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에 남든 임대를 가든 경쟁하긴 마찬가지다.
해리 케인 성공사례는 훌륭하지만 너무 먼 얘기다. 토트넘은 최근에 임대를 보내 성공한 사례가 드물다. 참다 못한 토트넘 구단이 임대 간 선수를 조기에 복귀시킨 경우도 있다.
18세 프리미어리거 양민혁이 토트넘에서 잠시 이탈해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로 임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잉글랜드에서만 적용되는 로컬 룰을 적용받아 하부리그에 갈 것으로 보인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챔피언십으로의 임대는 2월에도 월중에 가능하다. 윤석영 같은 경우는 QPR에서 찰턴으로 2월 중순이 임대되기도 했다. 선수 보강을 마친 프리미어리그 구단이 유망주 혹은 잉여 자원의 경기 감각 유지 등을 위해 하부리그에 빌려주고, 하부리그는 승격 혹은 생존 싸움을 위해 프리미어리그의 좋은 선수들을 큰 돈 들이지 않고 전력보강하는 방법이다.
양민혁도 이 케이스 적용을 받아 6개월간 잉글랜드 2부에 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토트넘으로 건너가 영국 축구 적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공격수 양민혁이 다른 팀으로 일단 6개월 임대될 전망이다. 잉글랜드 2~3부 혹은 벨기에, 네덜란드 등 이웃나라 중상위권 리그로 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일단 잉글랜드 2부로 좁혀졌다.
토트넘 구단을 오래 취재한 '풋볼 런던' 알레스데어 골드 기자가 이런 분석을 내놨다.
양민혁은 지난 1일 프리미어리그의 겨울이적시장 1호 등록 선수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구단이 발빠르게 선수 등록을 한 만큼 실전도 조만간 뛸 것으로 여겨졌다.
실제론 아니었다. 리그컵 준결승 리버풀과의 경기,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두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토트넘에 부상자가 워낙 많다보니 양민혁까지 기회가 돌아간 경우라고 볼 수도 있다.
양민혁의 데뷔전으로 유력했던 지난 12일 5부 구단 탬워스와의 FA컵 원정 경기에서 교체 투입은커녕 명단 제외되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지금 토트넘은 선수단이 부상으로 무너진 상태다. 베스트11을 간신히 꾸리긴 하지만 제 포지션을 뛰지 않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19세 아치 그레이처럼 미드필더가 아니라 센터백 혹은 측면 수비수로 뛰는 경우도 나왔다. 손흥민도 레프트윙은 물론 스트라이커까지 병행해서 매 경기 선발 출전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선수단이 부상으로 문제가 생겼다면 1군 멤버로 등록해 등번호도 앞번호 18번을 양민혁을 스쿼드에 남기는 것이 당연하지만 토트넘은 다른 공격수 영입을 추진하면서 양민혁은 임대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골드도 "양민혁이 현재 즉시 당장의 옵션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건 지금보다 미래를 위한 영입을 하는 클럽의 이적 정책에 대해 많은 걸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민혁은 토트넘이 새로운 공격수로 영입하고 적절한 팀이 나타나면 1월 이적시장에서 임대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스트라이커)윌 랭크셔도 발전을 위해 임대가 필요하며, 이 수준의 축구에 오랫동안 노출될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양민혁과 랭크셔는 임대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골드는 이어 28일 자신의 동영상채널을 통해 양민혁 현실을 다시 한 번 지적했다.
그는 "양민혁은 현재 분명히 옵션으로 간주되지 않고 있다"며 "지금 당장 그를 경기장에 내보내려는 의도조차 없다. 이는 미래를 위해 선수를 데려오는 이적 정책에 대해 다시 한번 많은 걸 말해준다"라고 말했다.
"토트넘이 양민혁이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양민혁은 충분히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민혁의 발전 가능성 만큼은 높이 샀다.
토트넘은 지난해부터 10대 선수들을 긁어모으듯 하고 있다. 이적료와 연봉이 크게 들지 않으면서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리빌딩까지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전후 손흥민이 토트넘에 입단할 때 해리 케인,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까지 이른바 'DESK 라인'으로 불리는 20대 초반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것도 좋은 기억이다.
다만 10대 선수들에겐 출전 기회가 주어져야 성장하는데 지금 토트넘 선수단에선 그레이와 루카스 베리발, 마이키 무어 등 3명 정도만 1군에서 뛸 자원으로 평가받는다.
거꾸로 보면 양민혁은 당장 1군에서 활용되긴 힘들다는 뜻이다.
골드는 "10대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려면 아주 뛰어나야 한다"며 "예를 들어 그레이와 베리발은 하위 리그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유럽 최고의 유망주들이다"라고 했다.
골드의 주장이 맞다면 양민혁은 이달 혹은 다음달에 다른 팀으로 6개월 임대될 가능성이 크다.
양민혁의 잠재력은 아시아 굴지의 K리그1에서 이미 증명됐기 때문이다.
양민혁은 지난해 고교 3학년 신분으로 K리그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준프로 신분으로 강원에 입단한 그는 K리그1 38경기에 모두 뛰었으며 12골 6도움을 기록하며 한국프로축구사 역대급 신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9월엔 생애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K리그1 '영플레이어'를 수상한 것은 물론 MVP 후보에도 오를 정도였다.
양민혁이 3~5월 K리그1 월간 '영플레이어'를 휩쓸자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양민혁은 손흥민이라는 존재 등으로 인해 처음부터 토트넘에 관심을 기울였고 입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여름 토트넘과 6년 계약을 체결한 뒤 친정팀 강원에서 임대 신분으로 6개월을 더 뛰었다.
다만 아직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양민혁에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는 모양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새해 초 양민혁 질문이 나오자 "지구 반대편에서 있는, 수준이 낮은 곳에서 이제 왔다. 아직은 양민혁 계획도 없고 시간표도 없다. 적응이 필요하다"며 당장 기용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을 시사했다.
2부 임대는 나쁘지 않다. 양민혁 입장에선 기술이 떨어지는 2부에서 자신의 경쟁력과 출전 시간을 부여받아 축구종가 무대 적응의 디딤돌로 삼을 수 있다. 배준호, 엄지성은 물론 일본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최근 잉글랜드 2부에 진출하는 상황이다. 취업비자 발급 요건이 대폭 완화되면서 챔피언십 구단들이 다소 경쟁적으로 한국과 일본 선수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
놓쳐선 안 될 점은 2부로 가더라도 정해진 자리를 없다는 점이다.
특히 토트넘은 최근 임대로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 토트넘은 2018년 아일랜드 공격수 트로이 패럿을 영입한 뒤 2020-2021시즌 2부 밀월로 임대를 보냈으나 11경기 무득점에 그쳤다. 이후 3부 입스위치, MK돈스로 다시 임대보냈는데 3부에선 나름대로 활약했다.
공격수 데인 스칼렛도 2022년 3부 포츠머스에선 34경기를 뛰며 나름대로 활약했으나 2023년 2부 입스위치에선 교체로만 12경기를, 그것도 후반 막판에 거의 시간떼우기식으로 들어가는 수모를 겪었다. 토트넘은 6개월 만에 스칼렛을 불러들였다. 알피 디바인도 2부 하위권 플리머스 아가일에 임대를 갔으나 실패작이 돼 돌아왔다.
이번 시즌엔 애슐리 필립스가 스토크 시티에서 임대로 정착했으나 수비수다. 5골을 넣고 있는 제이미 돈리가 주목받고 있지만 레이턴 오리엔트는 3부리그 팀이다. 시즌 도중 임대 가는 양민혁 입장에서 주전 경쟁이 숙명인 것은 다르지 않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뉴스 / 엑스포츠뉴스DB / 토트넘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