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지난 15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2012 고교야구 전반기 주말리그’가 끝났다.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열전이 진행된 가운데, 이제 본선무대 진출을 확정지은 학교들은 다음달 5일부터 창원에서 열리는 제66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겸 전반기 주말리그 왕중왕전) 준비에 들어갔다.
전년도 우승팀 충암고가 ‘디펜딩 챔프’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비롯해 총 35개 학교가 ‘황금사자’를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치게 됐다. 그런데 대회 참가팀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확실한 기준’을 두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처럼 주말리그 상위 3~4위를 차지한 학교가 그대로 왕중왕전 출전을 확정지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한야구협회, ‘현장 지도자 의견 반영’
실제 전반기 왕중왕전을 겸해서 치르는 황금사자기 대회는 각 조별 우승을 차지한 팀 외의 학교들은 ‘추첨’에 의해 참가 여부가 결정났다. 당연히 2~4위의 성적을 거두고도 탈락한 학교들 입장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는 대한야구협회가 주말리그를 앞두고 제작한 책자에 명시된 규정(7개 학교가 참가한 조에서는 상위 4학교가, 6개 학교가 참가한 조에서는 상위 3학교’가 본선무대에 진출한다)을 뒤집는 결정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한야구협회 측은 “전반기 주말리그를 앞두고 고교야구 감독과 회의가 열렸다. 그 결과, 모든 학교가 최소 두 대회 이상 나가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의견이 도출됐다. 왕중왕전에 나가지 못하는 학교들이 야구부 존립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주말리그 시행을 앞두고 참가 출전 기준을 조정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라고 이야기하며, 참가교 기준 변경이 현장 지도자들의 견해를 100% 반영했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협회와 현장 감독들의 의견만으로는 이를 주지시킬 수 없었기에 공동 주최 신문사에도 출전 변경에 대한 양해를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후반기 왕중왕전을 공동 주최하는 각 신문사는 왕중왕전의 권위를 살리면서도 모든 학교의 참가가 고루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내려진 결론이 ‘각 지역별로 우승을 차지한 학교는 그대로 참가를 확정하고, 나머지 학교들에 대해서는 추첨식으로 참가 여부를 결정한다’라는 것이었다. 추첨을 통하여 전반기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는 학교는 자동으로 후반기 왕중왕전(청룡기)에 출전하는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대통령배 대회는 전/후반기 조별리그에서 1위를 차지한 학교를 필두로 전국 53개 학교가 전국대회에 두 번 참가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로 했다.
또한, 대한야구협회는 이번 황금사자기 대회 대진표 추첨에 앞서 각 학교 지도자들에게 ‘지금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는 학교가 있다면, 최초 원안대로 왕중왕전을 진행하겠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때 이의를 제기한 지도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대한야구협회의 입장이다. 현장의 의견을 100% 받아들여 본선무대 진출팀을 결정했다는 이야기는 거짓은 아니었다.
현장 지도자들, ‘본선무대 출전 기준 변경 통보 시기 늦어’
따라서 이번 황금사자기 본선무대 출전팀을 놓고 기준 변경 여부에 대해 협회 측의 잘못만을 논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협회 입장에서는 최초 기준안대로 시행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국무대 출전 학교 숫자가 제한되어 있다는 점, 그로 인해 ‘엘리트 스포츠’로 대변되는 국내 고교야구 현실상 야구부 존폐 기로에 있는 학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협회 측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야구협회에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참가 팀 기준을 조정했고, 그에 따라서 현장 지도자들의 반대 의견 유무까지 물어보았는데, 왜 인제 와서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현장 지도자들 역시 할 말이 있다. 전반기 리그전 시작 직전에 본선무대 진출 팀 기준이 변경될 수 있음을 인지했다면, 그것을 조금 더 빨리 통보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즉, 이 과정에서 대한야구협회가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또한, 본선무대 참가 기준 변경 여부가 확실히 결정나지 않은 상황에서 협회 측은 ‘아직 참가 기준이 어떻게 될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니, 각 학교별로 최선을 다하여 리그전에 임해달라’라는 이야기를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반기 리그전 종료 직후에도 변함이 없었다. 각 학교 감독들이 최초 원안대로 황금사자기 참가팀이 결정난 것으로 믿어버린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대한야구협회 측에서 참가교 기준 변경 여부에 대해 빠른 의사결정 및 통보가 이뤄졌다면, 각 학교의 불만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도 있었다.
결국, 이번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참가팀 결정 기준’에 대한 논란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했다는 대한야구협회의 의사 결정 과정과 ‘빠른 의사소통 과정’에 아쉬움을 드러낸 현장 지도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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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