 속공 센터로 손꼽힌 스기야마 사치코도 일본의 중앙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신(Shin)'이란 애칭을 가지고 있었던 '올라운드 플레이어' 다카하시 미유키가 팀을 이끌고 있었다. 다카하시는 170cm의 단신 공격수였지만 빠른 스윙과 탄탄한 기본기를 앞세워 에이스로 활약했다. 뛰어난 실력은 물론 화려한 스타성까지 갖춘 그는 일본 팬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선수였다. 또한 현재 일본의 기둥으로 활약하고 있는 기무라 사오리는 라이트 포지션에서 보조 공격수로 활약했다.

2세트에서 한국은 김세영(31, 전 인삼공사)의 연속 블로킹으로 근소하게 앞서나갔다. 하지만 어지간한 공격은 모두 받아내는 일본의 끈끈한 수비에 고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을 끊은 이는 한유미(30, 전 인삼공사)였다. 당시 부상에서 회복된 그는 일본에 강한 모습을 보이며 결정적인 득점을 책임졌다.

20점 고지를 먼저 넘긴 한국은 김연경의 절묘한 연타 공격이 성공하면서 22-18로 앞서나갔다. 일본은 스기야마의 속공으로 막판 추격을 펼쳤지만 정대영(31, GS칼텍스)의 속공과 한유미의 마무리 퀵 오픈 공격이 터진 한국이 25-21로 승리했다.

그러나 한국은 2세트의 분위기를 3세트로 가져가지 못했다. 1,2세트에서 잘 막았던 슈카의 오픈 공격에 백어텍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중국 높이뛰기 선수였던 슈카는 일본으로 귀화해 공격만 책임지는 선수로 활약했다.

4세트에서 한국은 김연경과 한유미의 공격으로 세트 중반까지 앞서나갔다. 그러나 슈카에게 연속 득점을 허용했고 세트 막판에는 다케시타의 목적타 서브에 리시브가 무너지며 22-25로 패했다. 한유미는 팀내 최다득점인 21점을 올렸고 김연경은 19점을 기록했다. 이 경기는 1-3으로 아깝게 진 경기였지만 한일전의 백미를 확인할 수 있다.

당시 한국팀은 레프트에 김연경과 한유미 한송이(28, GS칼텍스) 자매가 버티고 있었다. 주전 세터로는 김사니(31, 흥국생명)가 팀을 이끌고 있었고 라이트에는 황연주(26, 현대건설)와 배유나(23, GS칼텍스)가 버티고 있었다. 또한 중앙은 정대영과 김세영이 지켰다. 당시의 대표팀 멤버 상당수는 6년 뒤에 열리는 런던올림픽에 출전해 4강 신화의 주역이 됐다.

여자배구대표팀은 다카하시가 뛰던 일본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6년 뒤 '도쿄 대첩'을 달성하면서 22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또한 일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김연경은 3년 뒤 일본 JT마베라스에 입단해 2년 동안 일본 리그를 평정했다.



[사진 = 김연경, 다카하시 미유키 ⓒ Gettyimages/멀티비츠]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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