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2005년 최강희 감독 부임 이후 이런 적은 없었다.
'닥치고 공격'으로 대변되는 전북 현대가 안양에 버스를 세웠다. 거스 포옛 감독도 계속된 무승에 결단을 내렸다.
전북이 30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C안양과의 '하나은행 K리그1 2025'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콤파뇨의 결승 골로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후반 교체로 출장한 콤파뇨는 부상 복귀전에서 곧바로 득점포를 가동했다. 후반 7분 동료가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이후 전북은 안양의 공세를 막아내면서 무실점 승리를 가져갔다.
전북은 A매치 휴식기 이후 첫 경기에서 공식전 6경기 무승(2무4패)의 늪을 끊었다. 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에서 한동안 이기지 못해 긴 시간 늪에 빠졌던 전북은 지난달 20일 포트FC(태국)와의 챔피언스리그2 16강 2차전 승리 이후 한달 만에 승리를 맛봤다.

이날 흥미로웠던 점은 교체카드였다. 전반 31분 부상으로 이영재가 권창훈과 교체된 것과 콤파뇨가 후반 시작과 함께 박재용 대신 투입된 뒤, 후반 3번의 교체가 모두 수비수였다.
후반 31분 공격수 전병관 대신 센터백 김영빈이 들어간 것을 시작으로 후반 42분 김태현과 강상윤이 빠지고 풀백 최우진, 센터백 홍정호까지 들어가 잠그기에 나섰다. 막바지에는 박진섭이 보아탱과 함께 미드필더 자리로 올라갔지만, 사실상 백5를 구축했다.
승리를 노렸던 안양도 당황스러울 만큼 상당히 수비적인 경기 운영이었다. 경기 후 유병훈 안양 감독도 "예상하기 쉽지 않았다. 백3를 쓸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극단적으로 내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형태로 전북이 나선 건 그만큼 승리가 간절했다는 뜻이다. 인라 경기마저 이기지 못했다면 전북은 7경기째 이기지 못하는 셈이었다. 수비수만 무려 6명이 투입돼 철통 방어로 승점 3점을 가져와야만 했다.
전북의 이른바 '버스 막기'는 흔치 않은 장면이다. 전북은 최강희 감독 시젋 '닥치고 공격(닥공)'으로 대변되는 공격 축구를 표방해왔다. 상대가 내려서면 내려섰지, 전북이 내려서는 장면은 없었다.
하지만 2022시즌 리그 우승을 놓치고 2023시즌 4위, 2024시즌엔 10위로 추락하면서 전북의 공격 퀄리티는 떨어졌다. 지난 2024시즌에는 특히 수비 안정화에 실패하면서 리그 최다 실점(59실점) 팀이 됐다. 득점은 49골로 중위권에 그쳤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포옛 감독은 부임하면서도 공격 축구를 표방했다. 취임 기자회견 당시 "일단 바라보고 지켜볼 것이다. 하지만 공격축구를 할 것"이라고 선언했던 만큼, 그리고 이승우와 장신 스트라이커 콤파뇨의 영입으로 공격 축구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실제로 첫 3연승을 달릴 당시 콤파뇨가 폭발하면서 4골을 넣어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콤파뇨가 막히면서 점점 흔들렸다. 거기에 콤파뇨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박재용, 그리고 2선 공격진의 공격력을 믿었다.
그럼에도 매 경기 실점하면서 수비 불안이 이어졌다. 실점으로 승점을 계속 잃자 결국 포옛 감독도 '버스'를 세우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포옛은 경기 후 "지금까지 다른 팀도 많이 지휘해봤는데 이렇게 수비적으로 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지금까지는 센터백 4명을 한꺼번에 투입하고 풀백을 투입하며 수비적으로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수비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승리가 없었고, 오늘 승리가 간절했다. 처음에는 수비하고 실점하지 않는 데 집중했다. 선수들에게 승리를 안겨다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결국 승리를 위한 실리를 택했다고 털어놨다.
리그 시작 후 한 달이 넘어간 시점에서 아직 포옛의 축구는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전북은 '닥공'의 이미지가 점점 옅어졌고 심지어 '버스'를 세우면서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 상황도 나왔다.
포옛은 "수비축구가 이번이 마지막일 바란다"면서도 "오늘은 수비에 치중하는 게 나았다고 생각한다.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이 시즌 내내 반복된다면 전북의 버스를 어쩌면 계속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전북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