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6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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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눈높이를 세계 수준에 맞추고 성장하라.

기사입력 2007.11.27 03:35 / 기사수정 2007.11.27 03:35

조영준 기자

    

  이번 2007 FIVB 월드컵의 여러 경기를 지켜보면서 느낀 점은 세계 배구의 수준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서구와 남미의 팀들 중, 이제 높이와 파워에 비해 기술과 조직력이 떨어지는 팀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전에 높이와 파워에서 딸리는 아시아권의 팀들은 이 점을 노리며 경기에 임했지만 철옹성처럼 굳건하게 성장한 배구 강팀들의 위세는 더욱 높아졌습니다. 높이와 힘이 받쳐주는 위력적인 공격은 물론 거대한 체구를 가진 선수들의 민첩함도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게다가 한국의 장신선수들에 비해 리시브도 뛰어나고 수비력까지 탁월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팀들을 상대로 엉성한 선수 구조를 가진 한국 팀이 이긴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높이와 힘에 비해 아직도 끈끈한 조직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팀은 튀니지와 이집트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팀들도 언제 무섭게 성장할지 모를 일입니다. 정말 아시아권을 벗어난 국제대회에서 1승을 건질 팀들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만큼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입지가 줄어들 상황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배구란 스포츠가 최초로 탄생한 국가지만 배구 최고의 정상권 팀으로 군림하지 못했던 미국은 이제 세계 챔피언에 근접하는 강팀으로 성장해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세계최강 브라질을 꺾은 팀답게 공수주에서 균형감 있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백업 멤버지만 한국배구에 친숙한 숀 루니(전 현대캐피탈)가 26일 벌어진 대한국전에 주전으로 나온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수비력을 바탕으로 한 조직적인 한국배구에 익숙해 있었던 루니는 자신의 높은 타점을 이용한 고공강타를 작렬시키며 자신이 한동안 뛰었던 국가의 대표팀을 맹폭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선수가 200cm 를 상회하는 장신선수들이 대부분인 미국의 선수들은 하나같이 블로킹 타이밍도 뛰어났습니다. 리시브 불안으로 단조로운 패턴으로 일관한 한국 대표팀의 미진한 공격을 미국 블로커들은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바로 19개의 블로킹이었습니다.

  19개의 블로킹 득점은 실로 엄청난 수치입니다. 게다가 유효블로킹과 블로킹을 의식한 범실까지 고려하면 승패는 여기서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높이와 타이밍을 갖춘 블로킹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선 안정된 리시브를 기반으로 한 빠르고 다양한 조직적인 플레이 밖에 없습니다. 일본 팀은 이것을 갖췄기 때문에 그나마 서구와 남미의 강팀들과 분전하고 있습니다.

  높이와 파워에서 딸리는 한국이 이런 부분마저 갖추지 못했다면 국제경쟁력이 없는 팀으로 밖에 평가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뼈저린 현실을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경험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제 월드컵 대회 같은 국제대회를 치르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이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은 자신들의 기량의 목표를 절대로 국내에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저 좁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한 한국 무대만을 자신들이 활약할 본토로 생각한다면 자신의 성장도 더디게 됩니다.

  그동안 한국 배구를 책임지고 이끌어 왔던 숱한 명 플레이어들도 국제무대를 통해 급성장했습니다. 한국 배구선수로는 처음으로 ‘월드스타’란 명칭까지 얻은 김세진(전 삼성화재)이나 공수주에서 모두 탁월한 기량을 보인 신진식(전 삼성화재)과 박희상(전 대한항공)등은 모두 월드리그와 한일전 등의 국제무대를 통해 세계적인 레벨들과 경쟁하며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지금 월드컵에 참가 중인 한국대표팀의 평균연령은 23.5세입니다. 주장 완장을 단 신영수가 25세이고 최고 연령은 29세인 리베로 여오현입니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20대 초반이고 박준범(한양대)은 19살로 팀의 막내입니다. 이렇게 어린 선수들에게 국제적인 무대 경험을 줬다는 것은 분명히 고무적인 일로 평가받아야 되겠지만 이 선수들과 함께 뛰며 팀을 리딩하고 조율해줄 고참격 리더가 부재한 부분은 아쉽게 다가옵니다.

  서구와 남미의 선수들은 많은 국제대회를 통해 자신의 기량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워가고 있으며 이탈리아 같은 빅 리그 팀에서 활약하며 최고의 배구 선수들을 접하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V리그도 분명히 경쟁력 있는 무대이긴 하지만 앞으로 한국의 선수들의 기량이 급성장되는 발판이 되는 것은 국제무대만한 대회도 없습니다. 한동안 월드리그나 여자부의 그랑프리 같은 대회 참가를 미루고 국내 안주에만 머물렀던 한국의 남녀배구팀의 성장은 더딜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 최고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국제수준에 자신의 눈높이를 맞추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더욱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점점 국가대표를 사양하고 비싼 연봉이 지급되는 프로 팀에만 안주하는 사실은 너무나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자신의 기량 발전과 더 넓은 배구 무대를 생각할 때, 바로 국제대회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부디 한국의 선수들이 국제대회를 통해 더욱 풍부한 경험을 얻음으로서 세계배구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그런 한국 팀의 구성원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사진 = 대한배구협회>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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