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 소속팀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토토넘 홋스퍼가 20살 공격수에게 농락당했다.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악마의 협상가'라고 불리는 구단 회장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설득에 나섰지만 해당 공격수는 면전에 대놓고 "토트넘 프로젝트에 확신이 서질 않는다"고 했다. 토트넘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다.
토트넘은 테이블을 치웠다. 다른 선수 영입에 나섰다.
토트넘은 오는 3일 오전에 끝나는 이적시장 마감 전 공격수 한 명을 데려오기 위해 총력전을 쏟아붓고 있다. 이적료를 무려 900억원이나 쏟아부은 것에 이어 일정 시간의 출전 보장까지 확약했다.
토트넘이 처음에 달려든 선수는 바이에른 뮌헨의 20살 공격수 마티스 텔이었다. 텔은 2022-2023시즌 7골, 2023-2024시즌 10골을 넣었다. 이번 시즌 사령탑인 뱅상 콤파니 감독과 어긋나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는 게 큰 결점이다.
그래도 토트넘은 지난 2년간 성적표와 발전 가능성을 높이 사 프랑스 올림픽대표 출신 텔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거액의 이적료까지 불렀다.
이에 뮌헨은 OK 사인을 내렸다. 뮌헨은 당초 텔을 임대로 보내려 했으나 토트넘이 6000만 유로(900억원)를 제시하자 팔기로 마음 먹었다.
텔의 '간보기' 태도가 문제였다. 텔은 구단간 합의에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결국 레비 회장이 직접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설득에 나샀다.
그를 데려오기 위한 마지막 카드였던 셈이다.
결과는 '실패'였다.
독일 '스카이 스포츠' 소속이자 바이에른 뮌헨 소식에 정통한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는 1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텔이 바이에른 뮌헨 잔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플레텐베르크는 "마티스 텔은 오늘 토트넘의 제안을 거절한 뒤 지난 4일 동안 처음으로 바이에른 뮌헨에 남을 가능성을 열어뒀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제 텔이 팀에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받았다"고 했다.
다만 다른 곳으로 갈 가능성을 열어뒀다. 확실한 것은 토트넘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레텐베르크는 "전화를 통해 바이에른 뮌헨에 연락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여전히 텔 영입 경쟁에 남아 있다. 애스턴 빌라, 아스널, 첼시도 경쟁에 참여 중"이라면서 "임대 혹은 이적이 이적시장 마감일 전에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는 구단과 프로젝트 및 구체적인 제안에 달려 있다"며 텔이 이적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후 첼시와 아스널, 애스턴 빌라가 텔 영입을 철회했다고 했다. 맨유만 남은 셈이다.
글로벌 매체 '디 애슬레틱'의 데이비드 온스테인은 "텔이 뮌헨 잔류를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텔의 토트넘 이적 거절은 어느 정도 예상되던 터였다. 텔이 토트넘을 가려고 했다면 벌써 비행기를 타고 1월 안에 이적을 결정지었을 거라는 게 이적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토트넘이 레비 회장까지 뮌헨에 와서 설득 작업에 나선 것은 물론 다른 구단의 러브콜을 차단하고 나서자 텔이 대놓고 "안 가겠다"고 얘기하는 모양새가 됐다.
텔은 뮌헨이 현재 주전 공격수인 해리 케인의 노쇠화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키우고 있는 공격수다.
포지션은 정통 스트라이커는 아니고 손흥민처럼 레프트윙과 스트라이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하프 스페이스'를 주무대로 삼는 유형이다.
텔은 지난 2022년 17살 때 이적료 2000만 유로(300억원)라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기록하며 프랑스 렌에서 뮌헨으로 이적했다. 이후 두 시즌은 백업 공격수로 꾸준히 골을 넣었고, 특히 2023-2024시즌엔 케인이라는 월드클래스 공격수가 토트넘에서 뮌헨으로 이적했음에도 10골을 퍼부으면서 각광받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르다. 콤파니 감독이 오면서 텔의 입지는 굉장히 약해졌다.
2024-2025시즌 분데스리가 14경기에서 458분을 뛰며 득점 없이 도움 하나 기록하는데 그쳤다.
결국 텔도 임대를 포함한 소속팀 변경을 결심하고 뮌헨도 알아보는 중이었다.
프랑스 유력지 '레퀴프'는 31일 "바이에른 뮌헨과 토트넘은 공격수 마티스 텔의 이적에 대해 6000만 유로에 합의했다"라며 "텔은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다른 클럽들은 제안서를 빨리 보내야 한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은 손흥민과 도미니크 솔란케의 백업을 맡으면서 미래도 밝힐 수 있는 자원으로 텔을 점찍고 6000만 유로에 달하는 굉장한 이적료를 제시해 뮌헨이 바로 OK 사인을 줬지만 선수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텔에게 달려드는 다른 구단의 러브콜을 차단하기 위해 속전속결로 영입을 결정하고 이적료도 토트넘 답지 않게 뮌헨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을 수 있는 규모를 내놨으나 결론은 'NO'였다.
뮌헨엔 해리 케인과 에릭 다이어 등 토트넘 출신 두 선수가 1년~1년 6개월 전까지 뛰었다. 텔이 그들에게 정보를 듣고 토트넘을 거절했을 수도 있다.
텔과의 협상은 끝났다. 토트넘은 3일 오전까지 어떻게든 측면 공격수를 영입하겠다는 자세다. 구단 조기 합류를 요청했던 18세 한국인 공격수 양민혁도 이미 2부 퀸즈파크 레인저스(QPR)에 임대를 보냈기 때문에 더더욱 선수가 필요하다.
양민혁의 경우 1군 멤버로 점찍고 등번호도 그에 걸맞는 18번을 부여했으나 1군 경기에 1분도 투입하지 않더니 QPR로 이번 시즌 말까지 임대하기로 결정하고 선수를 이미 보냈다. 윙어과 스트라이커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손흥민이라는 월드클래스 공격수가 있지만 33살이 됐고 이번 시즌 전반기 두 차례 부상으로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에도 그의 출전시간을 조절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젊은 공격수를 데려와야 하는 상황이다.
토트넘은 행선지를 맨유로 바꿨다. 2004년생 아르헨티나 국적 측면 공격수 알레한드로 가르나초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1일 "토트넘의 새 타깃이 가르나초로 정해졌다"고 했다. 최근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이끄는 이탈리아 나폴리가 900억원을 들고 가르나초 영입전에 뛰어들었으나 맨유는 이적료가 적다며 거절했다.
다른 리그의 900억원 제안도 거절한 맨유가 같은 프리미어리그 구단 토트넘의 제안을 수락할지는 미지수다.
토트넘은 최근 부상자 때문에 큰 골치를 앓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부상자 현황을 알려주는 '프리미어 인저리'에 따르면 현재 토트넘의 부상자 총 숫자는 무려 12명이다. 여기엔 1군 공격수 도미니크 솔란케, 브레넌 존슨, 티모 베르너, 윌슨 오도베르가 포함됐다.
부상자가 너무 많아 토트넘은 최근 유소년 선수들을 1군 경기에 포함시키고 있다. 앞으로 프리미어리그뿐만 아니라 카라바오컵, FA컵,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토트넘은 어느정도 검증된 공격수가 절실한 상황인데, 텔이 온다면 토트넘의 공격수 부재를 어느정도 해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물론 베르너와 존슨, 오도베르는 열흘 내로 복귀할 예정이지만 토트넘 공격진의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공격수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텔이 필요했다는 게 토트넘 안팎의 시간이다.
이제 '텔 카드'는 사라졌고, 가르나초 영입을 위해 테이블을 다시 차릴 태세다. 토트넘이 텔에게 당한 망신을 극복하고 48시간 이내 가르나초 데려올지 흥미롭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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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