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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의 현역 복귀, 세계 피겨에 미치는 영향

기사입력 2012.07.03 07:42 / 기사수정 2012.07.03 15:0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갑작스럽게 열린 긴급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김연아(22, 고려대)는 차분하게 자신의 진로를 밝혔다. 선수와 스포츠 외교관 그리고 엔터테이너 사이에서 방황한 그는 마침내 걸아가야 할 길을 공개했다.

결국 김연아는 '스케이터'로 돌아왔다. 김연아의 정체성을 놓고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자신이 걸어갈 청사진을 그렸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228.56이란 경이적인 점수로 금메달을 획득한 그는 모든 것을 다 이룬 듯이 보였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 대한 꿈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어린 시절 힘들게 훈련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준 후배들의 땀도 김연아의 스케이트 끈을 단단히 조여 매게 했다.

김연아는 2일 오후 서울 공릉동 태릉국제아이스링크 2층 대회의장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할 뜻을 공표했다. 여자 싱글 세계기록 보유자이자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돌아온다는 소식은 세계 피겨의 큰 이슈로 떠올랐다.

'국가대표'로 돌아온 피겨 여제

김연아의 향후 진로는 철저히 비밀로 부쳐졌다. 가까운 지인들도 김연아의 결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한 피겨 관계자는 향후 거취에 대한 부분은 김연아 본인과 어머니인 박미희 올댓스포츠 대표 그리고 구동회 부사장만이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가까운 동료들에게까지 철저히 비밀로 부쳐졌던 김연아의 진로는 마침내 공개됐다. 이번 여름에 자신의 향후 거취를 밝히겠다고 전한 그의 의도는 만천하에 알려졌다.

국내 대부분의 피겨 관계자들은 "향후 몇 년이 지나도 김연아만한 스케이터는 다시 나오기 어렵다"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김연아가 지난 2011~2012 시즌 휴식을 선언한 뒤 나머지 국내 선수들의 활약은 미비했다.

김해진(15, 과천중)과 박소연(15, 강일중) 등 주니어 선수들의 분전이 있었을 뿐이다. 김연아 이후 시니어 무대는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연아가 다시 현역 선수 복귀를 선언하면서 한국 피겨의 부흥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김연아는 내년 1월에 열리는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하겠다고 밝혔다. 김연아가 마지막으로 국내대회에 출전했던 때는 7년 전인 2006년이다. 이 해에 열린 전국종합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그는 이후 국제대회에만 주력해왔다.

기자회견에서 김연아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아니라 후배들과 같은 국가대표로 남고 싶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7년 만에 국내 대회에 복귀하는 김연아는 "올림픽 챔피언이 아니라 국가대표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IOC 위원의 꿈과 후배들의 땀이 김연아의 마음을 흔들었다


김연아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홍보사절로 활동하면서 IOC위원의 꿈을 키웠다. 자신의 우상인 미셸 콴(32, 미국)처럼 스포츠 외교관으로 성공하는 목표를 가졌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출전이 반드시 필요했다.

김연아는 문대성(36) 현 IOC위원의 임기가 끝나는 2016년에 위원 선출 자격을 얻는다. IOC위원이 갖출 요소는 '가장 최근에 열린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김연아는 소치올림픽 출전이 필요했다.

김연아는 "IOC위원의 꿈도 키워왔다”며 "소치 올림픽에서의 현역 은퇴는 새로운 꿈과 도전을 위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덧붙었다. 다시 힘겨운 훈련을 소화하는 것은 고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담감 때문에 선수생활을 마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태릉실내아이스링크에서 함께 훈련한 후배들의 땀도 김연아에게 강한 자극을 줬다. 이 부분에 대해 김연아는 "후배들을 보면 어린 시절 나보다 더욱 열심히 하는 것 같다. 땀을 흘리는 후배들을 보면서 강한 자극을 받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김연아는 더욱 높은 목표를 상실했다. 선수 생활의 지속 여부에 대해 심사숙고 했던 그는 '땀의 의미'를 후배들을 통해 다시 느꼈다. 스케이터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을 느낀 그는 후배들과 똑같은 국가대표가 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특별한 강자가 없는 여자 싱글. 김연아의 위치는?

김연아의 복귀설이 근거 있는 소문으로 나돈 것은 태릉아이스링크에서의 소문이었다. 김연아가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뛸 때 퀄리티가 예전과 다를 것이 없다는 목격담이 종종 흘러나왔다.

현장에 있던 일부 관계자들은 "김연아의 기량이 예전처럼 올라온다"는 말을 남겼다. 김연아는 "올림픽 이후 3개월간 휴식을 취했지만 꾸준하게 훈련해 왔다"고 말했다. 앞으로 공식 일정을 줄이고 훈련의 양을 2배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전한 그는 '토털패키지의 귀환'을 선언했다.

현재 여자 싱글 무대의 기량은 하향 평준화된 상태다. 지난 2011~2012 시즌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카롤리나 코스트너(25, 이탈리아)는 뒤늦은 나이에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3+3 콤비네이션 점프와 같은 고난도의 기술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 김연아가 예전의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점프를 비롯한 다양한 콤비네이션 점프를 들고 나올 경우 기초 점수에서 김연아를 앞설 선수는 없다.

문제는 꾸준한 몸 관리와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는 점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일본 취재진들도 모습을 보였다. 김연아가 현역 복귀를 선언하면서 세계 피겨계는 새로운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시즌 여자 싱글 무대에서는 압도적인 강자가 없었다. 김연아가 예전과 같은 점프 퀄리티를 살리고 자신 만이 할 수 있는 안무 소화능력을 보여준다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

그러나 돌아온 여제의 발언은 소박했다. 김연아는 "기대치를 낮추고 국가대표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고난도의 기술과 뛰어난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스케이터는 여자 싱글에서 존재하지 않았다. 올라운드 플레이어인 김연아의 복귀는 세계 피겨계의 판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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