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현대건설과 정관장의 경기, 정관장 고희진 감독, 메가가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수원, 유준상 기자) 선수들과 코치들, 또 팬들에게 공을 돌렸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정관장은 2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포스트시즌 여자부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 3차전에서 현대건설을 3-1(26-24 12-25 25-19 25-20)로 제압하고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했다.
이로써 정관장은 2005시즌, 2009-2010시즌, 2011-2012시즌 이후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밟게 됐다. 세 차례 모두 우승 트로피를 올리면서 챔피언결정전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주전 세터 염혜선이 부상을 털고 돌아온 가운데, '에이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가 26점으로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15점을 기록한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를 비롯해 박은진(13점), 정호영(12점)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는 등 제 몫을 다했다.

2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현대건설과 정관장의 경기, 정관장 고희진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경기 후 고희진 감독은 "정관장 원정 팬들께서 많이 오셔서 응원해 주신 덕분에 우리가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수 있었다. 우리 선수들이 비시즌에 누구보다도 많은 땀을 흘렸고, 힘든 훈련과 절제된 생활을 잘 겪었기 때문에 13년 만에 챔프전에 올라가지 않았나 싶다"고 총평했다.
이어 "난 눈물이 없는 사람인데,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감동했다. 다들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도 간절하게 움직이고 공 하나 하나에 투혼을 발휘하는 보고 '선수들이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구나', '아직 한국 여자배구가 살아있구나'라는 걸 느꼈다"며 "오랜만에 팬들께서 선수들이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시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코치들에 대한 언급도 있지 않았다. 고 감독은 "코치들이 어깨가 아플 정도로 공을 때려주면서 연결시켜야 한다. 선수들이 훈련하고 싶을 때 코치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훈련장에) 나왔다. 코치들과 선수들의 합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29일 오후 수월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포스트시즌 여자부 플레이오프 3차전 현대건설과 정관장의 경기, 정관장이 세트스코어 3:1로 승리하면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리베로 조끼를 착용한 박혜민(왼쪽)이 팀 동료 박은진(오른쪽)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KOVO
사실 정관장은 2세트 초반 리베로 노란이 부상으로 이탈하는 변수를 떠안았다. 또 다른 리베로인 최효서가 교체 투입됐으나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그러자 정관장은 2세트 10-16에서 아웃사이드 히터 박혜민에게 리베로를 맡겼다.
리베로를 의미하는 'L'이 새겨진 조끼를 입고 코트를 밟은 박혜민은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그러면서 팀 전체가 안정감을 찾았다. 원래 박혜민의 포지션은 아웃사이트 히터지만, 규정상 박혜민의 리베로 출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고희진 감독은 "분위기 전환도 필요했고, 리시브나 수비에서는 감각이 있기 때문에 (박)혜민이를 리베로로 투입했다"며 "혜민이가 너무 잘해줬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고, 개인 능력도 플러스가 되는 것 같다.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기존 리베로 자원인 최효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최)효서에게 미안하지만, 부담감을 많이 느꼈고, 약간 과호흡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얼굴을 봤을 때 돌아오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감독으로선 결정을 내려야 했다. 효서를 위한 팀이 아니고 정관장을 끌고 가야 했다. 효서가 못했다는 게 아니라 우선 오늘 경기에서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5일 오후 경기도 화성 종합실내체육관에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IBK 기업은행과 정관장의 경기, 정관장 고희진 감독이 작전타임을 갖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여전히 박은진, 부키리치, 염혜선 등 많은 선수들의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고 감독은 "(부상 선수들의 출전 여부는)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할 것 같다. 세트마다 상황을 보면서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제 정관장은 31일부터 진행되는 훙국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에 돌입한다. 고희진 감독은 "어려운 경기도 있을 것이고,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선수들이 흘린 땀을 믿고 멋지게 한 번 붙어보겠다"며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왔는데, 흥국생명과 명승부를 한번 펼치고 싶다. 정관장 팬들께서 많이 오실 텐데, 팬들께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한국배구연맹(KOVO)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