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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전설(海東傳說)2(1) 미소녀 임희정(任晞禎)

기사입력 2004.10.12 03:18 / 기사수정 2004.10.12 03:18

김종수 기자
[농구무협소설] 해동전설(海東傳說)




전주현…

“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쪽 선수들에게 공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래야만이 다음의 동작들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화려한 것은 그 다음이다.”



넓은 연무장의 한가운데로 이십 여명 가량의 소년들이 앉아있었다. 그 앞쪽으로 콧수염을 정갈하게 기른 삼십대 중반 가량의 사내가 카랑카랑한 음성을 토해내며 각종 동작들을 손수 시범 보이고 있었다.

“먼저 팔을 앞으로 쭉 뻗어 공을 전달할 방향으로 몸을 향한다. 공에서 절대 눈을 떼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손바닥은 충분히 벌려 공을 안정적으로 잡아야한다.”

소년들은 하나라도 놓칠 새라 초롱초롱한 눈들을 빛내며 사내의 말 한마디, 동작하나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팔꿈치는 확실하게 구부려 품안으로 공을 끌어들여 잡는다. 그리고 가슴 앞에서 손목을 퉁기듯이 앞으로 쭉 뻗어내면 된다. 이것이 바로 가장 기본적인 가슴 앞 전달 법이라는 것이다. 알겠나?”

“예엣!”

사내의 물음에 소년들이 우렁차게 일제히 대답을 했다.

“자 그럼 일어나서 한사람씩 해봐라. 내가 공을 던져 줄테니 받아서 같은 식으로 나한테 다시 주는 것이다.”

몸을 일으킨 소년들은 사내의 구령에 맞추어 동작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일렬로 늘어서 하나하나 앞으로 나와 공을 주고받는 식이었다.

“팔꿈치를 자연스럽게 몸에 붙였다가 뻗으면서 엄지손가락이 아래가 되도록 자연스럽게 볼에 회전을 준다.”

뚱뚱한 체격부터 깡마른 체격까지 소년들은 가지각색이었다.

“목표는 상대의 가슴! 팔은 바닥과 평행을 이루도록 한다.”

사오 세 때부터 농구를 시작한 소년들인지라 상기된 표정 속에서도 제법 사내가 알려준 동작들을 그런 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검지 손가락 끝에서 공이 떨어져나간다는 기분을 잊지 마라. 마지막까지 팔을 똑바로 펴고 손등이 서로 마주봐야한다니까!”

사내는 못내 못마땅한 듯 계속적으로 고함을 내질러댔다.

(어…어쩌지…)

줄의 중간쯤으로 서있는 한 소년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차룡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으로 또래 중에서도 운동신경이 없기로 소문난 아이였다.

“……”

자신의 차례가 돌아왔음에 정차룡은 엉거주춤 앞으로 나섰다.

“야! 차룡이다. 차룡이야.”

“헤헤헷…차룡아 잘해봐.”

정차룡이 나오자 소년들 사이에 놀림 가득한 웃음소리가 새어져 나왔다. 가뜩이나 긴장하고있던 정차룡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커진 눈을 앞뒤로 힐끔거리고 있었다.

“어딜 쳐다보는 것이냐? 공을 봐야지!”

고함소리와 함께 사내가 정차룡을 향해 공을 뿌렸다.

“어엇!”

깜짝 놀란 표정으로 정차룡이 앞으로 손을 황급히 내밀었다.

타탁!

아니라 다를까 사내가 던진 공은 정차룡의 손을 맞고 옆쪽으로 퉁겨져 나갔다. 허공으로 붕 뜬 공은 포물선을 그리더니 그대로 소년들 쪽으로 날아갔다.

“뭐 하는 것이냐? 정신 차리지 못해!”

사내의 호통에 정차룡이 허겁지겁 공이 떨어진 곳으로 달려갔다.

“자, 차룡아. 여기 있다.”

길쭉한 얼굴에 동그란 귀가 인상적인 소년이 공을 주워 정차룡에게 던졌다. 항상 정차룡을 못 살게 굴고있는 이창헌이라는 악동(惡童)이다.

그다지 세게 던진 것이 아니었음에도 정차룡은 양팔을 허우적거리며 어렵사리 공을 잡아냈다.

“뒷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 어서 이리와 공을 던지지 못해.”

이런 정차룡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내의 목소리는 냉정하기만 했다.

“예…옛!”

후다닥 자리로 돌아간 정차룡은 팔꿈치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힘껏 사내를 향해 공을 던졌다. 그러나 어설픈 동작에서 던진 공이 제대로 사내를 향해 던져질 리가 없었다. 공은 사내의 오른쪽으로 크게 휘더니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하하하핫…바보 아냐? 도대체 어디로 공을 날리는 것이야?”

“그러게 말이야. 어떻게 쟤는 아무리해도 맨 날 그대로야.”

이창헌을 필두로 소년들의 비웃음소리가 또다시 터져 나왔다. 정차룡은 당황한 얼굴로 어찌할 줄을 몰라했다.

“조용, 조용!”

사내의 언성이 커져서야 소년들의 웃음소리가 멈추었다.

“됐으니까 다음사람!”

정차룡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터벅터벅 뒷줄로 돌아갔다.

“킥킥킥킥…”

나지막하게 여전히 뱉어지고있는 사방의 비웃음소리가 가뜩이나 기가 죽은 정차룡의 어깨를 축 처지게 했다.

“야야! 수철이다. 조수철이 나왔어.”

문득 한 소년이 앞으로 걸어나가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 정차룡도 눈길을 돌려 조수철이라 불린 소년을 쳐다보았다.

넓은 이마에 짙은 눈썹, 뚜렷한 이목구비가 한눈에 보아도 미소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깨우친다는 천재가 이럴까?

조수철은 뛰어난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또래들 중에서 감히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직 열 살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해동국 역사상 최고의 농구선수로 꼽히는 허신을 능가할 재목으로 주목받고 있을 정도였다.

파팟!

조수철은 전직농구선수 출신인 사내가 무색할 만큼 완벽에 가까운 동작으로 공을 주고받았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사내보다 훨씬 부드럽고 안정적으로까지 보였다.

“우와! 역시 수철이다.”

“당연하지. 수철이는 미래의 해동국 농구를 이끌 가장 확실한 선두주자로 평가받고 있잖아.”

여지없이 소년들 사이에서 박수와 함께 우레와 같은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금 전 정차룡을 비웃던 모습들과는 천양지차였다.

(부…부럽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정차룡의 입장에서 조수철은 더 없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외모, 농구실력, 주변의 평가 등등 그 중의 하나만이라도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하는 정차룡이었다.

“좋아. 잘했다.”

사내 역시 만족했다는 듯 만면에 흡족한 웃음을 띄고 있었다. 그의 입장에서도 조수철 같은 뛰어난 인재가 자신의 가르침을 받고있다는 것이 여간 흐뭇한 일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짝짝짝…

박수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연무장으로 걸어 들어옴에 사내를 비롯한 소년들의 시선이 입구 쪽으로 향했다.

비단결 같은 머릿결에 뽀얀 피부, 별처럼 맑은 눈을 한 깜찍한 외모의 소녀가 소년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전주현의 치안을 담당하고있는 임성민장군의 무남독녀 임희정(任晞禎)이었다.

“어서 와라.”

웃음 진 얼굴로 사내가 임희정을 맞았다.

“안녕하셨어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숙이는 임희정의 음성은 옥 쟁반에 구슬이 굴러가는 듯 낭랑하면서도 청아(淸雅)하기 그지없었다.

“희정이 왔구나?”

이창헌이 히죽거리며 제일 먼저 임희정에게 다가왔다. 이어 다른 소년들도 뒤질 새라 임희정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예쁜 외모에 활발한 성격의 임희정은 소년들에게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임희정에게 다가가지 않고 있는 소년이 딱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조수철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정차룡이었다.

[계속]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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