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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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별을 고하는 KBS SKY의 WWE팀을 만나다

기사입력 2005.02.16 01:51 / 기사수정 2005.02.16 01:51

박지훈 기자

(편집자 주:  박지훈 기자는 지난 해 8월부터 12월까지 KBS SKY 스포츠 채널의 WEW 여자프로레슬링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이기호 캐스터, 이재호 해설위원, 김용민 PD, 박지훈 기자)

WWE의 대표적인 쇼인 RAW와 스맥다운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으로 2003년 2월 첫 선을 보인 KBS SKY 스포츠 채널의 애프터번, 버텀라인이 2월말로 102회 째를 맞게 되었다. 일반적인 주간 프로그램이 50회를 넘기기가 힘든 점을 감안한다면 그만큼 시청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그리고 듬뿍받은 장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WWE 프로레슬링 프로그램은 회사 사정으로 인해 102회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프로그램이 끝남에 따라 KBS SKY의 WWE팀역시 아쉽게도 이제는 각자의 길을 가야만 하는 상황이 왔다. 그동안 나눴던 뜨거운 정과 수많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말이다.

이제 떠나보내야만 하는 KBS SKY의 WWE에게 과연 그들은 어떤 말이 남아 있을까?


- 박지훈: 이제 102회를 끝으로 버텀라인, 애프터번은 막을 내리게 되었는데요. 2년 동안 WWE와 함께 했던 만큼 아쉬움도 클 것 같아요. 특히 이기호 캐스터님 같은 경우에는 처음 WWE 캐스터로 활동한 이후로 공백기를 제외한 모든 기간을 WWE 프로레슬링과 함께 하셨는데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 이기호 캐스터: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원섭섭해요.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한 프로그램을 굉장히 오래 진행해 온 것이거든요. 그 부분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이미지가 굳어진다는 면에서는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죠. 그런 면에서는 후련한 느낌이 들기도 해요.
 

- 박지훈: 김용민 PD님도 1회때부터 102회까지 한 편도 빼놓지 않고 연출을 해오셨는데 어떠세요?


▲ 김용민 PD: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웃음) 사실 한 프로그램을 1편부터 100편까지 한다는 것은 PD로써도 흔치 않은 경험이에요. 그래서 무척 아쉬워요. 아마 마지막 방송 때는 울지 않을까 싶어요.


- 박지훈:
저도 WEW 여자 프로레슬링을 종영할 때 몰래 울었답니다. 흠, 농담이구요. 이재호 해설위원님 같은 경우에는 첫 방송이셨잖아요. 어떠세요?


▲ 이재호 해설위원:
제가 대학교 졸업하고 처음 해설자로 데뷔했던 프로그램이 바로 이 버텀라인, 애프터번이에요. 그동안 정도 많이 들었고 제작진분들이 워낙 잘 보살펴주셔서 정말 즐거웠어요. 그래서 더욱  아쉽고 섭섭하네요.


- 박지훈:
저도 팬 한사람으로써 많이 아쉽네요. 이제 마지막 방송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혹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계시지는 않나요? 예를 들면 프로그램의 그동안 변천사를 보여주는 일종의 특별 프로그램 같은거요.


▲ 김용민 PD:
사실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어요. 마지막에는 턱시도를 입고 진행을 해볼까도 했었고 시간을 늘리거나 주위의 축하 인터뷰, 아니 고별 인터뷰가 되겠군요.(웃음) 그런 것들을 넣을까도 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102회라는 숫자 외에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마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봅니다.


- 박지훈:
그럼 혹시 지금까지 방송해오면서 시도하고 싶었지만 못 했던 부분은 없었나요?


▲ 김용민 PD:
정해진 컨텐츠를 받아서 방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편집에 대한 제약이 있어요. 그래서 사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별로 없죠. 하지만 이번에는 해설자를 두 명 넣어서 한 명은 선역 레슬러 전문 해설자, 또 한명은 악역 전문 해설자. 이런 체제로 기존의 프로레슬링 중계를 뒤집는 새로운 구성을 시도해보려고 했어요. 물론 갑작스럽게 재계약이 안되면서 무산되고 말았죠.

▲ 이기호 캐스터: 사실 WWE는 스포츠가 아니라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에 시청자분들도 딱딱한 해설을 원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한 해설자는 악역을 옹호하고 나머지 해설자는 선역을 지지하는 해설을 한다면 훨씬 재밌는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해요. 캐스터인 저도 중립을 지키면서 간간히 양념을 덧붙이거나 농담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선과 악을 표출한다면 받아들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더 낫지 않을까요? 물론 이런 부분이 프로레슬링 뿐만 아니라 축구나 농구 같은 다른 스포츠 프로그램에도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죠.

▲ 김용민 PD: 선과 악의 대결 구조를 중심으로한 해설 뿐만 아니라 디바 성격을 가진 여성 해설자도 시도해보려고 했었는데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넘겨야 겠죠.


- 박지훈:
선과 악을 담당하는 해설자. 그리고 여성 해설자까지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파격적인 시도였는데 안타깝네요. 사실 조금 민감한 얘기가 될 수도 있지만 이종격투기와 관련되어서 일종의 도매급으로 폐지가 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이기호 캐스터:
그건 잘 못 알려진 거에요. WWE는 클린 채널로의 개편과는 별개의 문제였어요. 원래 개편 이후에도 WWE 프로그램은 계속 가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저희 나름대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했던 것이구요. 하지만 시장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결국 손을 놓게 된 것이죠.


- 박지훈:
듣기로는 모든 WWE 관련 프로그램이 모두 CJ에서 운영하는 XTM에게 넘어갔다고 들었어요. 금액도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지금 WWE 컨텐츠의 가격이 예전보다 많이 올라갔나요?


▲ 이기호 캐스터:
그렇죠. 영화판을 생각하시면 될 거에요. 한편의 헐리우드 영화를 한국 사람들이 붙어서 값을 올려놓는 것과 같죠. 어떻게 보면 국내 정서인 것 같아요. 뭔가 된다 싶으면 너도 나도 붙어서 돈을 올려놓으니까요. 결국 우리끼리 싸우는 거에요. 메이저리그도 그랬고 이종격투기도 그랬어요. 결국은  외화낭비에요.

- 박지훈: 그렇군요. 참 안타까운 현실이군요. 그렇다면 KBS SKY에서는 2월 5일에 있었던 WWE RAW 투어 후원 이후 WWE 관련 일정은 없는 건가요?


▲ 김용민 PD:
아마 RAW 투어가 마지막 공식 일정인 것 같아요. 그 이후에는 보통 2년 단위로 계약하는 WWE의 특성상 최소한 2년 동안은 계획이 없다고 보면 되요.


- 박지훈:
그럼 분위기를 바꿔서 돌발 질문 하나 드릴께요. 방송 중간에 ‘집에서 절대 따라하지 말라’고 하는데 정말 따라하신 적이 없나요?


▲ 이재호 해설위원:
어렸을 때는 많이 했죠. 물론 상대방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매트리스 위로 공중기를 주로 했어요. (이 때 이기호 캐스터는 이 위원이 외아들이여서 망정이지 동생이 있었으면 최소 사망이었을 거라며 주위를 웃게 했다.)


- 박지훈:
저도 가끔 동생에게 ‘월스 오브 제리코’를 구사해는데 정말 아파하더군요. 절대 따라하지 마시구요. 혹시 지금까지 방송하시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꼽는다면?


▲ 이기호 캐스터:
개인적으로는 제일 처음 프로레스링 방송을 했을 때가 생각이 나요. 그 때는 선수와 기술을 하나도 몰라서 고생을 많이 했죠. 그리고 RAW를 처음 중계했을 때와 스맥다운 독점 방송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그 때 기분이 너무 좋았죠.

▲ 이재호 해설위원: 저도 처음 에프터번과 버텀라인을 방송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 김용민 PD: 저는 작년 시청자를 제작현장에 초청했을 때에요. 사실 제작진들이 시청자들이랑 직접 만나는 기회가 쉽지 않거든요.


- 박지훈:
그렇군요. 혹시 NG는 많이 났나요? 있었다면 지금까지 가장 재밌었던 NG 한 가지만 소개해 주세요.


▲ 이기호 캐스터:
NG가 나긴 하는데 저희 입장에서는 별다른 게 없어요. 물론 시청자분들께서 보시기에는 다르겠지만 말이에요.

▲ 이재호 해설위원: 저는 처음 방송할 때 알고 있던 것이 맞는지 확신이 없어서 말할 때 조심스러웠거든요. 그래서 NG가 많이 났어요.


- 박지훈:
저는 지난 번에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를 ‘부모이기는 자식 없다’라고 해서 NG낸 적이 있어요.(웃음) 이기호 캐스터님 같은 경우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해설위원은 어떤 분이세요?


▲ 이기호 캐스터:
다 기억에 남아요. 제가 처음 함께 했던 해설자가 레슬러이자 보디가드이신 안재홍 씨였는데 WWE 썬데이 나이트 히트를 같이 했죠. 그런데 그분은 너무 정통 해설자였어요. 사실 WWE는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에 줄거리도 알고 선수도 잘 아는 해설자를 원했거든요. 그래서 다른 해설자를 찾은 것이 바로 성민수 씨에요. 그리고 다음이 이재호 해설위원과 박지훈 해설위원이죠.

사실 해설위원마다 다 특징이 있어요. 성민수 위원은 순발력이 빠른 게 장점이에요. 그리고 이재호 위원은 자료가 방대하다는 거에요. 시청자에게 방대한 자료를 적절히 풀어주는 능력이 뛰어나죠. 그리고 박지훈 위원은 애드립이 뛰어나요.


- 박지훈:
전 아직 멀었죠. 그나저나 KBS SKY내에서 가장 단합이 잘 되고 분위기가 좋기로 소문난 WWE 팀인데 헤어지게 되어서 안타깝네요. 이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 김용민 PD:
저는 KBS SKY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매거진 프로 ‘생방송 스포츠 투나잇’을 반석에 올려놓기 위해 노력할 것 같아요.

▲ 이기호 캐스터: 2월말에 WWE와 이별한 후에는 주로 야구나 농구 같은 메인 종목으로 갈 것 같아요. 당분간 스튜디오 녹화보다는 현장 중계 위주겠죠.

▲ 이재호 해설위원: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프로레슬링 관련 책을 꼭 내고 싶어요. 몇 권이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번역본이 아닌 직접 정리한 책을 냈으면 해요. 그리고 프로레슬링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싶어요. 까페 형식으로 차도 마시면서 경기 같이 보고 말이죠.


- 박지훈:
프로레슬링 까페. 생각만해도 두근거리네요. 꼭 그런 날이 오겠죠. 오늘 세분 모두 바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세분의 앞날의 축복만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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