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매거진·백정은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의 음반시장 특히 아이돌 업계가 장기간 불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근본적 문제 해결보단 표면적인 치우쳐 상황은 악화 일변도로 치닫고 있다. 지나친 상품화 전략으로 목전의 이익에 급급해 시장 전체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AKB48은 호스트 클럽의 여성 버전' 논란
일례로 일본을 대표하는 인기 여성 아이돌 그룹 AKB48의 판매 전략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인기 개그맨 오카무라 다카시(나인티나인)는 지난 6월 Nippon라디오 '올나이트닛폰'에서 AKB48의 전략을 "호스트 클럽의 여성 버전"이라 발언, 좋아하는 호스트를 '넘버 원'으로 만들기 위해 단가의 몇 십, 몇 백배 가격의 술을 마시게 하는 호스트 클럽의 상술과 AKB48의 전략이 닮아있는 점을 꼬집었다.
노래나 퍼포먼스에 의한 감동의 피드백으로서 CD가 팔리는 것이 아니라, '총선거'와 '순위제' 전략을 통해 '팔리도록' 만들고 있는 현황에 대한 비판이다. 실제로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순위를 상위권으로 만들기 위해 한 명 당 몇 백 장의 CD를 대량 구입하는 팬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오카무라 다카시의 발언 이전부터 '캬바죠(호스티스의 신조어 표현)와 하는 일이 똑같지 않느냐'는 일본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논란이 된 오카무라 다카시의 발언 ⓒ 유투브 캡처
오타쿠에게 인정받아야 팔리는 일본 아이돌, 대중을 공략하는 한국 아이돌
물론 일본 아이돌의 파급과정은 우리나라와 다르다. 일본에선 소위 '오타쿠'라 불리는 팬 층에 침투해 인지도를 높인 뒤 그 인지도를 통해 '보통의' 대중 팬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처음부터 불특정다수에게 어필해야 한다. 때문에 기본 실력의 완성도가 높으며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멤버를 기용하여 다양성을 꾀하고 있다.
한편 올해로 일본 데뷔 10년 차를 맞이한 '보아'가 일본에서는 '아티스트'로 분류되어 인기를 끌었던 것이 반해 '소녀시대' 등은 '아이돌'로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일본의 한 여대생에게 소녀시대의 매력을 묻자, "패션 감각"이라며 "보고 따라 하고 싶은 패션 감각은 AKB48의 교복차림에 비해 일반대중에겐 큰 매력"이라고 밝혔다.
즉, 소녀시대 등은 기존 일본 아이돌들이 거쳐야만 했던 '오타쿠' 등용문을 건너뛰어 일반 대중에게 먼저 다가갔다고 볼 수 있다. 일본 특유의 오타쿠 문화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일본 아이돌의 경우 팬이 되거나 싫어하게 되는 식의 극단적 호불호 현상을 일으킨다. 그러나 한국 아이돌의 경우는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 감각 등 일반 대중이 흥미를 가지는 요소에 부합하기 때문에 아이돌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매력을 느끼게 된다.
소녀시대, 카라, 티아라 등 해외 진출에 성공한 아이돌들은 국내 아이돌 업계의 격심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성공을 이룬 바 있다. 국내 아이돌에게 있어 외모와 퍼포먼스 능력은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기본인 만큼 경쟁은 고되고 힘든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쟁덕분에 매해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AKB48가 선택한 것은 '그룹 내 경쟁'이다. 그런 경쟁은 뛰어난 개인을 창출해 낼 수는 있겠지만 그룹 전체의 질적 향상과 조화에는 적합하지 않다. 비단 AKB48 뿐만 아니라 J-pop 시장 전체의 '제자리걸음'은 소비자로 하여금 J-pop 자체에 등을 돌리게 만들지도 모른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초심은 보고 듣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상업주의가 극대화 된 현대사회라고는 해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사회와 더불어 '사막화'라는 것이 아니라 사막 속 '오아시스'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글] 백정은 (엑스포츠뉴스 통신원·와세다대학교 문화구상학부 재학) // [사진] FNS가요제 방송화면 , 유투브 홈페이지, 소녀시대·카라·티아라·보아 ⓒ 후지TV 방송화면, 유투브, 엑스포츠뉴스DB
백정은 기자 en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