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0.07 07:56 / 기사수정 2007.10.07 07:56
[엑스포츠뉴스=박형진 기자] '드디어 터진 맨유의 골 폭풍!'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골 가뭄이 시원한 골 행진으로 해소되었다. 위건 애슬래틱(이하 위건)과의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 경기에서 맨유는 테베즈의 선제골과 호날두의 두 골, 루니의 쐐기골로 4-0 대승을 거두었다.
이로서 리그 6연승을 달린 맨유는 '1-0 팀'이라는 불명예를 벗고 간만에 대승을 거두었다. 승점 20점으로 아스날을 제치고 리그 1위에 오른 맨유는 비디치, 브라운 등 주전 수비수의 공백에도 8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리그컵 제외)을 계속하는 무서운 모습을 자랑했다.
때아닌 수비 공백
하그리브스와 캐릭, 브라운이 연달아 부상당하면서 퍼거슨 감독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윙백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백업요원 존 오셔가 있지만, 존 오셔는 단 한 명이기 때문. 잉글랜드 언론은 퍼거슨 감독이 과연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BBC는 긱스나 안데르손이 스콜스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에 서고 오셔를 오른쪽 윙백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적대적 관계에 있는 BBC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셔를 중앙에 세우고 피케라는 깜짝 카드를 오른쪽 윙백으로 내세웠다.
퍼거슨 감독의 이 전략은 전반 20분만에 위기에 빠졌다. 중앙 수비수 비디치가 전반 초반 부상으로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전반 20분 안데르손과 교체되어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피케는 자신의 원래 포지션인 중앙 수비수 위치로 이동할 기회를 얻었으나, 퍼거슨 감독은 오히려 오셔를 중앙 수비수로 내리고 안데르손을 중앙 미드필더 위치에 투입했다. 피케를 오른쪽 수비수로 활용하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의지가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의 의지는 올드 트래포드에 찾아온 '부상 악령'에 결국 꺾이고 말았다. 중앙 수비수 위치로 이동한 오셔마저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를 요청했고, 전반 29분에 심슨과 교체되어 나왔다. 오른쪽 풀백 출신인 심슨이 투입되면서 피케는 결국 자신의 주 포지션인 중앙 수비수 위치로 돌아왔고, 맨유는 주전 포백 네 자리 중 두 자리를 신참내기 선수에게 맡기는 우울한 상황에 직면했다.
'저효율' 무한 스위칭?
맨유는 긱스, 테베즈, 루니, 호날두가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어가며 공격을 시도하는 '무한 스위칭'으로 위건의 수비진을 공략했다. 이 전술은 신장이 180cm이 넘는 긱스와 호날두를 이용해 맨유의 약점인 제공권 장악을 용이하게 해주고, 상대 수비가 호날두를 집중 수비하지 못하게끔 수비를 분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전반 초반 '무한 스위칭' 전술은 제법 효과적으로 보였다. 적어도 호날두가 집중 견제 없이 위건 진영을 헤집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그랬다. 호날두는 지난 시즌 대활약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드리블을 선보이며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선보였다.
그러나 나머지 세 명의 선수는 이 전술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며 답답한 모습을 보였다. 테베즈는 간간히 측면으로 빠졌다가 중앙으로 치고드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한층 팀에 적응한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루니는 등번호 10번을 받으며 반 니스텔루이의 좁은 활동반경까지 상속받은 듯 폭 넓게 움직이지 못했다. 긱스는 지난 시즌 선보였던 노련한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며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전반전에 단 한 번 찾아온 찬스조차 무기력하게 날려버렸다.
네 명의 선수가 활발히 자리를 바꾸어가며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결국 맨유는 전반 내내 한 골도 만들어내지 못하며 0-0으로 전반전을 마쳤다. 이번 시즌 맨유가 전반전에 기록한 골이 단 두 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실망스러운 전반전이었다. 그러나 전반 막판 루니와 테베즈가 살아나며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었다는 것이 퍼거슨 감독으로서는 위안을 삼을 만한 부분이었다.
테베즈의 개인기, 위건을 흔들다
전반 막판 될듯 말듯한 찬스를 여러 차례 만들었던 맨유는 후반전에도 기세를 유지하며 위건을 압박했다. 후반 7분, 호날두와 테베즈를 거친 공이 긱스에게 연결되었으나 긱스의 두 번째 찬스는 골대가 막아냈다. 긱스의 강력한 왼발 슛이 골대 윗부분을 맞으며 관중석으로 날아간 것.
후반 중반 이후에나 찾아오던 '맨유 타임'이 오늘 위건전에는 조금 일찍 찾아왔다. 이번에는 오늘 경기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테베즈의 쇼타임. 후반 8분, 안데르손의 훌륭한 로빙 패스를 받은 테베즈는 절묘한 터닝으로 위건 수비 다섯 명과 골키퍼까지 제치며 맨유의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돌아들어 가며 수비를 따돌리는 '무한 스위칭' 전술이 효력을 발휘한 순간이었다.
위건은 멜키옷이 부상으로 피츠 홀과 교체된 것이 조직력에 큰 문제를 가져온 듯, 곧 이은 코너킥 위기에서 다시 한 골을 더 허용했다. 후반 14분, 코너킥 찬스에서 긱스가 측면에서 기습적인 슈팅을 했고 커크랜드 골키퍼가 쳐낸 공은 멀지 않은 호날두가 있는 자리로 날아갔다. 지난 로마전에서 이마에 부상을 당한 호날두는 상처 부위가 터지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헤딩으로 손쉽게 골을 성공시켰다.
인상적인 신입요원들
맨유의 무한 스위칭은 위건 수비수의 체력을 고갈시킨 듯 보였고, 후반 31분 맨유에게 세 번째 골을 허용하며 위건은 완전히 무너졌다. 미드필더 진영까지 올라온 피케가 전방의 루니에게 멋진 롱패스로 공을 전달했고, 루니의 낮은 크로스를 쇄도하던 호날두에게 연결되며 호날두가 자신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테베즈의 선제골에 안데르손이 기여했다면, 세 번째 골은 피케의 발에서 시작했다. 신입요원들이 혁혁한 공을 세우자 오른쪽 윙백 심슨도 질 수 없다는 듯 공격적으로 나섰고, 심슨의 크로스는 루니의 머리로 정확하게 전달되면서 네 번째 골이 되었다. 후반 37분에 터진 맨유의 쐐기골이자 루니의 이번 시즌 첫 골이었다.
피케와 심슨이 수비수로서 할 일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오늘 투입된 '새내기' 선수 중 가장 인상적인 선수는 안데르손이었다. 안데르손은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는 상황에서 로이 킨을 연상시키는 몸싸움과 캐릭을 연상시키는 패스 능력을 선보였다. 위건의 수비가 엷어지는 상황에서 안데르손은 루니를 연상시키는 쇄도를 팬들 앞에서 뽐내었다.
나니가 테베즈를 대신해 투입되었지만 더이상의 골은 기록하지 못했고, 결국 맨유는 4-0 대승을 거두며 위건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퍼거슨 감독은 수비수 공백 속에서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그동안의 문제였던 공격력 문제까지 해결하는 '일거양득'의 수확을 거둔 채 웃으며 허칭스 위건 감독과 악수를 나누었다.
사진 : 위건전 두 골을 터뜨린 호날두, 전현진 기자 (C) 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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