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오후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 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500m 결승, 경기 후 중국 쑨룽(왼쪽)과 린샤오쥔(오른쪽)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유준상 기자) 함께 레이스를 펼친 선수들도,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도 깜짝 놀랐다.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쑨룽이다.
쑨룽은 지난 8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42초676으로 4위에 머무르면서 입상에 실패했다.
그런데 레이스 이후 논란이 불거졌다. 쑨룽이 밀어주기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남자 500m 결승 도중 쑨룽이 대표팀 동료인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의 엉덩이를 밀어주는 듯한 모습이 중계화면에 포착됐다. 쑨룽은 린샤오쥔을 밀어준 뒤 가장 뒤로 밀려났고, 린샤오쥔은 41초150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차지했다.

대한민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단이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 장성우가 입국장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인천공항, 박지영 기자
규정상 쑨룽의 행위는 명백한 반칙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규정 295조 2항에 따르면, 쇼트트랙 선수들은 개인 종목 경기 도중 동료로부터 밀어주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밀어주기를 한 선수는 제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심판진은 린샤오쥔, 쑨룽의 행위에 대해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고 넘어가면서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심판 판정에 관해 15분 이내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데, 한국은 쑨룽의 행위를 15분이 지난 뒤 안 것으로 보인다.
결승에서 함께 경기를 소화한 선수들도 쑨룽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성우(화성시청)는 1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취재진과 만나 "(쑨룽과) 같이 경기를 뛴 선수로서 경기 중에는 그런 장면을 확실하게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후에 그런 얘기를 듣게 됐다. 사실 흔치 않은 일이니까 좀 당황스럽기도 하고, 얼떨떨한 상황"이라며 "그 역시도 경기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단이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 박지원이 입국장을 나서고 있다. 인천공항, 박지영 기자
이뿐만이 아니다. 쑨룽은 돌발 행동으로 모두를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9일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인터뷰에 임하던 중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곁을 지나가면서 "더럽다, 더러워"라고 크게 소리쳤다.
쑨룽이 분노를 표출한 건 이날 펼쳐진 남자 1000m 결승,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나온 장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쑨룽은 9일 남자 1000m 결승 도중 박지원(서울시청)과 몸싸움을 하다가 넘어지면서 5위에 그쳤다. 이어진 5000m 계주 결승에서는 추월을 시도하던 린샤오쥔과 선두를 달리던 박지원이 충돌했고, 중국은 동메달을 획득하는 데 만족했다. 페널티를 받은 한국은 입상에 실패했다.
쑨룽은 인터뷰를 통해 "판정에 대해 말하자면, 난 박지원을 밀지 않았다. 이게 왜 반칙인가"라고 반문한 뒤 "공정한 판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쇼트트랙의 재미가 사라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민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단이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표팀 박지원이 입국장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공항, 박지영 기자
한국 선수들의 생각은 어떨까. 박지원은 "직접적으로 듣진 못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생각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심판의 판정도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 사이에서 얼마나 더 완벽한 경기를 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개최국 중국의 견제에 대해서는 "딱 중간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완벽을 추구했기 때문에 (견제가) 덜 했을 수도 있다. 부족했기 때문에 더 부딪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적어도 1500m에서는 정말 완벽한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이 채워나가야 할 것 같다"고 돌아봤다.
장성우는 "구체적인 내용은 지금 처음 전달 받았다. 중국 선수들이 감정적인 표현을 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박지원 선수가 경기에서 멋있는 추월을 했다고 생각하고, 그 이후에 접촉이 일어났다"며 "사실 쇼트트랙이라는 게 레이스 경기이다 보니 충돌이 발생하고, 판정의 결과에 대해서 심판이 가진 힘이 매우 크기 때문에 결과를 승복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다만 아쉽고 속상한 마음은 있다"고 말했다.
사진=인천공항, 박지영 기자 / 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