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2012 런던올림픽서 러시아 여자배구대표팀을 이끈 세르게이 오브치니코프 감독이 지난달 30일 사망했다. 소속팀 디나모 모스크바의 프리시즌 캠프가 진행 중인 크로아티아 포렉의 호텔 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것. 많은 배구 팬들이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의 사망에 대해 많은 억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런던올림픽 8강 탈락이라는 성적에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에 가장 무게가 실릴 뿐 자세한 내막은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의 장례는 6일(이하 한국시각) 그가 처음으로 코치 생활을 시작했던 야로슬라블서 치러졌다.
성적에 대한 비관이 아니라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도 없다. 오브치니코프는 감독으로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었다. 그는 1998년, 29살의 어린 나이로 야로슬라비치 야로슬라블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2004년 아보토도르-메타르 팀서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그의 행보는 탄탄대로였다. 2011년에는 러시아컵을 비롯해 유럽배구연맹(CEV)컵, 러시아 챔피언십대회에서 3위 이내의 성적을 올렸다.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러시아 여자 유니버시아드대표팀과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낙점됐다.
러시아는 2012 런던올림픽 조별 예선을 1위(5전 전승)로 통과하며 메달 전망을 밝혔다. 많은 전문가는 대회 전부터 러시아의 우승을 점쳤고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러시아는 8강전서 브라질에 세트스코어 2-3으로 역전패, 대회를 마감했다. 이때부터 오브치니코프는 러시아 언론과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그 와중에 믿고 싶지 않은 일이 터지고 말았다. 국제배구연맹(FIVB)은 지난달 3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브치니코프의 사망 사실을 밝힌 것이다. 언론과 팬들의 거센 비난이 감독의 사망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사실 오브치니코프는 2011년부터 대표팀을 맡았기에 전술을 완성할 시간이 부족했다. 2004 아테네올림픽까지 16년 동안 러시아여자대표팀 감독을 맡아 올림픽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를 획득한 명장인 니콜라이 카폴 감독의 상황과는 달랐다. 하지만 이는 변명에 불과했다.
모든 스포츠팀에는 감독이 존재한다. 특히 국가대표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다. 인기가 높은 구기 종목의 경우 더욱 그렇다. 모든 비난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자리다. 이를 견뎌내지 못한 오브치니코프는 간절히 원하던 우승컵을 들어올려 보지도 못한 채 날개를 접고 말았다.
[사진=오브치니코프 감독 ⓒ 국제배구연맹(FIVB)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