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유준상 기자) 여자프로배구 정관장 박혜민이 아웃사이드 히터가 아닌 리베로로 경기에 출전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박혜민은 2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포스트시즌 여자부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빠르게 준비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좋다. 챔피언결정전에 가서도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겠다"며 "아무래도 지난해 경기를 뛰면서 많이 경험해서 (최)효서보다는 경험이 많다고 생각하시고, 날 믿고 기용하신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진행된 1~2차전에서 현대건설과 1승씩 나눠가진 정관장은 이날 현대건설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1(26-24 12-25 25-19 25-20)로 제압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2005시즌, 2009-2010시즌, 2011-2012시즌 이후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게 됐다.
1차전 승리 후 2차전 패배로 다시 수원으로 이동한 정관장은 박은진, 반야 부키리치, 염혜선 등 주전 선수들의 몸 상태를 걱정했다. 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들 모두 경기에 나설 수 있긴 했지만, 100%의 컨디션으로 뛸 수 없었다.
여기에 2세트 초반에도 부상자가 나왔다. 리베로 노란이 부상을 당했다. 또 다른 리베로 자원인 최효서가 투입됐지만, 수비에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결국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2세트 10-16에서 박혜민을 호출했다. 리베로 복장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고, 박혜민은 리베로를 의미하는 'L'이 새겨진 조끼를 입고 코트에 들어갔다.
원래 박혜민은 아웃사이드 히터를 소화한다. 다만 남은 리베로가 한 명도 없었던 만큼 사령탑은 박혜민이 리베로를 제외한 선수 중 가장 수비가 안정적인 선수라고 판단해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박혜민이 코트에 들어온 뒤 분위기가 달라졌고, 3세트에 이어 4세트까지 차지한 정관장이 챔피언결정전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고 감독은 "(박)혜민이가 너무 잘해줬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당시 상황을 떠올린 박혜민은 "유니폼이 없으니 (리베로를) 준비하라고 하시길래 '어떻게 코트에 들어가지' 생각했다"며 "경기 감각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그래도 연차가 쌓였고, 경험도 있었다. 연습했던 걸 믿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박혜민이 제 몫을 다하면서 선수도, 팀도 활짝 웃었다. 박혜민은 "현장에서 (L이 새겨진) 조끼를 받은 뒤 착용했다"며 "감독님께서 활력을 불어넣고 분위기만 살리라고 했다. 또 점수가 나오면 (코트에서) 뛰어다니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고 얘기했다.
노란의 몸 상태가 회복되지 않으면 흥국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박혜민이 리베로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일단 정관장은 노란을 포함해 부상 선수들의 몸 상태와 컨디션을 경기 당일까지 확인한 뒤 출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박혜민은 "GS칼텍스에서 챔피언결정전을 경험할 때마다 지금이 더 좋다(웃음). 팀 기여도가 다르니 짜릿하고 재밌다"며 "서브를 위해 들어가든 후위 수비를 위해 출전하든 어떻게든 팀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다"고 활약을 다짐했다.
사진=한국배구연맹(KOVO)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