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양, 장인영 기자) 왕이 제대로 기지개를 켜지 못했다.
29일 지드래곤은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세 번째 월드투어 '위버맨쉬'(Übermensch)를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솔로 가수 역대 최대 규모의 투어 기록을 세운 두 번째 월드투어 '모태(M.O.T.T.E)' 이후 8년여 만으로, 티켓 오픈 16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한 데 이어 시야제한석까지 오픈해 지드래곤의 여전한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지드래곤의 새 월드투어의 포문을 여는 공연에 국적 불문하고 수많은 팬들이 모였지만, 돌풍 등 기상 악화로 인해 예기치 못한 '지연 이슈'가 발생했다. 당초 오후 6시 30분에서 오후 7시로 본공연 시간이 지연됐지만, 7시에도 본공연은 시작되지 않았다.
현장에선 기다리는 관객을 위해 '드라마(DRAMA)', '파워(POWER)', '투 배드(TOO BAD)' 뮤직비디오가 상영됐으나, 정작 주인공인 지드래곤은 나타나지 않았다. 점차 음향이 커지며 지드래곤이 무대에 오르나 했으나 그 이후로도 아티스트의 모습은 볼 수 없어 팬들의 웅성거림이 나오기도 했다. 모두가 강추위에 떨며 그의 무대를 손꼽아 기다렸다.
마침내 7시 43분께 장미꽃 퍼재킷을 입고 머리 위엔 왕관을 쓴 지드래은 '파워'로 강렬한 포문을 열었다. 녹슬지 않은 스웨그를 뽐네며 등장한 지드래곤은 태양, 대성과 함께한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도 빈틈없이 홀로 채우며 진정한 '왕'의 귀환을 알렸다.
그는 "안녕하세요. 잘 지냈나요. 지드래곤이 돌아왔다. 8년 만에 공연인데 놀 준비 되셨냐. 저는 부끄러움이 많다. 환호성이 작으면 삐져서 돌아갈 거니까 서로 노력하자"며 호응을 유도, 팬들은 기댜렸다는 듯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러면서 "오늘 날씨가 너무 추운데 이렇게 (늦게) 시작하게 돼 죄송하다. 고양에선 처음 콘서트를 해보는데 이렇게 예쁜 곳인 줄 몰랐다. (응원봉을 보고 있으니) 꽃밭 같기도 하다"고 뿌듯함을 내비쳤다.
오랜만에 수많은 팬들 앞에 선 지드래곤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상황이 이래저래 시끄러워서 마음이 편치 않은데 가수로서 무대에 설 수 있게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이라며 눈물을 훔치는 제스처를 취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코로나 기간도 있었고 빅뱅으로도 여러 계획을 세웠었는데 각자의 상황이 쉽지 않았다. 다들 어딘가에서 빛나고 있는데 오늘 저도 멤버들에게 자랑할 일이 생겼다"고 미소 지었다.
세트리스트 역시 지드래곤의 과거와 현재를 총망라한다. 솔로 데뷔곡 '하트 브레이커(Heartbreaker)'부터 첫 미니 앨범 타이틀곡 '크레용(Crayon)', 두 번째 정규 앨범 타이틀곡 '삐딱하게', '니가 뭔데', 두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무제' 등 히트곡 메들리는 물론 '슈퍼 스타(SUPER STAR)', '그 XX', '버터플라이(Butterfly)', '너무 좋아', '투데이(Today)', '개소리(BULSHIT)', '소년이여', '1년 정거장' 등 지드래곤의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수록곡 무대까지 풍성한 세트리스트로 오감을 만족시켰다.
이 가운데 '삐딱하게' 무대를 할 땐 관객석 아래로 내려가 팬들과 한층 더 가까이 호흡했으며, '더 리더스(The Leaders)' 무대에서는 2NE1 멤버 CL이 화이트 셋업 수트를 입고 깜짝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사람은 '더 리더스'라는 곡명에 맞는 범접 불가 카리스마를 방출, 영원한 'YG 패밀리' 케미를 빛냈다.
특히 이날 공연은 인공지능(AI) 등 테크 기술을 접목시킨 것이 특징. 화려한 불꽃부터 드론, 컨페티, 대형 조형물 등 다채로운 무대 장치들이 볼거리를 더했다.
이 밖에도 지난달 발매해 국내외 음원차트를 휩쓴 정규 3집 타이틀곡 '투 배드'부터 수록곡 '보나마나(BONAMANA)', '테이크 미(TAKE ME)', '드라마(DRAMA)', '아이 빌롱 투 유(IBELONGIIU)' 등까지 이어졌다.
여러모로 지드래곤에게도, 팬들에게도 의미가 큰 공연이었지만 기대가 큰 탓일까. 사실 박수보단 아쉬움이 남는다. 그간 보여주던 폭풍 라이브 실력은 온데간데 없고 AR에 의존해 무대를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특정 무대의 경우 AR에 추임새만 넣는 수준이라 실망감이 컸다. 아울러 '투 배드' 무대에선 댄스 브레이크 부분에서 주저앉는 모습까지 포착돼 걱정을 불렀다.
그런가 하면 지드래곤은 내년 빅뱅 데뷔 20주년을 맞이해 컴백을 예고하기도 했는데, "제 형제들이 있지 않나. 우리가 스무 살이 된다. 아직 어리다. 스무살이 되면 성인식을 해야 한다. 섹시하게 성인식을 준비해 보겠다"고 말해 현장을 발칵 뒤집었다.
또한 "감격스럽게도 많은 분들이 (콘서트에) 오고 싶어 했는데 오늘은 더 이상 심을 꽃이 없다. 최대한 올해 안에 한 번 더 만날 자리를 만들겠다. 공연을 많이 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지드래곤의 세 번째 월드투어 '위버맨쉬'는 5월 10~11일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필리핀 불라칸, 일본 오사카, 중국 마카오, 대만,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홍콩 등 아시아 7개국 8개 도시를 찾는다. 추가 투어 날짜와 장소는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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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영 기자 inzero6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