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8 13:21
자유주제

SK조원우의 '어젯밤 이야기'

기사입력 2004.10.05 02:27 / 기사수정 2004.10.05 02:27

두정아 기자

소방차를 아십니까

SK 조원우 테마송 - 소방차 "어젯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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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너를 사랑해'라는 노래 제목으로 신세대와 기성세대를 구분짓던 기준이 있던 때가 있었다. 한동준의 '너를 사랑해'라고 생각한 사람은 기성세대이며 SES의 '너를 사랑해'라고 말한다면 신세대가 되는  식이었다. 난 그 당시 신세대에 속했다.
얼마전 나는 “빰~빠라빰빠밤~”하는 경쾌한 멜로디의 전주를 듣고 단번에 그것이 소방차의 노래인 것을 떠올린 적이 있었다. 반면, 옆에서 노래를 같이 들었던 후배 한명은 끝내 소방차를 기억해내지 못했다. 나는 분명 서태지 세대인데도 불구하고 내겐 소방차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이것은, 유난히 문화적으로 폭이 넓거나 기억력이 좋다는 증거 아닌가.. 어쨌든 결국엔 이렇게 결론 지을 수밖에.. (먼산..)
 
 '소방차'는 80년대 가요계에 폭풍을 몰고 온 댄스그룹이다.  조용필 이후 ‘오빠부대’의 열성적인 전향을 업그레이드시키며 오랜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원조격 댄스그룹이다. ‘그녀에게 전해주오’, ‘어젯밤 이야기’, ‘하얀 바람’, ‘통화중’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대중적인 코드에 안착하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그야말로 당시에는 하이틴스타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시에 누구도 감히 꿈도 못 꿀 고난도의 기술을 선보였는데 이는 바로 노래가 끝나는 순간 덤블링을 하는 것이었다. 묘기와도 같은 춤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며 발랄한 댄스와 더불어 깔끔한 외모(김태형,이상원)과 귀여운 이미지로(정원관)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소방차의 가요사적 의의를 거론한자면 한국 최초의 본격적 댄스그룹이며 아이돌그룹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들은 아직도 통화 중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소방차는 와중에 이상원이 솔로 앨범을 제작하며 위기를 맞는다. 온갖 소문과 해체의 위기에서 백댄서 출신인 도건우를 영입한 정원관과 김태형은 이후로도 계속 '통화중', '하얀 바람', '일급비밀', '사랑하고 싶어' 등을 히트시켰으며 1988년과 1989년 각각 KBS와 MBC의 10대가수로 뽑혔다. 3집으로 해체한 이들은 이상원의 솔로 앨범에 이어 김태형이 1991년 솔로 음반을 발표했고(기대에는 못 미쳤음) 이상원은 그룹 잉크를 조직해(만복이가 인기 많았음) '그래 이젠'을 히트시켰지만 역시 예전의 인기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김태형과 이상원은 MC로 주가를 올리던 정원관과 다시 의기투합해 다시 소방차를 재결성하기도 했다. 
지금의 소방차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현재 정원관은 TV프로의 고정게스트로 꾸준히 방송활동을 하며 정원관은 이외에도 음식 포탈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팀의 리더로서 많은 인기를 누렸던 김태형은 이후 스튜디오를 개설해 정원관과 함께 그룹 하모하모, NRG의 음반을 제작하기도 했다.  소방차 2기에 가세했던 도건우는 프로듀싱으로 활동하고 있다.



처음 야구장에 갔던 날ㅡ

소방차를 새삼 다시 떠올리게 된 계기는 지난 29일 현대-SK의 경기를 보기 위해 문학경기장을 찾을 때부터 시작된다. 명절 연휴 마지막 날, 드디어 야구장에 친구들과 함께 처음 나들이를 가게 된 것이다. '지상에서 가장 복잡한 룰'을 가진 스포츠인 야구를 꼭 언젠가 익히겠다는 것은 오래전의 다짐이었다. 실천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을 뿐. 소감을 간단히 말하자면.. 계속 긴박하기만 하거나 계속 지루하기만 한 경기가 아닌, 지루한 듯 하다가 갑자기 흥미진진해지는 '강약'의 절대적 미학이라고 할까. 시즌이 거의 끝나간다니 매우 아쉬울 뿐이다. 올해엔 너무 늦었지만 어쨌든 보러 난생 처음 야구장에 가 본 나로서는 경기장 특유의 분위기에 금세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단체나 새로운 환경에 갔을 때에 일차적으로 느낄 수 있는 흐름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 흐름은 대개 가시적인 구도로부터 시작된다. 그렇다. 아무리 각자 응원하는 팀이 있다고 하더라도 확연하게 구분되는 서포터즈 자리의 위치가 나는 신기하기만 했던 것. 홈팀이라 많은 서포트즈가 있었던 1루쪽에 나는 자리를 잡았다.야구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폭이 생각보다 넓다는 것을 새삼 깨달게 되었는데, 어린 꼬마들이 응원단장의 신호를 척하고 알아듣고 구호를 회치는 모습이 경기 내용보다 더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SK 서포터즈가 몰려 있는 자리에 앉아 나는 그들과 같이 파파이스 치킨을 먹으며 경기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흥미진진한 경기가 계속되고(난 SK를 응원했다.) 이길 듯 말 듯 한 경기는 연장전까지 이어졌다. 잠시 지루해질 무렵이면 치어걸과 응원단장이 금세 무대로 나와 지루함을 달래주는 것도 재미있는 볼거리 중에 하나였다.


 특히 야구장에서는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응원곡의 대부격인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부터 시작해 선수들의 등장 음악을 비롯 '볼거리'도 많지만 '들을거리'도 많았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앞서 얘기한 바 있듯이 단연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였다. 조원우 선수의 등장과 함께 경쾌하게 울려퍼지는 반주는 환기를 가져다 주었고 그럼으로써 플레이가 더욱 역동성 있는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선수가 등장할 때 흘러나오는 음악은 어떤 요소로 필요한지 잘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등장할 때 들음으로서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 그 대상은 선수나 서포터즈 어느 한 쪽에 해당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연장전까지 이어진 그날의 경기는 아쉽게 SK가 승리를 놓쳤다. 그러나 연휴 기간에 처음 찾게된 야구장은 정말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활력중에 활력이 가져다 주었다. 음악을 비롯한 다양한 볼 거리가 많았던 유쾌한 경기였다. 단지 경기를 보는 것이 아닌, 경기를 즐긴다는 말의 차이를 깨달았다고 할까.  

The And



두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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