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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2' 시청자 울린 박희수, 영혼 실은 '미성'으로 컴백 (인터뷰)

기사입력 2012.09.20 15:24 / 기사수정 2012.09.26 20:08

백종모 기자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지난 2일 '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 새가수 초대전'은 매너리즘에 빠졌던 '나가수2'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방송에 모습을 비친 실력파 가수들이 열과 성을 다해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

이 중 '나가수2'라는 무대를 더욱 절실하게 임하며 시청자들을 울린 가수가 있었다. 돋보이는 미성(美聲)과 남다른 사연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가수 박희수을 만났다.

논현동의 한 녹음실에서 기자를 만난 박희수은 "인터뷰 해본지가 10년도 넘은 것 같다"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나가수2' 출연을 계기로 그는 가수로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박희수은 9월 말에 발표를 앞두고 있는 새 앨범 녹음에 한창이었다.

■조성모와 비교되던 박희수, 지금은 왜…

그는 1998년 당시 언론을 통해 같은 해 데뷔한 조성모와 함께 장래가 촉망되는 가수로 조명받기도 했다. 방송보다는 라디오에 많이 출연했던 박희수는 '얼굴 없는 가수'이면서도 셀린 디온을 연상케 하는 미성의 소유자로 주목 받았다. 박희수는 "당연히 여자 가수라 생각하다가, 남자라는 걸 알고 나중에 경악하더라"며 웃었다.

그렇게 데뷔곡 '그 어느 겨울'이 어느 정도 반향을 일으켰지만 이후 시련이 닥쳐왔다. 음악의 방향을 두고 소속사와 마찰을 빚은 것이다.

"보이스가 특이하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끌려 다녔죠. 제 음악을 할 수가 없었어요."

박희수는 통기타를 매고 노래하는 아날로그적인 음악을 추구했다. 그러나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할 수 없게 되자 기획사와의 사이에 의견 충돌이 생겼고 앨범 발매가 계속 연기됐다.

"데뷔 초 쌓았던 인지도가 사라지고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더군요."

미사리 라이브 카페로 활동 무대를 옮긴 박희수는 처음에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반주기가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노래가 아닌 관객들이 춤추고 노는데 분위기 띄워주는 역할을 요구 받게된 것. 이런 현실과 타협할 수 없었던 박희수는 결국 이곳저곳을 떠돌며 공연을 하게 됐다.



■나가수2 무대가 절실했던 이유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녹화 3일전 아침에 말소리가 안 나왔어요"

박희수는 나가수2 무대에서 본 실력을 발휘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나가수2를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기회라 생각한 박희수는 무리한 연습 탓에 최악의 목 컨디션에서 경연을 치렀다. 무대에서 "목소리 관리에 실패했습니다. 저는 프로가 아닙니다"라고 말한 뒤 내려올 생각까지 했다. 목 상태를 추스른 뒤 한 키를 높이고 비성으로만 부르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나가수2에는 MBC에서 일하던 지인을 통해 공고 소식을 듣고 응모했다. 김영희PD도 박희수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됐다. 희소성과 사연을 동시에 갖춘 가수로 주목하고 발탁한 것이다.

"나가수에 대해서 나도 저기서 노래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일종의 부러운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나가수2' 선발전에서 상위권에는 들지 못했지만, 그는 자신처럼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에게 기회가 많아지기 위해서라도 잘 해야 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 그가 '나가수2' 무대에 절실히 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평소, 무대를 하고 내려올 때 '노래 잘하는데 가수해라'는 식의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는 무명 가수로서의 설움을 토로했다. 유명한 가수와 무명 가수의 차이는, 청중이 마음을 열고 들을 준비를 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로 설명된다는 것이다. 박희수가 무대에 올라도 청중의 분위기는 항상 싸늘했다. 몇 곡씩 노래를 해야지만 표정이 바뀌었다. 박희수는 '알려진 가수로써 무대에 서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나가수2'에 출연했다.

"나는 가수다와 같이 묻혀 있는 가수들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시청자 울린 절실했던 사연

"당신이 가진 건 노래 하나야. 단 한명이라도 당신 노래로 감동을 받고 힘이 될 수 있다면 노래를 해야지"

한때 생계문제로 음악을 포기하려던 박희수는 이런 아내의 응원에 힘을 받았다. '사람들이 우리를 찾아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찾아가자'는 생각으로 삶의 방식을 바꾸게 된다.

캠핑카 생활에 대해 박희수는 "여행을 하며 음악 활동을 하는 것은 예전부터 가진 꿈이었고, 실행 시기가 빨라진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그는 주변에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털어 놓은 적이 없었다.

나가수 출연 뒤 그는 지인들에게 '그런 마음고생을 하고 힘들게 살았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수많은 격려 전화를 받았다. 안타까워서 울면서 전화하는 친구도 있었다.

박희수는 2012년 3월에 캠핑카를 구입, 6월부터 실제 차에서 생활을 하게 됐다. 여행을 통해 삶의 가치를 찾고, 아이에게 유년의 좋은 기억을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그는 일각에서 아이와 여행을 다니며 사는 모습에 우려를 보내는 것에 대해 "불편한 점도 있지만, 아이가 자연과 함께 하며 마음껏 뛰어 놀고 새로운 사람과 만나며 정말 즐거워한다. 많이 걱정스러워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며 웃었다.

박희수는 캠핑카 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버스킹 공연(거리 공연)을 통해 음악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고, 자연을 벗 삼아 지내며 자연 치유적인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영감이 생겼다.



■영혼을 담은 새 앨범으로 팬 찾는다

그는 최근 발표를 앞두고 있는 앨범의 녹음작업에 한창이다.

"사실 1년 전에 앨범을 발표하려했지만, 혼자서 모든 걸 하기는 어려웠어요. 나가수에 나오고 난 뒤 그것들을 다시 꺼내서 녹음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는 트렌드를 반영하기보다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을 고수했다. 드럼을 사용하지 않고 잼베나 타악기를 많이 썼다. 어쿠스틱한 소리가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치하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제 영혼을 담았어요. 기대해주셔도 좋을 겁니다."(웃음)

그는 동물을 통해 인간의 모습을 담아낸 음악들을 담아 9월 앨범을 낼 계획이다. 동전을 124개나 삼키고 죽은 잔 점박이 물범, 20년째 짝이 없이 외롭게 살아가는 170살 된 거북이 등을 통해 그리운 감정을 표현하는 식이다. 동물원 탈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뒤 스타가 된 말레이곰과 그 뒤에서 소외 받는 곰 말순이를 비교해 가사를 쓰기도 했다.



"여행하면서, 소재를 찾아다니면서 계속해서 노래를 만들려 합니다. 사람들의 각박한 마음이 치유되는 노래를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희수는 "결코 내 음악이 대중적이지는 않다"면서 "동물을 통해 사람을 노래하고 자연과 함께 하는 노래를 함께 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순수하게 음악을 하고 싶어 할 뿐 그 밖의 사심은 드러내지 않았다. 만약 방송 출연 제의가 오면 응하겠지만,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며 이곳저곳에서 공연을 하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인기요? 있으면 좋겠죠. 하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제 길을 꿋꿋이 갈 생각입니다"

긴 공백을 딛고 일어난 박희수. 그는 가수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는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사진 = 박희수 ⓒ 박희수]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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