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04-0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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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샤오쥔 "난 중국인, 중국어 더 잘하고 싶다…금메달 따면 자랑스러울 것"→무슨 일 있었길래?

기사입력 2025.02.20 20:52 / 기사수정 2025.02.20 21:05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최근 끝난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에서 중국에 유일한 금메달을 안겨준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의 인터뷰가 화제다.

해딩 인터뷰는 지난 16일 중국 왕이닷컴에 실렸는데 제목은 "린샤오쥔 : 나는 중국인이다. 앞으로 중국에서 살려면 중국어를 더 배워야 한다"였다.

왕이닷컴에 따르면 린샤오쥔은 "나는 중국인이기 때문에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싶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이후 미디어와 원활하게 인터뷰하고 싶다"며 "중국 선수로서 오성홍기를 달고 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을 따고자 한다. 그러면 정말 자랑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를 대표하고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는다는 것은 내게 무척 큰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내 중국어 실력이 부족해 내가 중국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그때 나는 '앞으로 중국에서 살고 싶다면 중국어를 더 배워야 한다'고 다짐했다. 내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게 된다면 그들에게 확실히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아무도 내게 그런 말을 못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린샤오쥔은 하얼빈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뒤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크게 불러 화제가 됐다.

이어 인터뷰를 통해 더 완벽한 중국인이 되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중국에 대한 충성심이 담긴 린샤오쥔의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6월 중국 유명 스포츠지 '티탄저우바오'와의 인터뷰에선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중국 국가를 들을 때마다 자부심을 느낀다"며 "2022-2023 월드컵 5차 대회 남자 500m에서 1위로 들어와 자신이 중국 대표로 국제대회에서 첫 금메달 따낸 것이 2018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기뻤다"고 해 화제가 됐다.

한국 대표로 거머쥐었던 올림픽 금메달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값진 성과는 아니라는 식으로 스스로 깎아내렸다.

어떻게 보면 한국인으로서의 인생을 지웠다고 봐야 한다.

린샤오쥔의 발언을 이해하기 위해선 평창 올림픽 1년 뒤 일어난 한 사건을 차분히 짚어볼 필요가 있다.

린샤오쥔, 아니 임효준은 한국에서 태어나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다음 날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우승하며 당시 개최국 한국 선수단에 귀중한 첫 금메달을 안겼다. 같은 대회에서 남자 500m 동메달을 거머쥐는 등 '멀티 메달리스트'가 됐다.

2018-2019시즌에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선 롱트랙(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을 같이 출전하고 싶다"며 한국 스포츠사 신기원을 열고 싶은 의지도 드러냈다.

쇼트트랙계에선 "임효준이 쇼트트랙 황제로 불린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을 가장 닮았다"며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린샤오쥔은 2019년 6월 한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쇼트트랙 인생이 180도 뒤바뀌고 말았다.

한국 대표팀 훈련 도중 장난을 치다가 동성 선수의 바지를 내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선수 자격이 정지되는 일을 겪었다. 그는 중국으로 건너가 훈련하다가 재판이 진행되던 도중인 2020년 6월 귀화하고 말았다.

사실 린샤오쥔은 한국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우선 그는 2019년 8월8일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는데 같은 해 12월13일 서울동부지법에 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효력이 정지됐다.

이후 2020년 5월 1심에서 벌금 300만원과 40시간 성폭력 치료 이수 명령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함께 훈련하던 여자 선수의 증언 등이 나오면서 린샤오쥔의 결백이 받아들여지는 반전이 일어났다. 2020년 11월 2심에서 무죄로 바뀌었다. 2021년 5월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린샤오쥔은 최종 무죄 확정을 받았다.

그러나 린샤오쥔이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땐 이미 중국으로 귀화하고 1년이 다 되어가는 상황이었다.

쇼트트랙계에선 대법원이 그를 유죄판결할 경우, 선수 자격 정지 효력이 다시 생기는 것을 변수로 봤다. 린샤오쥔이 2021-2022 쇼트트랙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지 못하거나 대표 자격이 취소돼 2022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계산을 린샤오쥔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런 계산보다는 자신의 결백을 받아들이지 않고 성추행범으로 단정하고 몰아붙인 한국 내 분위기에 대한 강한 배신감이 컸다는 분석도 있다. 설득력 지닌 의견이다.



자격 정지로 인해 쇼트트랙을 할 수 없게 된 현실에서 중국이 받아준 것도 린샤오쥔이 중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 이유로 분석된다.

이후 린샤오쥔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라 2019년 3월 소피아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대표로 출전한 뒤 3년이 경과하지 않아 2022년 2월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 대표로 출전하지 못했다.

베이징 올림픽 다음 시즌인 2022-2023시즌부터 중국 오성홍기를 달고 중국 대표로 국제무대에 나섰다.

초반엔 부상 등으로 고전했으나 2023년 2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5차 대회와 6차 대회에서 최단거리 남자 500m 우승으로 건재를 알렸다.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에선 남자 500m를 비롯해 남자 5000m 계주, 혼성 2000m 계주 우승으로 3관왕이 돼 화려하게 부활했다.

한국 쇼트트랙 입장에선 지난 2014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 대표로 금메달 3개, 동메달 한 개를 따내며 한국 쇼트트랙을 쑥대밭으로 만든 안현수의 '중국 버전'이 되는 것 아닐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한국은 남자부에서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물론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긴 하다. 박지원이나 장성우 등 한국 남자 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나고, 이번 시즌 남자 쇼트트랙을 휩쓴 윌러임 단지누(컈나다)의 존재도 있어 린샤오쥔이 내년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에서 얼마나 할지는 두고봐야 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린샤오쥔이 중국으로 귀화하게 된 과정을 보면, 그의 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란 점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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