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시인 기자] 레알 마드리드의 조세 무리뉴 감독이 엘 클라시코 패배로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19일(한국시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1/12 코파 델 레이' 8강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에 1-2로 역전패했다.
지난해 12월 홈경기 1-3 패패를 설욕하겠다고 다짐한 무리뉴 감독의 꿈도 좌절됐으며 1차전 패배로 사실상 준결승 진출이 어려워졌다.
무리뉴 감독은 기존의 4-2-3-1 대신 4-3-3 카드를 꺼내들었다. 세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이른바 트리보테 카드가 그것이다. 센터백 페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끌어올려 라사나 디아라, 사비 알론소와 함께 저지 라인을 형성해 바르셀로나의 패스 게임을 막아보겠다는 의도였다. 또한 공격진에는 앙헬 디 마리아, 메수트 외질 대신 전문 공격수 곤살로 이과인, 카림 벤제마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최전방에 배치했다.
전반에는 무리뉴 감독이 구상한 시나리오로 순조롭게 전개됐다. 전반 11분 호날두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뒤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리오넬 메시 봉쇄도 합격점이었다. 메시는 오른쪽과 중앙을 자유롭게 넘나들었지만 평소보다 볼터치 횟수가 부족했고 임팩트 있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센터백으로 출전한 히카르두 카르발류, 세르히오 라모스는 메시나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전방에서 볼을 잡기 전에 반 박자 빠른 타이밍으로 앞서 나와 볼을 잘라냈다.
하지만 한 골에 의존해 너무 극단적으로 수비 위주로 나선 전략은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전반전에 보여준 볼 점유율은 31-69, 슈팅수도 1-5로 뒤질 만큼 크게 열세였다. 물론 무리뉴 감독은 내용보다 결과에 더 치중하려는 전략을 들고 나왔기에 이러한 기록은 크게 무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후반 초반 카를레스 푸욜에게 동점골을 내주면서 공수 밸런스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후 메시의 패스와 에릭 아비달의 수비 뒷공간 침투를 막지 못해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디 마리아, 외질을 선발에서 제외한 카드는 실패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외질은 엘 클라시코에서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과인, 벤제마는 바르셀로나 수비를 분쇄하기에 턱없이 부족했으며 세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부터 패스를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했다. 실질적으로 극과극이었다. 1선과 2선 사이에서 공수를 연결하는 미드필더 없이 수비에만 치중하거나 아님 공격수들의 개인 능력에 의존해 골을 넣겠다는 전략을 들고 나온 셈인데 알론소의 무게 중심은 뒤로 쏠려있었고 디아라의 패스는 부정확했다. 외질의 창조적인 패스와 디 마리아의 개인 돌파라는 옵션의 부재가 크게 아쉬운 경기였다.
그동안 무리뉴 감독은 바르셀로나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첼시 시절에도 바르셀로나와 대등한 전적을 보였으며 인터 밀란 감독 당시 2009/10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패했지만 준결승에서 복수에 성공했다. 구단 수뇌부를 비롯한 레알 마드리드 팬들은 무리뉴 감독이라면 독주 체제를 구축한 바르셀로나를 저지해 줄 적임자로 여겨왔다.
지난 시즌에는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패했음에도 코파 델 레이에서 바르셀로나를 격침시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리그 개막에 앞서 열린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슈퍼컵)에서는 비록 패하긴 했지만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여 기대치를 한껏 높인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무리뉴 감독은 이번에도 바르셀로나를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 감독 부임 이후 9번째 맞대결에서 1승 3무 5패로 크게 열세를 보이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 팬들에겐 자존심에 큰 상처다. 엘 클라시코는 단순한 한 경기의 의미를 넘어선다.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해 12월 열린 15라운드 홈경기에서 승리를 자신했지만 1-3으로 완패했다. 15연승을 달리며 승승장구하던 레알 마드리드의 연승 행진도 바르셀로나에 의해 마감됐다.
그나마 바르셀로나보다 승점 5점차로 앞서며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이 위안거리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2007/08시즌 이후 4년 만의 리그 우승 탈환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와의 자존심 대결에서 매번 무너지고 있는 것은 옥의티임에 틀림없다.
복수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 캄프 누에서 열리는 코파 델 레이 8강 2차전이 남아있으며 리그 경기도 한 차례 예정돼 있다. 과연 무리뉴 감독이 명예 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사진 = 과르디올라, 무리뉴 ⓒ 스카이 스포츠 홈페이지 캡처]
박시인 기자 cesc@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