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마곡, 김현정 기자) 배우 이영애의 32년만 연극 복귀작 ‘헤다 가블러’가 관객과 만난다.
연극 '헤다 가블러'가 5월 7일부터 6월 8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한다.
헨리크 입센 원작 '헤다 가블러'는 사회적 제약과 억압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의 심리를 다룬 작품이다. ‘여성 햄릿’으로 일컬어질 만큼 중요한 고전으로 평가 받는다.
이번 연극은 ‘헤다 가블러’를 현대적으로 각색해 로렌스 올리비에상 최우수 리바이벌상(2006)을 수상한 리처드 이어(Richard Eyre)의 각색본을 사용했다.
LG아트센터가 개관 25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제작하는 연극이다. 앞서 2024년 전도연, 박해수가 출연한 '벚꽃동산'으로 4만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이영애, 김정호, 지현준, 이승주, 백지원, 이정미, 조어진이 캐스팅됐다. 모든 배우들이 전 회차에 원 캐스트로 출연한다.
8일 서울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진행한 제작발표회에서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2000년 개관한 LG아트센터가 25주년을 맞아 제작하는 작품이다. 마곡으로 이전 4년 차를 맞는데 개관 이래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들, 좋은 작품들을 소개하면서 관객, 예술가에게 예술적 영감과 자극을 주려고 노력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몇 년 전부터는 우리가 만드는 작품을 세계 관객에게 보여줘야 할 시점이지 않나 생각했다. 특히 대극장 연극을 만드는 데 있어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무대에 설 수 있다면 더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고 연극의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하지 않을까 했다. 굳이 연극이니 영화, 드라마 등 분야를 나누지 않고 좋은 배우들이 무대에 돌아오는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라인업에 대해 언급했다.
또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다 보니 LG 아트센터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세계 관객을 만드는 계기가 되어보자 했다. 그 과정에 '헤다 가블러'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이슈는 이영애 배우의 출연"이라고 밝힌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이영애 배우뿐만 아니라 여기 계시는 배우분들의 면면을 보면 좋은 대극장 작품에서 주연을 하는 배우들이다. 쟁쟁한 배우들과 32년만에 무대에 서는 이영애 배우가 어떤 합을 펼칠지도 관전포인트다"라고 말했다.
이영애가 주인공 헤다를 연기한다. 헤다는 외면은 우아하지만 내면에는 숨겨진 불안과 욕망, 파괴적인 본성을 가진 입체적 인물이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이영애에 대해 "역삼동에 있을 때부터 연극을 자주 보러 왔고 평소에도 연극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주변 분들에게 들었다. 언젠가 작품을 같이 하고 싶다는 꿈을 꿨는데 한다면 어떤 작품이 좋을까 생각해 봤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동안 이영애 배우가 보여준 다채로운 캐릭터, '대장금'이나 '사임당'이 너무 사랑 받아서 우아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기억할 텐데 '봄날은 간다', '친절한 금자씨', '공동경비구역 JSA', '구경이', '마에스트라'까지 다채로운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뛰어난 연기자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헤다 가블러'를 할 때 완벽한 헤다라고 생각해 제안했다"라며 이영애를 캐스팅한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너무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것이어서 숙고 기간이 있었지만 결정하고 열정을 발휘하고 몰입하고 있다. 이번 작품이 기대되고 좋은 작품으로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라고 자신했다.
대극장에서 첫 작품을 지휘하게 된 전인철 연출은 "LG아트센터는 내게 예술을 배우는 학교 같은 곳인데 작업하게 돼 영광이다. 입센의 희곡 속 인물들, 특히 여성 캐릭터들은 오랜 시간 관심의 대상이었다. 삶의 의지를 가지고 선택하고 행동하는 여성들을 보면서 여성들이 가진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무엇이 저들을 저렇게 행동하게 하는가에 관심을 갖고 입센의 희곡 인물을 지켜보고 있었다"라며 '헤다 가블러'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영애는 1993년 연극 '짜장면' 이후 32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이영애는 "20대 때 '짜장면'이라고 김상수 작·연출을 한 연극을 한 적 있다. 그때 첫 작품이었고 어렸지만 매우 오래 큰 기억에 남고 배우로서 2, 30대 이후를 보내면서 항상 연극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원에서 연극을 공부하면서 워크숍에서 무대에 서 봤고 여러 기회가 있었는데 타이밍을 잡지 못 하다가 좋은 기회가 생겼다. 지도 교수님이 입센을 오래 번역해서 그분과 얘기하다가 하게 되면 '헤다 가블러'를 하고 싶다고 한 얘기가 이렇게까지 결과가 나오게 됐다. 많이 힘든 것도 있지만 너무 재밌다. 매 순간 힘들지만 몇 배의 즐거움을 얻고 있다. 연출가 선생님과 좋은 배우들과 함께해 주셔서 즐거움이 배가 된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영애는 "항상 누구나 자기 작품에 100% 만족하는 배우는 없지 않을까 싶다. '나도 더 잘할 걸' 하고 부족한 게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반기에 선보이는 '운수 좋은 날'을 먼저 끝내고 나서 '조금 더 열심히 할걸' 이런 생각을 했다. '헤다 가블러'를 받고 조금 더 집중해서 다양한 모습의 공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보여줄 것도 많지만 그만큼 힘든 점도 많다. 매번 많은 공부를 하고 좋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는 공동 작업인 것 자체가 재밌다. '어떤 걸 보여드리겠다'라고 생각하면 더 힘들다. 이런 작업을 즐기면서 하면 이제까지 영화, 드라마에서 본 이영애와는 확실히 다를 거라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라고 말해 기대를 불렀다.
이영애는 2009년 20살 연상 사업가와 결혼해 화제를 모았으며 1남 1녀 쌍둥이를 두고 있다.
이영애는 "2, 30대에 만났으면 이렇게 공감을 하면서 할 수 있을까 한다. 독특한 인물이고 특이한 인물이지만 분명히 남성, 여성, 과거, 현대를 떠나 현존하는 우리 현대인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나 이영애로부터 공감하는 것도 찾아가지만 배우, 창작진과 이야기하면서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주위의 이야기구나 싶고 100년이 넘는 고전이지만 현대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캐릭터를 연구하고 집중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50대에 들어서 결혼과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 학부모로서 겪었던 다양한 감정들이 그전과 이유가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연기자로서 큰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더 늦으면 내가 다시 이런 작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했고 여러 타이밍도 맞았다. 배우로서 작품이 끝나면 항상 부족함을 느낀다. 드라마도 조금 더 잘했으면 좋겠는데 시간의 부족을 느끼기고 한다.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좋은 무대로 올리고 싶은 목마름이 있었다"라며 연극 무대에 복귀한 이유를 털어놓았다.
학문적 성취 외에는 관심이 없는 헤다의 남편 테스만 역에 김정호, 가까운 곳에서 끊임없이 헤다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해오는 판사 브라크 역에 지현준이 캐스팅됐다.
김정호는 "연출님은 오픈해서 배우를 프리하게 놔준다. 자기가 찾아갈 것이 많고 주저함 없이 접근하도록 많이 열어주는 스타일이다. 배우들이 많이 찾을 수 있는데 거꾸로 명확한 단서가 없기 때문에 기댈 데가 없다. 자기가 창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스타일이다"라며 전인철 연출과의 호흡을 언급했다.
이어 "이번 작업은 텍스트가 정교하고 짜인 느낌이라 예전과 스타일이 다르다. 풀어준 상태에서 찾아가면서도 기본적인 틀 안에서 배우들이 자기 자리를 잡고 디테일하게 찾아가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공연은 퇴장이 없다. 모든 배우가 전부 무대에 등장해서 공연 과정을 보고 참여하면서 뭔가를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사실주의적인 작품인데 사실주의적인 작품과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양식을 찾을 수 있고 연극적인 환상을 부를 수 있지 않나 기대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현준은 "이영애 선배님이 만들어 가는 헤다를 잘 보는 일을 1번으로 하고 있다. 선배님이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고 선배님이 창조한 헤다에 열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헤다의 잠들어 있던 욕망을 깨우는 옛 연인 뢰브보그 역에 이승주, 헤다의 질투심을 자극하는 친구 테아 역에 백지원이 함께한다.
이승주는 "뢰브보그는 헤다의 전 연인이고 현재 남편인 조지 테스만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뇌하고 자신을 찾기 위해 발버둥치고 발악하는 인물이다. 어떻게 이걸 구체화 시켜서 관객에게 보여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최근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에서 활약한 백지원은 2년 만에 연극으로 돌아온다.
백지원은 "연극의 매력은 굉장히 많다. '헤다 가블러'는 굉장히 운이 좋게 합류했다. 일정이 잘 안 맞다가 연락 받기 이틀 전에 국립극장에서 '붉은 낙엽'이라는 좋은 공연을 봤다. '나도 무대에 다시 서고 싶은데' 까지는 욕심을 못 냈다. 원래 연극 배우를 오래 했으니까 무대에 대한 향수나 무대에서 연기하는 동료 배우를 볼 때 마음이 울렁했다. 그 기운을 안고 집에 왔는데 이틀 뒤에 연락을 주셨다. 이 작품은 운명처럼 왔구나 생각해서 기쁘게 합류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무대로 오게 하는 연극의 매력은 창작진과 배우들이 함께 한 공간에서 호흡하면서 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이 매력이 아닐까 싶다. 관객분들과 직접 만나서 관객의 숨소리로 공연을 마무리하는 것, 그게 가장 큰 매력일 것"이라고 짚었다.
백지원은 "내가 매체에서 연기한 작품들이 최근에 호응을 많이 받고 많이 봐주셔서 감사하다. 잘돼서 좋고 나도 잘봤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백지원은 "연극 공연장은 특히 찾아오기가 쉽지 않은 공간이지 않나. 예전에 소극장에서 출연 배우 11명이고 관객이 11명이 있을 때 공연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던 시절도 있었다. 소극장이든 대극장이든 연극 공연을 평일에도, 주말에도 일부러 오며 가며 왔다 갔다 하는 시간 빼고 비용도 들여야 하고 불편한 의자에 앉아 집중해서 보는 각오와 수고를 감당하고 오는 거다. 알려진 배우가 나오면 그만큼 연극을 어려워하는 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는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공연을 안 보는 분들 뿐만 아니라 연극계 동료 배우들도 그만큼의 관심을 갖고 극장을 찾아준다고 생각한다. 공연을 처음 보는 분들도, 자주 보는 분들도, 공연에 종사하는 분들도 이런 계기로 많이 극장에 찾아주셨으면 더없이 감사할 것 같다"라고 바랐다.
사진= 엑스포츠뉴스 박지영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