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곽민정(18, 수리고)은 '피겨 여왕' 김연아(22, 고려대) 이후, 국제대회에 가장 많이 출전해온 스케이터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꾸준하게 정진해온 노력은 4대륙선수권 3년 연속 '톱10' 진입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곽민정은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막을 내린 2011~201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부분에서 10위에 올랐다. 당초 이 대회 10위권 진입이 목표였기에 자신의 목적은 달성했다.
2010년 전북 전주시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서는 6위를 차지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13위에 오른 것과 함께 곽민정이 달성한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 10위권 진입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지난달 초에 열린 'KB금융그룹 코리아 피겨스케이팅챔피언십 2012'에서 시니어 여자 싱글 6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곽민정은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인해 슬럼프에 빠졌다.
이 대회에서 부진했던 곽민정은 오랫동안 달고 있던 태극마크마저 놓쳤다. 이번 4대륙선수권에서도 진통제를 맞고 경기를 치렀다. 12일 열린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곽민정의 통증으로 인한 고통이 표정에 드러났다.
김연아와 함께 현역 선수로 뛰었던 세대인 최지은(24), 신예지(23), 김나영(22), 신나희(22), 그리고 김현정(20)등은 모두 현역에서 물러났다. 이들의 뒤를 이어 떠오른 대표적인 세대는 바로 곽민정과 윤예지(17, 과천고) 등이다.
곽민정은 2008년 멕시코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 후로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주니어와 시니어 대회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특히, 15세의 나이에 올림픽 출전의 꿈도 이룩해냈다.
4대륙선수권 3년 연속 10위 진입의 의미
4대륙선수권은 북미와 남미, 그리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대륙의 국가들이 출전하는 대회다. 남미와 오세아니아 지역의 피겨는 아직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실질적으로 이 대회는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일본과 중국, 한국 등이 경쟁을 펼치는 무대다.
김연아는 4대륙선수권에 한 번 출전했다. 지난 2009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08~2009 시즌에 출전한 김연아는 준우승에 오른 조애니 로셰트(25, 캐나다)와 동메달을 획득한 아사다 마오(22, 일본)를 제치고 정상에 등극했다.
곽민정은 김연아처럼 화려한 성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꾸준함을 보여줬다. 국내 스케이터들 중, 4대륙선수권에서 3년 연속 10위권에 진입한 선수는 곽민정 밖에 없다.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 초청받지 못한 아쉬움을 4대륙선수권 10위권 진입으로 만회했다.
김연아 이후, 국제대회에 꾸준하게 참여한 곽민정의 행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국내 스케이터들이 국제대회 중상위권에서 자취를 감출 수 있는 위기도 있었다. 곽민정은 같은 세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름 분전했다.
이번 대회 프로그램 완성도에서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4대륙선수권 3년 연속 10위권 진입과 2011년 동계아시안게임 동메달 획득은 '꾸준함'이 일궈낸 성과였다.
곽민정 이후 세대들에 대한 전망
곽민정 이후의 어린 세대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3년 연속 한국 챔피언에 오른 스케이터는 어린 나이 때문에 시니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 피겨 챔피언인 김해진(15, 과천중)은 차기 시즌(2012~2013)부터 4대륙선수권과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의 연령 제한은 만14세, 4대륙, 유럽선수권, 시니어 세계선수권의 연령 제한은 만15세, * 연령 기준 시간은 시즌이 시작하기 전인 7월1일 0시) 김연아 이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그는 올 초에 열린 코리아챔피언십에서 167.73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해진은 김연아 이후, 160점 고지를 넘어서는 성과도 달성했다.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는 물론, 다양한 트리플 점프를 구사하고 있는 그는 점프의 비거리와 스피드도 향상시켰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충분히 갖춘 김해진은 이달 말, 벨라루스 밍스크에서 열리는 'ISU 주니어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자신의 기량을 점검한다.
지난해 전국랭킹전 우승자이자 코리아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한 박소연(15, 강일중)도 한국 피겨를 이끌어갈 재목이다. 박소연은 지난달 중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제1회 동계유스올림픽대회'에 출전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표현력은 물론, 넓은 비거리의 점프도 갖춘 박소연은 올 시즌 주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김해진과 같은 97년생이지만 생일(10월24일)이 늦기 때문에 2013~2014 시즌부터 4대륙선수권에 도전할 수 있다.
이들 외에도 올 시즌 새롭게 국가대표로 발탁된 변지현(13, 연광초)과 최다빈(12, 방배초)도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유망주다.
김연아의 등장 이후, 국제무대에 도전할 인재들은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아시아와 북미 국가들의 경쟁 속에서 한국 피겨의 참여도 꾸준하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곽민정, 김해진, 박소연, 최다빈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