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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탐방 ②] '천재지변'겪은 KEPCO, '잡초정신'으로 극복한다

기사입력 2012.09.28 02:06 / 기사수정 2012.09.28 17:0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만년 하위팀' KEPCO는 지난 2011~2012 시즌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체험했다. 팀 창단 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1위에 오르는 경사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러한 짜릿함은 섬광처럼 사라졌다.

프로배구 역사상 지울 수 없는 오명으로 남을 '승부조작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배구계는 거센 태풍이 휘몰아쳤고 승부 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은 하나 둘씩 적발됐다. 그 중 KEPCO에서 주전 선수로 뛰었던 선수들이 승부조작문제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리그 중반까지 상위권을 유지한 KEPCO의 전력은 급격히 흔들렸다. 주축 세터 2명과 레프트 공격수 2명이 사라졌고 외국인 선수의 안젤코 추크(29)의 공격력에 의존하는 팀이 됐다. 이러한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팀의 염원인 포스트진출의 꿈을 달성했다. 하지만 리그 초반에 보여준 매서움은 사라졌다.

천재지변을 겪고 난 KEPCO는 올 시즌 새롭게 출발한다. 선수도 부족하고 대형선수도 없지만 끈끈한 '잡초 정신'으로 부활을 꿈꾸고 있다.

구단 역사와 선수 계보

KEPCO는 한국배구 구단들 중 가장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1945년 남선전기 배구부로 첫걸음을 시작한 KEPCO는 1961년 7월 한국전력공사 배구단으로 팀 명칭을 바꿨다. 1964년에 열린 제1회 남녀실업배구연맹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1970년에는 전국체전 정상에 등극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백구의 대제전'에서 만년 하위팀에 머물렀다. 대학 유망주들은 대부분 '전통의 명가'인 고려증권, 현대자동차서비스, 금성 등의 둥지를 틀었다. 한국전력은 늘 상대팀의 1승 제물로 여겨졌고 이러한 이미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2005년 프로배구 V리그가 출범하면서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초청팀으로 리그에 참여했다. 프로 구단들에게는 승수 쌓기의 표적이 됐고 상무와 '탈꼴찌'를 놓고 눈물겨운 사투를 펼쳤다. 그러나 이러한 '암흑의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렸다.

2008년 5월14일 한국배구연맹(KOVO)에 준회원으로 가입하면서 프로 구단의 대열에 합류했다. 'KEPCO45'로 팀 명칭을 다시 바꿨고 신인드래프트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또한 2009~2010 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KEPCO를 거쳐 간 선수들 중 가장 돋보이는 이는 신영철(48) 현 대한항공 감독이다. 김호철(57) 현대캐피탈총감독과 함께 한국남자배구 최고의 세터로 평가받는 그는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국가대표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1990년에는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 세터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세터로 인정을 받았다.



팀 전력과 올 시즌 전망


지난해 '돌풍의 주역'으로 발돋움한 KEPCO는 '승부조작사태'의 충격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 못했다. 팀의 주축이 된 세 명의 선수가 모두 빠져나갔고 또 한 명의 세터마저 팀에서 이탈했다.

신춘삼 KEPCO 감독은 "현재 외국인 선수인 안젤코를 제외하면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선수는 10명밖에 되지 않는다. 선수가 적다보니 자체 연습경기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를 충원해도 이들을 곧바로 쓰기는 힘든 여건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고민하고 있는 포지션은 세터자리다. 현재 코트에 내세울 수 있는 세터는 김정석(23) 밖에 없다. 조선대학교 출신인 김정석은 대학시절 2부 리그에서 활약했다. 지난 2011~2012 시즌의 경우 마지막 경기에만 출전했고 프로 경험은 아직까지 미흡하다.

신 감독은 "(김)정석이는 현재 열심히 하고 있지만 한계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장신 세터인 (김)천재는 라이트로 돌릴 생각이다. 세터로서 정규리그에 참여하기에는 문제점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신 감독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포'인 안젤코를 보좌해줄 공격수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좋은 활약을 보여준 서재덕(23)은 여전히 부상에서 회복되지 못했고 센터 최석기(26)도 부상을 털어내지 못했다. 레프트에서 뛸 수 있는 선수는 이기범(26)과 김진만(25) 밖에 없다. 이들은 공수에서 모두 2%가 부족하기 때문에 안젤코에 대한 공격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한줄기 빛'은 장광균(31)의 가세다. 대한항공에서 살림꾼 역할을 했던 그는 임대 트레이드를 통해 KEPCO의 유니폼을 입었다. 비록 이번 시즌만 KEPCO에서 활약하지만 선수가 부족한 KEPCO를 생각할 때 '가뭄 속의 단비' 같은 존재다.

신 감독은 "올 시즌 우리 팀의 키플레이어는 장광균이다. 대한항공에서는 곽승석에 밀려 백업으로 뛰었지만 우리 팀의 사정을 볼 때 꼭 필요한 자원이었다. 수비와 리시브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해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팔 부상으로 인해 수술대에 올랐던 장광균은 재활과 치료를 병행하며 이번 시즌을 준비했다. 아직 완전하게 완쾌되지 않은 상태지만 KEPCO의 '살림꾼' 역할을 책임지게 됐다. 장광균과 함께 임대 트레이드된 센터 신경수(34)는 KEPCO의 중앙을 책임지게 됐다.

KEPCO와 재계약을 체결한 안젤코에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신 감독은 "안젤코는 우리 팀의 브랜드 가치를 올려주는 선수다. 안젤코를 다시 쓰는 부분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이만큼 검증된 외국인 선수는 드물다. 또한 한국에 완전히 적응된 외국인 선수도 흔치 않다. 나는 안젤코가 올해도 작년만큼 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며 굳은 신뢰감을 드러냈다.

신 감독은 끝으로 "장기 레이스를 이끌고 가기엔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밑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잡초정신을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100%를 발휘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 = 신춘삼 감독, KEPCO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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