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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모의 백스테이지] 솔로 여가수 일본 진출사 ② '실력파 박정현의 수난'

기사입력 2012.03.21 09:23 / 기사수정 2013.08.24 21:28

백종모 기자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국민 여동생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가수 아이유가 일본에 데뷔한다. 아이유는 3월 21일 자신의 대표곡 '좋은 날'의 일본어 버전을 내놓으며 공식적으로 일동 진출을 선언한다.

일본 한류계에서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아이유의 일본 진출을 기대하면서도, 색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바로 아이유가 한류의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것.

그러나 아직까지 젊은 층을 대상으로 일본에서 성공한 가수는 보아 외에는 없으며, 퍼포먼스 능력을 겸비하지 못한 가수의 경우에는 전무하다. 아이유는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일본 활동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일본에 진출한 솔로 가수들의 사례를 되돌아 보며 이에 대해 짚어 보도록 하겠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국내 가수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첫 째는 계은숙, 김연자 등으로 대표되는 트로트 가수. 둘째는 보아, 동방신기, 카라, 소녀시대 등 퍼포먼스 위주의 아이돌 가수다. 아직까지 가창력을 내세운 솔로 가수는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예가 없다.

이미 엑스포츠뉴스에서는 지난 2011년 여름, 걸그룹의 일본 진출 러시에 대해 걸그룹 진출 연재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아이유의 일본 진출을 맞아 특집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아이유 日데뷔 특집 연재 기사 목록

1.솔로 여가수 일본 진출사 ① 강수지부터 아이유까지 12년
2.솔로 여가수 일본 진출사 ② 실력파 가수 박정현의 수난
3.아이유 일본 진출, 어떻게 봐야 할까


(1편에서 계속)보아의 성공 이후 국내의 실력파 여성 솔로 가수들의 일본 진출 러시가 이어졌다. 이수영에 이어, 박정현, 화요비, 왁스가 나란히 일본에 진출한다. 또한 드라마 한류 열풍을 타고 이정현도 일본에 깜짝 데뷔했다.



박정현, '노래 실력은 인정받았지만…' (2004년 11월 데뷔, 오리콘 순위 39위, 판매량 5631장)

한국계 미국 태생 가수인 박정현에 대해 현지 언론은, 마찬가지로 미국 태생인 현지 인기 가수에 빗대 그녀를 '한국의 우타다 히카루'로 소개했다.

박정현은 지명도 있는 일본 보컬 그룹 '케미스트리', 가수 소웰루, 그리고 브라운아이즈와 함께 2002 한일월드컵 공식 테마송을 불렀으며 이 곡이 포함된 싱글 앨범은 일본에서 16만 6천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박정현은 이후 일본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에 참여하며 일본 진출을 준비했다. 이즈음 절정을 이루고 있던 현지의 '겨울연가' 열풍에 힘입어 각종 한류 행사가 열려 가수들이 일본 무대에 설 기회도 많은 편이었다.

박정현의 데뷔에 일본 언론들도 비교적 높은 관심을 보였고, 데뷔시 TV 광고도 내보내는 등 착실한 진출 계획도 진행됐다. 박정현은 앨범 발매시 쇼케이스도 착실히 진행했고, 1100석 가량의 콘서트홀에서 단독 콘서트도 가졌다.

2년 7개월의 현지 활동으로 노래 실력을 인정 받았고, 마니아 팬 층까지 형성됐다. 아직까지 그녀를 추억하고 있는 팬들이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  그러나 안타깝게도 앨범 판매량 면에서 뚜렷한 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박정현이 일본에서 좀 더 대중성 있는 곡,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곡을 부를 기회가 좀 더 많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정현이 2007년 6월 일본에서 발표한 '기도 You Raise Me UP'은, 'You Raise Me UP'을 개사한 애니메이션 주제가로 대중성을 겸비한 경우로 꼽을 수 있다.  이 곡이 포함된 싱글 앨범은 자신의 현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박정현의 노래에 반한 서양 소녀가 유투브 커버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이 곡이 박정현의 일본 활동 마지막 곡이란 점이 여운을 남긴다.

박정현은 자신의 일본 발매 앨범 10장 중 8장이 1000장 이하의 판매고를 올리는 굴욕도 맛봤다. 그럼에도 그녀가 장기간 일본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건 독보적인 가창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는 이상은이 판매량과 상관없이 일본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던 사정과도 비슷하다.

그러나 박정현은 앨범 판매량과 상관 없이 한국 출신 가수의 실력을 뽐내고 돌아왔다. 박정현과 2005년 한일 우정의 해 기념공연을 함께 가진 일본의 포크 듀오 '고부쿠로' 멤버 쿠로다 슌스케가 박정현의 노래 실력에 감탄해 “'세상은 넓구나, 그리고 일본은 좁구나'라고 느꼈다"라고 고백한 일화는 유명하다.



실력 인정받은 화요비, 짧은 일본 활동 (2004년 11월 데뷔, 오리콘 순위 59위, 판매량 12,979장)

화요비는 '한국 R&B의 젊은 여왕'으로 현지 언론에 소개됐다. 그녀는 2004년 11월 비디오 게임 마그나카르타의 주제가로 쓰인 'Fly Again'으로 일본에 데뷔했다. 국산 원작인 이 게임의 TV 광고는 안정환이 광고에 출연한 것으로도 화제가 됐고, 화요비의 노래도 함께 전파를 탔다.

또한 후속 싱글 앨범 '천국의 기억'은 드라마 후지TV에서 방영된 '천국의 계단'의 일본 버전 주제가로 쓰였다. '천국의 계단'은 당시 일본에서 11.7%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화요비는 데뷔 싱글이 6700여 장, 2번째 싱글이 약 13000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앨범 판매량 면에서 같은 시기에 일본에 데뷔한 박정현에 비해 우위를 보였다. 뛰어난 노래 실력에 TV에 노출될 기회가 많은 곡을 선택한 것이 도움이 됐다. 또한 2006년 3월 한국 음악 전도사로 유명한 평론가 겸 방송인 후루야 마사유키는 화요비를 주목해야 할 실력파 가수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했다.

화요비에 대해 일본 대중은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라며 감탄했고 일부 마니아 팬까지 생겼다. 그러나 그녀 역시 싱글 이후 발매한 첫 앨범이 판매 부진을 보이며 '한국 가수'라는 선입견을 넘지 못했다. 한 팬은 "이렇게 좋은 노래인데 왜 팔리지 않는가"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화요비는 싱글 앨범 2장과, 앨범 1장을 낸 뒤 일본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테크노 여왕' 이정현, 화려한 日 데뷔 (2004년 12월 데뷔, 오리콘 순위 26위·판매량 29,405장)

박정현, 화요비와 같은 시기에 일본에 진출한 이정현은 상대적으로 다른 행보를 걷는다.

이정현은 일본에서 11.5%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에서 배우 겸 OST(헤븐) 참여를 한 인연으로 일본에 진출했다. 드라마가 이끈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이정현은 그해 최고의 활약을 보인 가수만 출연할 수 있다는 NKH '홍백가합전'에 보아, 이병현, 류와 함께 출연하게 된다. 이정현은 천재일우와도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한복 에 부채, 그리고 새끼손가락 마이크까지 더한 파격적인 패션과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일본 대중들에게 자신을 각인 시켰다. 이에 대해 한 현지 매체는 이정현을 '테크노의 여왕'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정현은 '와'와 '헤븐'이 수록된 데뷔 싱글(약 2만 9천 장), '와'를 타이틀로 내세운 앨범(약 1만 5천 장)을 잇따라 히트 시키며 성공적으로 일본 가요계에 데뷔했다.

그러나 데뷔 초의 임팩트가 오래 가지 못했다. 후속 싱글을 앞두고 1만 7천석 규모의 콘서트홀에서 단독 라이브 무대를 가지는 등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펼쳤음에도 싱글은 1600여장 밖에 팔리지 않았다.

이후 이정현은 여전사 콘셉트를 버리고 발랄하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로 탈바꿈하며 3번째 싱글을 발매하지만 오리콘 주간 순위 217위(판매량 2874장)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이후 중국 활동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왁스 '연이은 실력파 솔로 여가수의 실패' (2006년 4월 데뷔, 49위·판매량 5601장)

박정현, 화요비에 이어 2006년 또 한 명의 실력파 여성 솔로 가수 왁스도 일본에 진출했다.

왁스는 자신의 히트곡 '화장을 고치고'에 일본어 가사를 붙인 '붉은 실'로 일본에 데뷔했다. 드라마 OST 참여 등 한류에 기대기보다 스스로의 실력으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길을 택한 왁스는 10개월간 일본어 공부를 하고, 일본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등 본격적인 준비 끝에 일본에 데뷔했다.

왁스는 일본에서 싱글과 앨범을 1장 씩 냈으나, 각각 5601장, 2236장의 저조한 판매 기록을 보였다. 노래 수준은 높지만 현지에도 많은 발라드 장르여서 차별성이 떨어진 것, 그리고 다소 부자연스러운 일본어 발음으로 인한 감정 표현 문제가 원인으로 꼽힌다. 결국, 왁스의 '붉은 실'은 단순한 '화장을 고치고'의 일본판으로 남고 말았다. 정공법 속에서도 차별성을 두는 전략을 썼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밖에 거미도 2011년 11월 일본에 진출, 데뷔 앨범으로 59위(판매량 2124장)의 성적을 거뒀다.

정리하며…

양수경부터 왁스까지 여성 솔로 가수들의 일본 진출 과정을 정리함으로써, 일본 가요 시장과 우리 가수와의 상관관계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으리라 본다.

특히 일정 수준 이상 성공을 한 가수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데뷔 시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냈다. 보아의 경우 오리콘 주간 차트 20위(첫 주 판매량 14740장)을 기록 했는데 이 정도가 마지노선으로 보인다. 일본 가요 시장 자체가 침체된 현 시점에서는 주간 순위 10위 이내에 첫주 판매량 1만 장 이상이 최소한의 성적으로 생각된다.

초기 진입을 위해서는 데뷔곡 선정도 중요하다. 일본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곡을 골라야 할 것이며, 신인이라는 자세로 적극적이면서도 지속적인 프로모션을 펼쳐야 할 것이다. 특히 현지 음반 기획사의 협력이 중요한데, 공중파TV 및 콘서트 출연 CF 노출 등의 과감한 마케팅이 큰 도움이 되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실력파 가수들이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는 점에서, 실력보다도 현지 가수들에게 없는 차별성을 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내로라하는 가수들 간에도 결과가 엇갈리는 것이 흥미로우면서도 일본 가요 시장이 녹녹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며, 꾸준한 활동 속에 주어지는 약간의 운을 놓치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잇을 것이다.

[사진 = 아이유, 박정현, 화요비, 이정현, 왁스 ⓒ 엑스포츠뉴스DB, 'The Gold Within' 뮤직비디오 캡처, 라이온미디어, 이정현 'Heaven' 재킷, '붉은 실' 앨범 재킷]

백종모 기자 phant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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