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희 기자] 대학야구 춘계리그가 한창인 서울 신월구장. 지난해까지 고교야구를 유심히 지켜 본 이라면, 상당히 낮익은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영남대 박태호 감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해까지 박종윤(넥센), 구자욱(삼성), 전호영(LG), 김호은(연세대)과 함께 대구고를 이끌었던 박 감독은 고교야구 시즌 종료 직후 자신의 또 다른 모교인 영남대를 찾았다. 전임 권영호 감독의 후임 인사로 박 감독이 선임됐기 때문이다. 이에 박 감독은 자신의 데뷔전이기도 했던 지난해 대학야구 추계리그전에서 팀을 8강까지 올려놓으며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남대는 그 동안 대학야구에서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영남대가 박 감독 부임 이후 ‘괄목상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춘계리그에서도 호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특히, 조별리그전에서는 다섯 경기에서 단 한 차례밖에 패하지 않았는데, 그 1패 역시 명문 연세대에 당한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영남대 야구부를 보는 눈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결선리그에 오른 영남대는 이국성 감독이 이끄는 경희대와 첫 경기를 치렀다. 경희대 역시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춘 팀이었기에 영남대의 고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영남대는 홈런포를 가동한 포수 김민수를 필두로 3타점을 기록한 여청원 등의 활약으로 무려 7득점하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타선에서 3학년들이 힘을 내는 사이에 마운드에서는 4학년 우완 에이스 이성민이 140km/h 후반대에 이르는 빠른 구속을 앞세워 7.2이닝 무실점 호투로 팀 승리를 지켰다.
그러나 영남대가 8강에서 만난 상대는 강호 원광대였다. 그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 온 만큼, 영남대의 선전을 기대해 볼 만했다. 하지만 원광대의 벽은 높았다. 2-9로 8회 콜드게임 패하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에이스 이성민을 이틀 만에 다시 등판시킬 수도 있었지만 선수 보호가 최우선이었던 박 감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렇게 영남대의 첫 대회가 끝이 났다.
경기 직후 영남대 차정환 코치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로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이번에 부상 선수가 많아 시즌을 소화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대구지역의 좋은 신입생들을 받았고, 또 기존 선수들이 힘을 냈지만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선수들은 10명 내외밖에 안 됐다는 것이 차 코치의 설명이다. 그 10명 중에서도 가벼운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들이 있었다. 모두가 참고 경기에 뛰었다는 뒷이야기도 전달했다.
그렇기에 원광대와의 8강전이 더욱 아쉬울 법도 하다. 특히, 영남대를 물리친 원광대는 ‘대학 최강’으로 평가받는 성균관대에도 역전승하며 춘계리그 결승에 올랐다. 만약에 영남대가 승리했다면, 아주 오랜만에 결승 무대를 밟는 것도 꿈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더 나은 내일’이 있어 결코 낙심하지 않는다. 특히, '공부하는 야구선수 육성'이라는 대전제를 앞세운 박태호 감독-차정환 코치가 있다는 점은 영남대 야구부의 큰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다가올 하계리그와 KBO 총재기 선수권대회에서도 영남대의 분전을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다.
[사진=영남대 박태호 감독 (C) 엑스포츠뉴스 DB]
김현희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