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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시즌 맹활약→EPL 직행'…지동원이 보는 양민혁 "손흥민 있어 괜찮을 거야…어린 나이가 변수" [방콕 현장]

기사입력 2025.01.29 18:44 / 기사수정 2025.01.29 18:44



(엑스포츠뉴스 방콕, 김정현 기자) K리그 데뷔 시즌 최고의 임팩트를 보여주고 이듬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 곧장 진출했던 지동원(34·수원FC)이 비슷한 길을 따라 토트넘 홋스퍼에 입단한 양민혁을 두고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그의 선택을 존중했다. 

양민혁은 지난해 여름 토트넘과 6년 장기 계약을 체결하며 K리그1에서 '세계 축구의 엘도라도'로 불리는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했다. 프로 데뷔 시즌에 프리미어리그 팀과 계약을 맺고 이적하는 건 최초다. 

이후 전 소속팀 강원에서 임대 신분으로 6개월을 더 뛴 양민혁은 강원에서 지난 시즌 38경기를 모두 뛰며 센세이션한 활약을 일으켰다. 12골 6도움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최종전에서도 골을 넣을 만큼 고교 3학년이라는 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했다.

양민혁 활약으로 강원은 구단 역대 최고 성적인 리그 2위에 올랐다. 양민혁도 시즌 종료 후 영플레이어. 베스트 11 등 개인상을 거머쥐고 MVP 후보에도 오르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 12월 시즌 종료 후 일찌감치 토트넘으로 건너간 양민혁은 새해 1월 곧바로 토트넘 데뷔전을 치를 거란 기대감이 높았다. 특히 5부리그팀 탬워스와의 FA컵이 있기 때문에 양민혁도 테스트를 받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토트넘 사령탑인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냉정했다. 양민혁을 해당 경기에 출전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그에게 아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양민혁은 이달 리그컵 준결승 한 차례, 프리미어리그에서 두 차례 대기 명단에 들긴 했으나 토트넘에 부상자가 워낙 많다보니 양민혁까지 기회가 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국 토트넘 1군 경기 출전은 무산됐다.

양민혁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적응'을 이유로 양민혁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새해 첫 기자회견이 대표적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양민혁에 관한 질문을 받자 "양민혁 기용에 대한 특별한 계획은 아직 없다. 우선 적응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민혁은 지금까지 경쟁 수준을 비교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뛰었다. 그가 이곳에 적응 할 시간을 주고 싶다. 그는 매우 젊다"라고 했다.

토트넘 구단이 원했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계약한 셈인데 막상 그가 입단하고보니 좀 더 적응이 필요하고 K리그1 수준과 프리미어리그 수준이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도 "양민혁은 새로운 나라에서 생활하고 있다. 언어 수업을 받는데 집중하고 있다. 토트넘 감독에게 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선수다. 그러나 아치 그레이나, 루카스 베리발 같은 선수처럼 활약하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양민혁을 활용해 봐야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포스테코글루는 넘치는 부상자에 양민혁을 벤치에만 앉힐 뿐, 전혀 기용하지 않았다. 

급기야 29일엔 잉글랜드 2부 퀸즈파크 레인저스로 6개월 임대될 거란 전망도 나왔다.

영국 축구 매체 '풋볼 런던'에서 토트넘을 전담 취재하는 알레스데어 골드 기자는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양민혁이 오늘 QPR로 임대 이적한다"며 "18세 선수가 영국 축구의 속도와 신체적 특성을 더 낮은 수준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이는 토트넘이 며칠 안에 공격수를 영입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토트넘 사정에 정통한 골드가 발언함에 따라 양민혁의 QPR 임대는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골드는 지난 27일 풋볼 런던을 통해 양민혁의 임대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토트넘 홋스퍼가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하면 양민혁은 적절한 팀이 나타날 경우 1월 이적시장 때 임대될 수 있다"며 "양민혁이 지금 당장 옵션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해 영입하는 구단 이적 정책에 대해 많은 걸 말해준다"고 양민혁의 임대 가능성을 보도했다. 그리고 이틀 뒤 구체적인 행선지까지 나왔다.



하지만 6개월 뒤엔 다시 토트넘으로 돌아와 결국 원소속팀에서 활약하고 증명해야 한다.

양민혁의 프리미어리그 첫 달 생활을 보면서 생각 나는 선수가 있다. 양민혁처럼 데뷔 시즌에 K리그를 휩쓸고 프리미어리그에 직행한 베테랑 공격수 지동원이다. 

지동원은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전남드래곤즈 유스를 거쳐 2010시즌 프로로 데뷔했다. 데뷔 시즌에 그는 처진 공격수로 신인에 걸맞지 않은 담대한 플레이와 결정력을 자랑하며 주목 받았다. 첫 시즌에 30경기 13골을 터뜨리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지동원은 그 해 K리그 시상식에서 지금은 팀 동료지만 당시 경남에서 활약한 윤빛가람에 이어 신인왕 2위를 차지한다.

그리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1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구자철과 함께 맹활약하며 지동원은 여러 유럽 팀들의 주목을 받았다.

결국 2011년 7월, 프로 두 번째 시즌을 마치기도 전에 선덜랜드와 계약하면서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지동원은 2012년 새해 첫 경기인 맨체스터 시티와의 홈 경기에서 극장 결승골을 넣으며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으나, 구단의 지속된 감독 교체로 인해 입지를 잃었다. 어린 나이에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던 셈이다.

2013년 1월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그는 2013-2014시즌 선덜랜드에 복귀했으나 벤치를 지키는 일이 많았다. 결국 2014년 1월 아우크스부르크로 완전 이적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생활을 끝냈다. 이후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아우크스부르크, 마인츠 등을 옮기면서 독일에서 뛰었다. 2021년 FC서울을 통해 K리그1에 돌아왔고 지난해 수원FC로 이적했다.

태국 방콕에서 본지와 만난 지동원은 당시를 회상하며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만으로 20살이었기 때문에 가서 일단 생각도 없었고 영어도 그렇게 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또 팀 성적은 안 좋고 그러다 보니까 쉽지는 않았던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나를 데리고 가셨던 감독님도 몇 경기 후에 바로 또 바뀌시고 그런 어려운 상황들이 자꾸 반복되다 보니 그 나이 때에 내가 그거를 이겨낼 수 있는 그런 배포는 없었던 것 같다"라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던 점을 짚었다.

양민혁도 상황은 비슷하다. 토트넘에 이적 후 다른 문화와 언어에 적응해야 하고 새로운 선수단과도 어울려야 하는 숙제가 있다. 양민혁은 이제 19세가 됐기 때문에 지동원보다도 한 살 어릴 때 영국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다만 지동원은 손흥민의 존재가 양민혁에게 큰 힘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동원은 양민혁에 대해 "실력으로는 워낙 뛰어난 선수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비교를 하기에는 내가 뭐라고 말씀을 못 드리지만, 이제 한국 선수로 치면은 정말 그 나이 때 최고의 선수이기 때문에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어 "더군다나 (손)흥민이라는 토트넘의 가장 중요한 선수가 옆에 있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있어서는, 나 혼자 갔을 때, 그때보다는 훨씬 그래도 좀 편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라며 양민혁이 기댈 곳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지동원은 그러면서 "(양민혁이) 걸리는 건 이제 나이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까 아무래도 성인이라고 해도 정신적으로 아니면 피지컬적으로 어려웠을 때 회복하는 능력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아직은 많이 부족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방금도 이야기했다시피 옆에 흥민이라는 선수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잘 적응을 해서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손흥민이) 많이 도와줄 거다. 한국 선수들, 특히 같은 팀에 있으면 서로서로 다들 도와서 힘 내고 하니까 그런 부분이 이제 양민혁 선수한테는 진짜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한다. (한국 선수가 함께 있는 점이) 성공할 수 있는 정말 중요한 옵션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한다"라고 평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토트넘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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